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손을 맞잡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광고 4755조원, 지난 6월29일 이재명 정부의 ‘국민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2035년까지 투자하겠다고 밝힌 총금액이다. 이는 두 기업의 기존 투자 프로젝트 금액을 모두 합산한 것이지만, 주로 신규투자 프로젝트에 기초해 정부가 밝힌 금액도 약 1461조에 이른다. 2025년 명목 국내총생산이 2663조원임을 고려하면 엄청난 액수다. 돌이켜보면 그날은 아마도 한국 경제사에서 한 획을 그은 날이 될 지도 모른다. 정부가 한국을 글로벌 인공지능(AI)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만들어 성장을 촉진하고 경제를 도약시키겠다는 담대한 산업정책의 비전을 발표한 날이기 때문이다. 3대 메가프로젝트는 과거 발전국가로서 고도성장에 성공한 한국이 선진 산업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선언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들이 존재한다. ■ 이재명 정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의미와 배경광고 3대 메가프로젝트는 AI 혁명에 대응해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를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미래 성장전략이다. 반도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총 800조원을 들여 서남권에 메모리 반도체 팹(공장)을 짓고 충청권에는 반도체 후공정 거점을 만든다. 동남권과 대경권(대구·경북)은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한다. 피지컬 AI는 글로벌 3강 도약을 목표로 새만금과 대경권에 로봇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AI로봇 전문인력 1만명을 양성한다. AI 데이터센터 부문은 에스케이, 지에스(GS), 네이버 등의 기업이 2029년까지 550조원을 들여 울산, 동해, 세종 등에 8.4기가와트(GW) 규모를 짓고, 이후 10GW 규모를 추가 건설한다. 투자 주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삼성전자가 기존의 평택,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액을 포함해 2655조, SK하이닉스가 용인 팹의 투자액을 포함해 21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러면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것은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전력과 용수, 입지와 인력 등 기반 시설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 산업들을 위해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소(원전) 중심으로 전력공급을 보장하는 전기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또한 기업의 대규모 지역투자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해 기업형첨단도시 조성방안도 발표했다. 또한 정부는 반도체 대호황이 가져다줄 추가세수를 기반으로 미래대응기금을 설립해 미래산업, 청년, 지방, 교육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광고광고 물론 기업들은 공시를 통해 향후 시장 상황이나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투자계획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메가프로젝트의 투자계획이 장기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바뀐 뒤에도 그대로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이 프로젝트는 투자규모와 지역 범위를 고려하면 1970년대 중화학공업화에 비견되는 획기적인 정부의 산업정책이라 할 수 있다. 산업정책은 특정 산업 육성으로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이나 조세, 무역과 투자 정책, 기업규제 등을 통해 경제에 개입하는 정책이다.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국가들이 과거 적극적인 산업정책을 통해 급속한 경제발전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국가개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세계화와 개방, 경제자유화가 확산하면서 각국의 산업정책은 크게 약화됐다. 한국 정부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에는 세금감면과 연구개발 지원 등으로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전면적인 산업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았다. 광고 하지만 2020년대에는 세상이 바뀌었다. 팬데믹과 전쟁 이후 각국 정부는 지정학적 갈등과 세계화 후퇴를 배경으로 공급망 확보와 경제안보를 추구해 산업정책으로 대표되는 경제개입을 강화했다. 반도체 산업과 녹색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 및 과학법’,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제정한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등도 최근에는 적극적으로 산업정책을 펴고 있다. 전 세계 산업정책 개입의 수는 2010년 34건에서 2017년 228건, 그리고 2022년 1568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제 경제학계에서도 과거와 달리 산업정책의 효과를 강조하는 연구들이 대거 발전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도 국가의 귀환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또 다른 배경은 AI 혁명으로 표현되듯,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경제와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점이다. AI가 생산성 상승과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배경으로, 각국은 AI 생태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정부도 3대 메가프로젝트 보고자료에서 현재 AI가 성장과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잠재성장률의 지속적 하락을 역전시킬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한국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과 초과세수 등으로 기업과 정부의 투자여력이 늘어났고, 반도체와 제조업 역량 등 AI 생태계 핵심요소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반도체는 AI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를 제공하고,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연산을 수행하며, 피지컬 AI는 로봇을 통해 AI를 산업 현장에서 실현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페이스북에서 ‘AI 생산혁명’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AI 시대 국가의 성공은 국가가 얼마나 빠르게 AI 관련 생산역량을 갖추고, 이를 경제성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생산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생산능력을 재생산하며, 생산의 과실을 다시 생산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그는 장기투자를 조정하고 청년들의 경력과 숙련을 키우는 등 생산관계를 조직할 뿐 아니라, 초기 수요를 창출하고 시장을 조직하는 국가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재명 정부는 이러한 관점에 기초해 과거와 달리 공급 측면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에 기초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3대 메가프로젝트에 던지는 질문광고 이렇게 의의가 큰 3대 메가프로젝트이지만 몇 가지 질문이 남는다. 첫째, 산업정책 초점이 AI 산업에 크게 편중된 것은 아닌가? 