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치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노년기 귀 건강을 제대로 지키기 위해서는 늦지 않은 시기에 보청기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승식 기획위원 광고“귀의 입장에서, 지금 우리 사회는 정말 가혹한 환경입니다.” 현대인의 귀는 피곤하다. 청력 손상을 유발하는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일상에 널려 있다. 지하철과 도로, 카페 소음은 80㏈을 가볍게 넘고,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은 이러한 소음보다 커야 하기 때문에 쉽게 과도한 소음의 기준이 되는 85㏈을 넘기 일쑤다. 일상이 소음으로 빽빽이 들어찬 셈이다. 단발성 폭음이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소음이 반복되면 청각세포는 서서히 망가진다. 여기에 노화까지 더해지면 난청은 훨씬 빠르고 심각하게 악화한다. 25년 넘게 난청 환자를 진료해온 이치규 순천향대 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관기능장애(Eustachian tube dysfunction)와 보청기, 인공와우 등 청각재활 분야를 전문으로 한다. 그는 현대인의 귀가 진화 과정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소음 환경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간의 귀는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의 미세한 발자국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된 ‘생존 경고음' 센서입니다. 이토록 약하디약한 귀로 온종일 지하철 소음을 견디고, 귓구멍을 꽉 막은 채 굉음에 가까운 음악을 들으니 귀가 지치고 병들 수밖에 없습니다.”광고 -진료 현장에서 체감하는 난청 환자의 연령대 변화가 뚜렷한가. “20여 년 전 처음 진료를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환자층이 확실히 젊어졌다. 60~70대 노인성 난청은 여전히 많지만, 최근엔 40~50대를 넘어 30대와 초중고생 환자도 부쩍 늘었다. 스마트폰과 무선 이어폰이 일상이 되면서 온종일 귀가 쉴 틈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에는 ‘동일 에너지 이론’이라는 게 있다. 귀가 평생 견딜 수 있는 진동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가설이다. 탄성을 가진 스프링을 계속 혹사하면 어느 순간 끊어지듯, 과도한 소음 에너지를 지속해서 받으면 청력의 마모 시계는 그만큼 빨리 돌아간다.”광고광고 -최근 학계에선 난청과 치매의 연관성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저널들이 난청 환자에게 치매가 더 일찍 찾아온다는 연구를 연이어 발표했다. 과거엔 난청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환자들도 요즘은 ‘치매가 두렵다’며 병원을 찾는다. 물론 이전엔 난청이 치매의 단순한 전조증상인지 인과관계가 불분명했지만, 최근엔 난청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막아주면 치매 발병을 지연시키거나 억제할 수 있다는 쪽으로 학계의 의견이 강하게 모이고 있다.”광고 -청력 저하가 뇌의 인지 기능 저하(치매)로 이어지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무엇인가. “시각과 청각, 후각 등은 외부로 돌출된 ‘뇌의 일부’다. 이들 감각은 뇌신경과 직결돼 있어 청각이 떨어지면 뇌로 가는 자극이 줄고 인지 기능도 함께 저하된다. 반대로 보청기나 인공와우로 청각 자극을 뇌로 다시 전달해주면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음이 임상적으로 확인됐다. 또한 난청은 일상생활의 피로도를 극도로 높인다. 잘 안 들리는 문장의 빈칸을 뇌가 스스로 추론해 메우느라 이른바 ‘청취 노력’에 과도한 에너지를 쓰기 때문이다. 정상인이 에너지 100으로 하루를 버틴다면, 난청인은 듣기 위해 뇌를 혹사하느라 정오면 이미 뇌가 방전 상태에 이른다.” -난청 교정이 필수적임에도 유독 보청기 거부감이 심한 이유는. “시각과 청각에 대한 이중 잣대 탓이 크다. 