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역 비하 성격을 가진 응원 구호를 외쳐 논란을 일으킨 서울 배재고등학교 야구부가 지난 6일 전남광주특별시 광주제일고등학교를 찾아 사과한 뒤 광주제일고 야구부와 악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광고이혜정 |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배재고 야구부 응원 사태’ 이후, 학교 안 혐오 문제가 여기저기서 끓어올랐다. ‘끓어올랐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논의들이 다시 잠잠해질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학교 안 혐오 문제는 10여년 전에도 끓어올랐던 주제다. 어떤 언론사는 ‘교실이 혐오의 배양지’라는 표현을 쓰며 기획 기사를 보도했고, 나도 여러 선생님들과 이 현상을 연구하고 책으로 발간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 사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해왔는지, 연구자이자 교육자로서 나는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면 부끄러울 뿐이다. 이번 ‘배재고 사태’는 지난 10여년간 우리 사회가 혐오·차별 현상에 대응하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결과다. 한강 작가의 말처럼, ‘배재고 사태’는 우리에게 어떤 신호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신호의 수신자는 누구이며, 어떻게 응답해야 할까.광고‘배재고 사태’ 이후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학교 운동부 선수 교육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후 교육부 누리집에 탑재된 40여개 보도자료 중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은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학교운동부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 근절, 인권 감수성 및 역사인식 관련 교육 강화와 인권교육 및 민주시민교육 내실화를 약속했다. 지난 16일 국가교육위원회는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근현대사 비중 상향을 의결했다. 언론에서도 민주시민교육 강화와 혐오 표현 금지 규정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그런데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고 혐오·차별에 관해 가르치면 청소년 혐오 문화가 변화할까. 학교 현장의 교사들이 지적하듯, 학교에 어떤 교육을 추가하고 강화하는 ‘교육화’(educationalization)방식은 편리하지만 그 효과가 크지 않다. 학교에는 이미 온갖 필수 교육이 있지만 그 교육이 지향하는 사회는 여전히 멀리 있다.광고광고관련 교육 강화 방안은 청소년들이 잘 몰라서 혐오·차별 표현을 쓴다는 것을 전제한다. 그런데 이 표현을 쓰는 다수 학생들은 그것이 차별의 언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유머로써 소비한다. 어떤 집단을 특정한 이유로 조롱하는 것이 청소년들이 미디어에서 배운 놀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혐오 표현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계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보다는 혐오와 차별이 왜 문제인지 교실 안에서 구체적으로 다루는 것이 필요하다. 재미로 하는 혐오·차별이 그 대상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혐오·차별이 만연한 사회의 미래는 어떤 것일지 같이 토론해 봐야 한다. 사회적 차별에 관한 인식과 태도는 옳고 그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감정과 감각의 문제이다. 감수성을 건드리는 교육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교실은 이 불편함을 다룰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옳다고 믿었던 자신의 생각이 흔들리는 걸 경험해 보는 것 자체가 민주시민교육이다. 이렇게 할 때 학생들은 혐오와 차별에 대한 생각과 감각을 변화시킬 수 있으며, 삶과 사회의 구경꾼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책임감을 갖게 될 것이다.이런 교실이 가능하려면 학교가 차별에 민감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혐오·차별에 대응하는 교육을 고민해 온 정책가와 연구자들은 ‘학교 전체 접근’을 강조한다. 교육과정에서부터 구성원의 인식, 학교 전반의 문화가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변화하는 학교는 그 자체로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작동할 것이며, 이를 위해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등을 통해 차별과 혐오를 용인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 필요하다.나는 ‘배재고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의 내용이 바로 이 사회와 학교 전반의 변화이며, 그 수신 책임은 국가와 교육 당국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교육부와 교육청은 혐오와 차별에 대응하는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교육정책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우리보다 앞서 학교 안팎의 혐오·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체계적인 정책을 실행해 온 스웨덴, 영국, 호주, 노르웨이 등의 사례를 면밀히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 현장에는 이미 기계적 중립성 강요와 민원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성평등과 인권, 민주주의 교육을 실천하는 교사들이 우리 안의 차별과 혐오의 습관을 흔들고 균열 내는 교실을 만들어가고 있다.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은 이 교사들이 실현하고 있는 이 교실을 어떻게 한국 공교육 전반으로 확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 시기를 놓치고 방관하면 10년 후 우리는 더 비극적인 상황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지금 우리 앞의 실패를 용감하게 직면하고, 당장 실천을 시작하자.
‘배재고 사태’ 재발 막으려면 학교가 혐오에 민감해져야 [왜냐면]
이혜정 |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배재고 야구부 응원 사태’ 이후, 학교 안 혐오 문제가 여기저기서 끓어올랐다. ‘끓어올랐다’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논의들이 다시 잠잠해질 것 같은 예감 때문이다. 학교 안 혐오 문제는 10여년 전에도 끓어올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