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5년 12월 22일(현지시각)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에서 미 해군의 '황금 함대'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모습. AP=연합뉴스광고경남 거제, 울산에서 미국 해군 군함 건조가 현실이 될까.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각) 미국에 투자한 외국 조선업체가 본국 조선소에서 최대 두 척의 미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를 제안한 한국에서 미 군함 건조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전투함의 외국 건조를 금지하는 미국법과 의회 반발을 트럼프 각서가 우회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다.① 미 전투함 외국 건조 금지법 ‘겹겹’미국은 자국 조선산업 보호와 국가안보 등을 위해 미 군함의 외국 건조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외국 건조를 막는 제도적 장치는 여러 겹이다. 국방 분야 최상위법인 ‘국방수권법’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는 올해 국방수권법에 ‘군함이 아닌 미사일 방어 시험을 위한 비전투 지원선 최대 2척에 한해서만 예외적으로 미국 외 국가에 위치한 조선소 건조를 허용한다’고 명시했다. 국방수권법은 해마다 제정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조선소로의 외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외국 조선소에서 전투함 2척과 비전투 보조함 2척을 건조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 제안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 연방 하원을 통과한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도 ‘해군 예산을 외국 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전투함(Battle Ship)에 쓰지 못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미 해군은 전투함을 군함 외에 전투 보조 지원함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한다. 지역구에 조선소를 둔 의원들이 일자리 보호, 기술 유출, 조선산업 보호 등을 이유로 군함 해외 건조에 반대한 결과다.광고여기에 미 전쟁부(국방부) 예산 사용과 관련한 ‘국방부 세출법’도 미 해군 군함의 외국 조선소 건조를 금지한다. ‘번스-톨레프슨법’의 경우 대통령의 예외 적용 권한이 있긴 하지만, 미군을 위한 선박과 구성품의 외국 조선소 건조를 금지하고 있다.미국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프랭크 피터슨 주니어호가 이란 인근 아랍해에서 항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광고광고② 트럼프 ‘핀란드 모델’로 돌파구 찾기올해 2월 백악관이 공개한 ‘미국 해양 실행계획’ 보고서를 보면, 미국 전체 66개 조선소 가운데 400피트(122m) 이상 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는 단 6곳뿐이다. 숙련 노동자 부족 등이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앞서 6월 프랑스 에비앙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때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 군함 10척을 빠르게 건조해 줄 수 있겠느냐’고 물었을 정도다. 이 대통령은 “당연히 가능하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백악관은 이런 심각한 군함 건조 적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미 의회 반대에도 군함의 외국 건조를 금지한 국방수권법 등의 우회로를 고민해왔다. 이날 나온 트럼프의 대통령 각서는 ‘핀란드 모델’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은 대통령 각서 설명자료에서 “이번 각서는 해안경비대의 중형 쇄빙선 프로그램에 처음 도입돼 성공을 거둔 ‘핀란드 모델’(Finland model)을 기반으로 미국 조선산업 기반에 대한 보다 직접적인 투자를 추진할 것을 전쟁부(국방부)에 지시한다”고 설명했다.광고한화오션이 선도함 건조에 들어간 한국 해군 차세대 구축함(KDDX) 조감도. 한화오션 제공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국가안보를 이유로 ‘국내 건조 특별 면제 조치’ 권한을 발동했다. 미 해안경비대가 북극항로에서 사용할 쇄빙선 11척을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가진 핀란드에 건조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초기 4척은 핀란드 현지에서 건조하고, 7척은 핀란드 설계와 건조 기술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식이다.13일 서명한 트럼프 각서는 이를 해군 전투함으로도 확대 적용하겠다는 의도다. 신규 전투함 초기 물량을 한국 등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뒤, 이후 물량은 해당 동맹국 투자를 받아 미국 내 생산시설에서 건조해 조선산업 인력과 기술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내년도 전쟁부 예산안에는 동맹국 조선소의 순양함·구축함·호위함 건조 능력을 조사하기 위한 예산이 반영된 상태다.③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건조 가능성은?백악관은 대통령 각서 설명자료에서 외국 조선업체가 △미국에 새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기존 미국 조선소의 소유권 또는 과반 지분 확보 △미국인 노동자 고용·훈련 △본국 조선소가 보유한 조선 기술과 기법을 미국 조선소에 이전 △미국 내 건조·정비를 위한 공급망 구축 등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 “해당 조선업체 본국 조선소에서 최대 두 척의 선박을 건조하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기적 전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한시 조처이며, 이후 선박은 모두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한화오션 제공현재 이런 조건을 모두 충족한 국내 조선업체는 한화오션(거제조선소)이다. 한화오션은 2024년 미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고, 이는 이재명 정부 들어 ‘마스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발판이 됐다. 미 함정 설계 전문업체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 공동 설계 계약 등을 맺었고, 한화필리조선소와 델라웨어 카운티 커뮤니티 칼리지와 조선 기술 교육·개발 협력도 체결했다. 또 필라델피아 상공회의소 등과 조선산업 공급망 협력도 체결했다. 한화그룹은 최근 오스트레일리아 조선 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 인수 제안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광고HD현대중공업(울산조선소)은 미국 조선소 투자 외 나머지 조건을 충족한 상태다. 미 최대 방산 조선사인 헌팅턴 잉걸스에 생산자동화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한편, 미시간대 등과 함께 조선 인재 양성 추진, 미 방산업체 페어뱅크스 모스 디펜스와 현지 공급망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HD현대 쪽은 “현재 미국 현지 조선소 인수 및 지분 투자를 위한 검토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2025년 9월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해군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인 정조대왕급 2번함 다산정약용함 진수식이 열렸다. 연합뉴스지난달에는 미국 워싱턴에 ‘한미 조선협력센터’가 문을 열었다. 산업통상부와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이 공동 참여해, △미국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조선 인력 양성 △기술·공급망 협력 등 마스가 프로젝트의 전초 기지 구실을 하게 된다.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핀란드 모델이 군함의 외국 건조를 금지하는 미국법과 의회 반발, 미 조선업계 반대를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해안경비대의 ‘쇄빙선’ 수준을 넘어선 해군 순양함·구축함·호위함 등 핵심 안보자산 건조를 외국에 맡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백악관은 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백악관은 설명자료에서 “미 해군은 지나치게 복잡한 설계와 반복적인 설계 변경으로 인해 여러 차례 군함 건조 차질을 빚었다. 이는 비용 증가, 건조 지연과 취소로 이어졌다”고 자국 조선산업 현실을 직격했다. 특히 “역량과 경쟁 부족으로 인해 6개의 주요 해군 조선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대규모 주문 적체가 발생했다”며 전력 공백을 막기 위한 군함 주문 적체 해소의 시급함을 거듭 강조했다.우리 조선업계에서는 미 연방정부 예산 계획과 전쟁부 세부 실행계획 등이 확정되는 내년 초가 돼야 구체적 전망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상위법인 국방수권법 등을 대통령 각서로 우회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