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인천 동수초등학교 6학년을 맡은 구자숙 교사는 지난 3월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을 상대로 ‘혐오 표현 예방교육’을 했다. 학생들이 신조어와 유행어가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고, 혐오 표현을 쓰면 안 되는 이유를 적어놓은 활동 결과물. 구자숙 교사 제공 광고 배재고등학교 야구부의 ‘스타벅스 가야지’ 응원 구호로 시작된 ‘5·18 민주화운동’ 조롱 사건이 광주제일고등학교의 용서와 화해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학교 현장에선 일부의 일탈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온라인에서 소비되던 지역 비하, 혐오·조롱 표현이 스며든 교실의 모습과 대책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광고 “틀딱·잼민이·개저씨·개근거지….” 인천 동수초등학교 6학년을 맡은 구자숙 교사는 지난 3월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을 상대로 ‘혐오 표현 예방교육’을 했다. 교실 벽에 커다란 종이를 붙이고, 학생들에게 요즘 쓰는 신조어와 유행어를 아는 대로 적어보라고 했다. 종이는 금세 빼곡해졌다. 구 교사는 특정 집단을 가리키는지, 비웃거나 낮추는 뜻이 있는지, 들으면 상처받거나 차별받는 느낌이 드는지 등 세가지 요건 중 두가지 이상에 해당하면 혐오 표현일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줬다.광고광고 ‘틀딱(틀니 딱딱)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나이 든 사람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의미로 쓰는 노인 혐오 신조어입니다. 대신할 수 있는 말은 노인이나 어르신이 있습니다.’ 각각의 표현에 대해 토론한 학생들은 스스로 왜 혐오 표현인지 정의하고, 대체어도 찾아냈다. 구 교사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혐오 표현이 뭔지 정확히 모른다”며 “학교폭력 예방교육처럼 혐오 표현 교육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8일 만난 교사들과 전문가들은 배재고등학교 ‘5·18 민주화운동’ 조롱 응원을 계기로 불거진 10대들의 혐오 표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선 학교 내 교육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을 상대로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선 무엇이 혐오 표현인지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혐오 표현을 ‘입장의 차이’라고 보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광고 광주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교육부에서는 토론과 숙의를 통한 민주시민교육을 해결책으로 제시하지만 사회가 받아들일 수 없는 혐오·차별 표현이나 역사왜곡 등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가르치는 것이 더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사회교사모임 부회장인 김혜자 교장(각화중)도 “교사가 교실에서 혐오 표현이 나왔을 때, 이 발언이 왜 문제인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사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특정 정체성을 이유로 상대의 존엄을 깎아내리는 표현이라는 점을 짚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 2~6일 초6~고3 청소년 1636명에게 배재고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물은 설문조사에서도 40.8%가 ‘왜 문제가 되는 표현인지 알려주는 교육’이라고 답변했다. ‘잘못의 크기에 맞는 처벌’(33.2%), ‘온라인에서 혐오·조롱 콘텐츠가 퍼지지 않게 막는 것’(32.4%)보다 많았다. 혐오 표현을 대응하는 데 교사 개인 차원을 넘어 학교와 교육당국이 다층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교조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학교 생활규정에 혐오 표현을 조치할 근거를 넣자면서 교사뿐 아니라 학교 관리자와 교육청이 함께 대응하는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인천 동수초등학교 6학년을 맡은 구자숙 교사는 지난 3월 새 학기를 맞아 아이들을 상대로 ‘혐오 표현 예방교육’을 했다. 학생들이 쓴 내용들을 교실 벽면에 붙여놓았다. 구자숙 교사 제공 교사들의 구체적인 대처 방안도 고민해야 할 지점이다. 경기의 한 고등학교 박아무개 교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비하하는 ‘운지’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학생에게, 노 전 대통령 관련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 오라는 과제를 낸 적이 있다”며 “그러나 그 학생은 나를 피하거나 수업 시간에 엎드리더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오히려 안 좋은 건가 혼란스러웠다”고 했다.광고 실제 전교조가 전국 초중고 교사 1109명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지난 2~6일)한 결과를 보면, 혐오·역사왜곡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 방법을 “모른다”(잘 모름 56.1%, 전혀 모름 17.1%)고 답한 비율이 73.2%였다. “잘 알고 있다”는 교사는 2.4%에 그쳤다. 혐오 표현 지도를 위한 매뉴얼이나 수업 개발, 교사 연수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혐오 표현 교육을 해본 경험이 있는 교사들은 학생 스스로 성찰하는 방식의 교육이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구자숙 교사는 “혐오 표현 교육 뒤 학생들은 교사가 아닌 친구 눈치를 보게 됐다. 누군가 혐오 표현을 쓰면 ‘그거 비하하는 말이잖아’라고 서로 지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도 대응을 소극적으로 만드는 원인이다. 교사의 혐오 표현 지적을 정치적 성향 문제로 몰아가면 교사들의 개입이 쉽지 않다. 혐오 표현의 발원지로 지목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청소년 대상 알고리즘 추천 구조를 규제하는 방안부터, 혐오 표현을 방치하는 플랫폼에 단계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혐오와 표현의 자유는 구분해서 규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어떤 것이 차별인지 법으로 규정하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대안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며 “특정 혐오 표현은 잘못된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는 지난해 12월부터 16살 미만의 소셜미디어 계정 차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소셜미디어에 여전히 너무 많은 아이가 있다”며 “빅테크(거대 정보기술기업)들이 법을 준수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프랑스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규제를 추진하고 있다. 알고리즘·플랫폼을 이해시키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학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여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7일 ‘혐오는 어떻게 학교에 들어오는가’ 정책브리핑에서 “학교의 디지털 교육은 정보윤리 중심에 머물러 있으나 알고리즘이 무엇을 보여주고 감추는지, 플랫폼이 왜 갈등과 혐오를 증폭시키는지 이해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우연 박정연 기자 aza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