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026년 6월23일 밤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왼쪽)이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그룹 소속으로 연방 하원의원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대리얼리자 아빌라 셔발리에 후보의 손을 잡고 웃고 있다. AP 연합뉴스광고장석준 |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미국에서 ‘민주사회주의’ 흐름의 약진이 놀랍다. 뉴욕, 콜로라도 등에서 잇달아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그룹’(DSA) 회원들이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로 선출되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 주류가 양분해온 미국 정치에서 전에 없던 현상이다.이런 미국 정치의 인상적 변화를 놓고 국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의 진보세력도 거대 정당 안에서 분파로 활동하는 방안을 타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미국의 디에스에이를 본받아 국내에도 ‘사회주의’ 이념을 전면에 내세우는 정치세력이 등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모두 나름의 고민에서 나온 이야기들이지만, 미국 정치의 변동이 말해주는 가장 심원한 역사적 의미는 놓치고 있다. 그것은 지구 질서를 지탱하던 아메리카 제국의 쇠퇴가 이제 정말로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광고20세기 벽두에 지구자본주의 질서는 아직 대영제국의 패권에 의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독일 등 신흥 열강의 도전으로 유일 패권국 지위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있었다. 영국에서 노동조합과 사회주의 세력이 최초로 독자 정당인 노동당을 창당한 게 바로 이 무렵이었다(1900년). 노동당은 창당 이후에도 한동안은 자유당의 하위 파트너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도 자유당은 노동당의 등장을 예사롭지 않게 여겼고, 그래서 1909년에 부랴부랴 이른바 ‘인민예산’을 발표하며 초보적인 복지-재분배 정책을 도입했다.그러나 국내의 도전은 점점 더 강력해지기만 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4년 동안(1910~1914년) 세개의 산업 부문(광산, 철도, 항만)을 중심으로 산업별 노동조합이 급성장했고 대규모 파업이 급증했다. 세계대전을 겪으며 영국 패권의 쇠퇴를 절감하게 된 1918년에는 노동당이 드디어 사회주의를 당의 목표로 명시한 당헌 제4조를 채택했고, 1922년 총선과 1923년 총선에서 잇달아 30% 선의 득표를 거두며 자유당을 대체하는, 보수당의 새 라이벌로 부상했다. 1926년에는 그간 노동운동을 이끌던 산업별 노동조합들의 주도로 영국 사회를 일주일간 말 그대로 ‘정지’시킨 총파업이 벌어졌다.광고광고이런 영국 내부의 이의제기와 압력은 가뜩이나 위축돼 있던 대영제국의 전 지구적 후퇴를 재촉했다. 영국 노동당이 원칙 있는 반제국주의 세력이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노동당의 성장과 인도 독립투쟁의 활발한 전개 사이에 모종의 연관 관계가 있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는 없다. 영국 내부에서 권력 재편과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대영제국의 수축을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이 엘리트들 사이에 확산했다. 그리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직후에 ‘복지국가’ 영국의 등장과 함께 제국의 왕좌는 대서양 건너로 완전히 넘어갔다.오늘날 미국 내 좌파 정치의 붐은 한 세기 전 영국 내부에서 벌어진 이런 변화를 연상시킨다. 그때 그랬듯이, 쇠퇴하는 제국은 외부의 도전(중국, 남반구)에도 직면하지만, 더는 제국 운영을 위한 희생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는 국내의 저항에도 직면한다. 제국 안의 이런 반란은 제국 바깥의 도전과 복잡한 연관 관계를 맺게 되고, 둘 사이의 예기치 않은 연계는 제국이 철수한 뒤의 세계가 그래도 좀 더 인간적이고 문명적인 모습을 띠게 하는 데 기여한다. 적어도 지난 세기에는 그랬다. 지금 미국 내 좌파에 기대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숙명적 역할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