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과거 불법으로 하천을 점용하고 있는 경기도 내 휴양지의 한 식당 모습. 경기도 제공 광고“대통령 지시사항입니다.” 충남 공주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ㄱ씨는 지난 3월 면사무소 직원들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았다. 농촌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거(도랑과 같이 배수 등을 위한 소규모 수로)를 불법 점용한 농장 시설 일부를 철거하라는 것. 하지만 철거 명령을 받은 곳에는 구거가 없었다. 수십년 전 지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적도’상에만 있는 구거였던 탓이다. 그런데도 ㄱ씨는 나무를 뽑고 기구와 시설을 자진 철거했다. ㄱ씨는 30일 “농번기에 갑자기 공문이 날아오고 공무원들이 지적하니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컸다”며 “농사에까지 차질이 생겨 결국 1천만원 넘게 손해를 봤다”고 했다. 정부의 계곡·하천 정비사업이 본격화한 가운데, 정비 대상에 ‘하천 등 500m 내 구거’가 포함되면서 농가 곳곳에서 소동이 일고 있다. 계곡 상업시설 등을 표적 삼은 정비사업 과정에서 구거를 관행적으로 점용해온 농민들이 유탄을 맞은 것이다. 일부 농가는 오래전 바뀐 지형이 반영되지 않은 지적도 오류로 인해, 존재하지도 않는 구거를 이유로 시설을 철거하는 상황에까지 놓였다.광고 정부와 농가들 설명을 들어보면 행정안전부는 지난 6월30일까지 계곡·하천 정비사업을 위한 자진 신고와 철거 기간을 거쳐, 이달부터 본격적인 행정대집행(강제 철거)을 진행하고 있다. 정비사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행정안전부의 하천·계곡 내 불법 점용 시설 실태 조사 결과를 강하게 질타하고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대통령 지시는 경기도지사 시절 대표적 업적으로 평가받는 ‘계곡 불법 상업시설’ 정비의 연장선으로 여겨졌다. 문제는 ‘불법 점용’으로 지목된 곳 가운데 계곡·하천의 상업시설뿐 아니라 구거까지 상당 부분 포함된 점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발표한 재조사 결과, 3만3천여건의 불법 점용 가운데 4277곳이 구거였다. 농촌 지역에 주로 있는 소규모 배수로인 구거는 계곡 내 상업시설과 달리 통행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가 적고 수로 기능 자체를 잃은 곳도 많다. 지적도에 잘못 기재돼 있는 사례도 허다하다. 엄밀히 따지면 ‘불법’이 맞지만, 많은 농가가 관행적으로 이용해온 이유다.광고광고 농촌 마을 곳곳은 날벼락을 맞은 분위기다. 충청남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ㄱ 행정사는 “(온 마을에서) 농기구, 시설을 뜯어내는 등 난리가 났다거나, 구거 점용 관련 시청 민원 건수가 몇백건에 이른다는 말까지 들린다”고 전했다. ㄱ씨도 동네 사정을 전하며 “우리 동네는 4건 이상 적발됐다. 기력도 없는 아랫집 할머니는 소 사료 창고 등을 혼자 치워야 할 판”이라고 했다. 농가들의 혼란에 정부도 뒤늦게 무조건적인 강제 철거는 자제하기로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행 초기에는 원칙대로 했지만 지난 6월 정비기준을 재정비하면서 상행위 중심으로 철거를 진행하고, 나머지 부분은 유예하면서 자연스럽게 점용 허가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