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제럴드 파스노의 ‘작가의 초상’(1798). 위키미디어 코먼스 광고 김영준 | 전 열린책들 편집이사 얼마 전 미국 출판계에는 신인 작가의 데뷔 소설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대형 출판사 14개가 경매에 참여한 끝에 선인세 200만달러를 써낸 회사가 판권을 따냈다. 200만달러는 출판 계약금으로서 사상 최고가는 아니지만 대단한 금액이다. 그러나 이어진 사건이 없었다면 이 계약은 업계인에게나 회자되고 말았을 것이다.광고 작가 소속 에이전시가 출판사 쪽에 계약을 진행하지 말자고 메일을 보냈다. 어째서? “이 소설이 구상부터 완성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우리가 완전히 확인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원고가 에이아이(AI)의 생산물로 보인다는 것이다. 에이전시는 작가와 모든 관계를 끊는다고 선언했다. 작가도 항변했다. 절대 에이아이가 쓴 것이 아니며, 자신은 단지 에이아이에 ‘시체를 파묻는 방법’을 물어봤을 뿐이라고.(소설 제목이 ‘전화 주세요, 시체를 묻어 드립니다’였다.) 그러나 에이전시는 이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광고광고 지난 5월, 폴란드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신작 소설을 에이아이와 공동 작업 중(collaborating)”이라고 발언했다가 심각한 후폭풍에 시달렸다. 그는 서둘러 “에이아이는 조사용이며 소설을 함께 쓰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앞에서 경솔하게 했던 말(“나는 에이아이에 ‘우리가 이것을 어떻게 아름답게 발전시킬 수 있겠니?’라고 묻곤 해요”)과 잘 어울리진 않는다. 만일 그가 신인 작가였다면 이런 논란은 문학 인생을 끝내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 일화들은 문학이나 예술이 철저히 인간의 창조여야 한다는 현시대의 강렬한 요구를 알게 해준다. 에이아이 덕에 우리의 인간으로서의 자의식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2025년 미국 저작권청은 인간이 에이아이에 프롬프트(작업 지시문)를 입력한 것만으로는 저작권을 인정받기에 불충분하다고 밝혔다. ‘절대 안 된다’는 아니다. 다만 결과물의 구체적인 표현이나 배열에 인간의 결정이 들어간 것이 입증되어야 한다. ‘프롬프트 작성에 이미 인간의 아이디어가 들어가지 않나?’ 할지 모르겠는데 머릿속의 아이디어는 원래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난점이 있다. 핵심은 ‘표현’이다. 표현 속에 인간의 창의가 충분히 드러나야 한다.광고 이로써 음반 회사나 출판사가 에이아이 창작물을 마구 만들어 저작권을 쌓아두는 일은 쉽지 않게 됐다. 사실 음반 회사는 저작권에 극히 집착하는 곳이므로 그게 불확실해지면 흥미가 없다. 그리고 순수 에이아이 창작물에 가짜 창작자를 붙여 저작권이 있는 것처럼 판매하는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권리를 판 셈이어서, 자칫 심각한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앞의 계약 취소 사건은 단지 윤리적 결정이었을까? 회사가 나중에 무한 소송에 말려들지 모른다는 공포가 작용한 것 아닐까? 에이아이를 적극 활용하는 작가나 출판사는 유념할 부분이다. 그러나 회사가 이미 가진 것으로만 보면 에이아이는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다. 회사들은 에이아이가 학습에 사용한 저작물에 대해 사용료를 받아내려고 열심히 싸우는 중이다. 알짜 저작권의 소유가 법인에 집중되는 것은 오늘날의 현실이다. 저작권을 이미 법인에 넘긴 창작자들은 에이아이 회사와의 소송이 남의 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는, 그토록 이윤에 집착하는 법인이 에이아이 회사와 싸울 때는 마치 인류의 대표자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게 허상은 아니다. 이윤을 위한 투쟁은 인간의 발명이지 기계가 가르쳐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