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오대산사고. 20세기 초 유리건판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자료.광고유지원 | 타이포그래피 연구자·글문화연구소 소장 초록이 무성한 여름. 경기도의 경계를 지나 강원도로 접어들면, 산의 형세가 완만하면서도 겹겹이 깊어진다. 내게 강원도는 깊이의 땅.오대산은 침엽수가 첩첩해서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서울이나 도시의 도로변 나무숲은 대개 한겹이지만, 그 나무들이 여러겹 깊어 가게 하는 것은 강원도의 자연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 초록 깊숙이 들어가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뭇잎들이 겹쳐진 사이로 빛이 투과되어 아름답게 눈이 부셨다.광고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공간을 달리는 감각이 ‘넓이’라면, 이 첩첩과 겹겹의 감각은 ‘깊이’라고 생각한다. 넓이가 기하학적이라면, 깊이를 형성하는 것은 작게 겹쳐지는 것들이 꾸준히 반복되어 형성하는 재질의 감각인 것 같았다. 시간의 힘을 필요로 하는 것, 매끈하지 않은 질감의 속살, 거기에 깃든 사연들.오대산의 이런 성품이 신라 시대부터 영험하게 여겨졌는지, 이곳은 불교의 성지로서 석가모니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품고 있다. 그리고 이 산속에는 조선의 국가 기록인 실록과 의궤도 간직되어 있다.광고광고산의 품 안에서 세속의 방향을 다시 바라보면 여전히 이파리와 나무들, 산들이 겹겹과 첩첩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곳에서는, 깊은 산속 작은 글자의 입장에 나를 포개어 볼 수 있었다.글자들은 천년을 버티는 조선 한지의 지면 위에 먹으로 꾹꾹 박혀서 반듯하게 배열된다.광고이 종이 뭉치의 기록들을 보호하기 위해 비단이나 다소 두꺼운 종이로 표지를 만들어 감싸고 실이나 금속으로 묶어둔다. 문서가 안전한 옷을 입는 셈이다. 간혹 종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상자에 담기기도 한다.책들은 다시 함 같은 큰 상자에 여러권 함께 담긴다. 책과 책 사이에는 습기를 방지하도록 기름종이를 넣고, 그 여러권의 책을 붉은 보자기로 감싼다. 실록의 경우에는, 이렇게 가구에 가까운 실록상자에 간직된다.그런데 여기서, 책을 보호하는 다층적인 스케일의 장치들은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수준으로 커져 가고 있었다. 급기야 책들만 사는 커다란 집마저 있는 것이다. 사람이 살아도 될 크기의 집이다. 가구는 방 안에, 나아가 집 안에 놓이게 마련이다. 조선 국가와 왕실의 책들이 기거하는 두채의 집이 있어, 바로 ‘오대산사고’를 이룬다.두 동의 집은 다시 담장에 둘러싸인다. 중앙의 관리들, 월정사의 스님들, 강원도의 수많은 인력이 엄중하게 책과 건물을 지켰다.광고그리고 이 모든 것을 산 하나, 겹겹 첩첩의 오대산이 품고 있었다. 조선 사람들은 책들이 재해를 피할 수 있도록 길한 터전을 찾아내었으니, 그곳이 바로 강원도 오대산 자연의 품 안이었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품은 이 산은 동시에, 국가의 기록을 담은 글자들 역시 보물로서 소중하게 품고 있었다.깊은 초록이 무성하던 산속, 온 정성을 다해 영원을 꿈꾸던 그 품으로부터 다시 세상으로 돌아나오는 것은 무엇일까? 속세와 자연의 천변만화 속에서도, 무언가 변치 않을 영원한 것이 굳게 간직되고 있다는 사실. 이 사실이 주는 안도감일 것이다. 국가의 질서와 신앙이 가냘픈 삶을 지켜주리라는 확인일 것이다. 그러니까 당신과 나, 우리들이 서로 영원으로 결속되어 있다는 믿음일 것이다.
깊은 산속 작은 글자 [크리틱]
유지원 | 타이포그래피 연구자·글문화연구소 소장 초록이 무성한 여름. 경기도의 경계를 지나 강원도로 접어들면, 산의 형세가 완만하면서도 겹겹이 깊어진다. 내게 강원도는 깊이의 땅. 오대산은 침엽수가 첩첩해서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서울이나 도시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