눈이 나쁘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안경을 쓰지만, 보청기는 철저히 ‘노화와 늙음의 상징’으로 여겨 때로는 80대 환자조차 착용을 꺼린다. 또 하나의 치명적인 오해는 보청기를 ‘아예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전농 상태에 끼는 것’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맹인에게 안경이 소용없듯, 보청기 역시 완전히 청력을 잃은 뒤엔 무용지물이다. 청력이 아직 남아 있는 ‘덜 들릴 때’ 착용해 소리를 증폭시켜야 한다.”광고 -“소리는 들리는데 말뜻을 이해 못하겠다”는 환자들의 호소도 있는데. “그게 바로 노인성 난청, 감각신경성 난청의 전형적 특징인 ‘어음 변별력’ 저하다. 소리를 감지(Hear)할 순 있지만, 이를 명확히 분별해 뜻을 이해(Understand)하지 못하는 상태다. 소리는 충분히 크게 들리지만, ‘사과를 가져와’가 ‘사자를 가져와’처럼 들리거나, ‘칠십’과 ‘칠십오’, ‘김’과 ‘팀’처럼 비슷한 발음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어음 변별력은 한 번 크게 떨어지면 회복이 힘들다. 난청이 오래 지속되면 귀는 말소리를 제대로 뇌로 전달하지 못하고 뇌도 점차 말을 구별하는 능력을 잃어간다. 시간이 지나면 단순히 소리를 크게 들려준다고 해서 예전처럼 말을 또렷하게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 경우 무작정 보청기를 끼면 시끄러운 식당의 잡음까지 한꺼번에 증폭돼 오히려 고통만 커진다. 보청기는 소리의 볼륨을 키워줄 뿐 이미 망가진 뇌의 ‘이해도’ 자체를 높여주진 못한다.” -그렇다면 보청기 사용 시기를 제대로 알아야 할 것 같다. “반드시 이비인후과 전문의나 청력 평가 등을 하는 ‘청능사’를 통해 현재 자신의 어음 변별력을 정확히 진단받아야 한다. 보통 어음 변별력이 50% 이상은 되어야 보청기를 끼고 원활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50% 이하로 떨어졌다면 보청기 대신 인공와우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실제로 비전문가들이 이해도가 10~20%밖에 안 되는 분들에게 무작정 보청기를 파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비싼 돈 주고 보청기 껴도 아무 소용 없더라’는 사회적 불신만 커지게 된다.” -고령화 시대, 난청 관리를 위해 국가 시스템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은. “현재 청각 장애 등급인 ‘60㏈ 이상의 고도 난청’에만 국가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점이 가장 큰 맹점이다. 정작 일상 소통이 안 돼 매번 되묻다 가족과 갈등을 빚고 우울증에 빠지는 40~60㏈의 중도 난청 환자들은 복지 사각지대에 철저히 방치돼 있다. 보청기만 끼면 정상적인 경제·사회 활동이 가능함에도 100만~200만원대 고가의 비용 탓에 치료를 포기하는 이가 허다하다. 이들이 고가의 인공와우 수술 단계로 넘어가기 전 보청기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적·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이는 길이다.” -일반인들이 일상에서 반드시 실천해야 할 귀 건강 수칙은. “첫째, 이어폰 사용을 최소화하라. 불가피하다면 귓구멍을 꽉 막는 커널형 대신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는 오픈형이나 골전도 이어폰을 권한다. 귓구멍을 빈틈없이 막으면 그 엄청난 음향 에너지가 고막을 직접 때리게 된다. 내 이어폰 소리가 옆 사람에게 들릴 정도라면 이미 청력에 치명적인 폭력을 가하는 셈이다. 둘째, 노화가 본격화되는 40대부턴 1~2년에 한 번씩 정밀 청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귀가 오래 먹먹하거나 갑자기 한쪽 귀가 안 들린다면 단순 노화가 아닌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병(귀 안의 림프액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심한 회전성 어지럼증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내이 질환) 등 ‘질환’일 수 있으니 즉시 이비인후과를 찾아야 한다. 난청의 방치는 단순한 청력 손실로 끝나지 않는다. 대화 단절, 분노와 우울증, 그리고 종국엔 치매라는 비극으로 이어지는 무서운 도미노의 시작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