물론 국민성장펀드는 바이오와 2차전지 등 12개의 다양한 첨단전략산업이 투자대상이지만, 여전히 현 정부 산업정책의 핵심은 AI 관련 산업에 맞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정부의 강한 ‘AI 낙관주의’를 반영한 것이지만, 잠재적 위험을 수반할 가능성이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이 경고하듯이, 역사적으로 다른 신기술 분야에서 나타났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과도한 투자가 AI 부문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신기술과 비교한 AI 관련 투자. 자료 BIS 이는 과거 신기술의 ‘붐-버스트’(호황-불황) 사이클처럼, 현재의 반도체 공급 부족도 향후 수요가 둔화될 경우 공급과잉으로 전환돼 투자가 급락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 현재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빅테크기업, 소위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막대한 투자로 인해 잉여현금흐름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이코노미스트지도 보도하듯 앤트로픽 등 AI 서비스기업들의 매출은 이러한 투자 증가를 정당화할 만큼 빠르게 늘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 이 부문에서 순환 금융(circular finance)이 확산하면서 금융 취약성이 심각해질 가능성도 지적된다. 예를 들어 엔비디아가 오픈 AI에 대규모로 투자하고, 오픈 AI가 그 돈으로 엔비디아의 칩을 사는 식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에는 AI 거품을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며, 만약 거품이 붕괴한다면 투자와 소비에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경우 반도체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AI 부문에 거의 집중한 3대 메가프로젝트는 정부의 이전 접근과 차이가 크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AI, 바이오, 콘텐츠, 방위산업, 에너지 및 제조업을 포괄하는 이른바 ‘ABCDE 전략’을 제시했다. 2025년 8월 발표한 경제성장전략도 30개 선도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등 더욱 다양한 산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크게 높아져 42%나 되는 현실에서 다른 산업들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둘째, 3대 메가프로젝트의 방향은 또 다른 중요한 목표인 기후위기 대응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지 않는가? 잘 알려져 있듯 한국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제적으로 높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크게 낮다. 그래서 한국은 기후악당국가로 불리기도 한다. 2025년 2월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발전에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3년 8.4%에서 2038년 29.2%로 높일 것이라 발표했지만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한 현실이다. 그런데 정부는 2035년까지 총 18.4GW(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짓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6.3GW의 반도체 팹 4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막대한 양의 전력을 추가로 필요로 한다. 구체적으로 2035년에만 연간 169.5TWh, 전체의 약 24%에 해당하는 전력수요를 추가로 발생시킬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수요는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 결국 획기적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증가되지 않는다면 3대 메가프로젝트는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켜 한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녹색전환연구소에 따르면, 3대 메가프로젝트는 기존에 설정한 NDC에 부합하는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도 2030~2035년 사이 매년 약 2145만톤의 온실가스를 추가로 발생시킬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가 배출량을 상쇄하면서 2035년 NDC 목표를 지키려면, 발전부문의 나머지 온실가스를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이 감축해야 한다. 이를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의 산업정책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그린뉴딜과 같은 노력이 모자란 것은 우려스럽다. 셋째, 가장 중요한 질문은 AI 중심의 산업정책인 3대 메가프로젝트가 과연 성장의 과실을 모든 시민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2026년 상반기 반도체 수출이 급속히 늘어 성장률이 높아졌지만 그 효과가 경제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현재의 호황이 반도체 산업의 수출기업과 내수에 의존하는 여타 산업 간의 격차를 심화시켜 K자형 양극화가 확대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3대 메가프로젝트가 성공한다 해도 그 혜택이 극소수 대기업과 이들 기업의 고임금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집중된다면 사회적 격차와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AI 중심의 산업정책은 일자리 창출 효과도 제한적일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매우 자본집약적이어서 2022년 반도체 산업의 최종수요 10억원당 취업유발계수가 1.86명으로, 제조업 전체의 4.85명에 비해 크게 낮았다. 반도체 산업 취업자 수도 제조업 전체 취업자의 약 4%에 불과하다. 한편 정부는 최근 기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한 ‘메가특구 특별법’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기간제 노동자의 최대 고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고, 파견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업종을 늘리며, 연구개발인력을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제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런 조처는 정부가 AI 중심의 산업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동시장 규제완화를 도입하고, 기업을 편들고 노동을 배제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정부는 미래대응기금이나 청년들의 교육 등을 통한 번영의 공유를 강조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한지는 의문이다. 반도체 등 AI 관련 산업의 이익을 협력업체와 취약한 노동자와 나누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완화하며, AI 발전으로 인한 불평등을 개선하는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할 것이다. 이재명 정부의 강력하고 적극적인 산업정책인 3대 메가프로젝트의 추진은 바람직하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산업정책이 AI에 집중된 것은 아닌지, 3대 메가프로젝트가 우리 시대의 커다란 도전인 기후 위기와 불평등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은 없는지 물어야 한다.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찾아야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진정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강국 리쓰메이칸 대학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