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14일 저녁 7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홀에서 ‘시대와 세대를 잇다 : 리영희가 던진 질문을 오늘에 다시 새기다’를 주제로 경기사회포럼이 열렸다.광고가짜뉴스와 확증편향이 지배하고, 인공지능(AI)이 정답을 대신 찾아주는 시대에 우리는 왜 다시 ‘리영희’를 소환하는가.1970~80년대 냉전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우상’에 맞서 철저한 사실과 이성으로 균열을 내며 청년들의 영혼을 깨웠던 고 리영희 선생(1929~2010). 그가 세상을 떠나고 시간이 꽤 흘렀지만, 역설적이게도 정보가 너무 많아 오히려 진실을 분별하기 힘들어진 2026년의 한가운데서 그의 날카로운 비판적 지성은 더욱 강렬한 시대적 요청으로 되살아나고 있다.지난 14일 저녁 7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홀에서 ‘시대와 세대를 잇다 : 리영희가 던진 질문을 오늘에 다시 새기다’를 주제로 경기사회포럼이 열렸다.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자 언론인인 리영희 선생의 삶과 사상, 철학을 통해 오늘의 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이날 토론회는 김효순 리영희재단 이사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단으로는 김학민 전 한길사 편집장, 모정하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 정용준 청년활동가(경기평화교육센터) 등이 참여했다.광고토론회의 중심 화두 중 하나는 ‘오늘날 청년 세대에게 리영희는 어떤 의미인가’였다. 정치적 억압과 군부 독재 시절, 목숨을 걸고 서구 언론의 객관적 자료와 수치를 통해 ‘우상’(반공 이데올로기)을 깨뜨렸던 리영희의 서사는 오늘날 청년에게 다소 낯선 역사책 속 ‘한 줄로 읽히기’ 십상이었다. 청년 패널로 참석한 정용준 활동가는 “청년들이 리영희 선생을 잊어가는 것은 단순히 세대 차이나 역사 인식의 부재 때문이 아니다”라며 의미심장한 진단을 내놓았다.청년 세대가 진정으로 잊어가고 있는 것은 리영희 선생이라는 인물이 아니라, ‘질문하는 태도’ 그 자체였다. “정답을 맞추는 것에만 익숙해진 사회에서, 타인과 다른 생각을 꺼내놓기를 망설이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의 독점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정보의 과잉이 문제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보만 편식하다 보니 타인의 의견을 거부하고 자기 생각만 바르다고 믿는 ‘확신’의 덫에 갇혀 있다.” 이같이 진단한 정 활동가는 리영희 선생의 저서 ‘대화’에 등장하는 “사상의 자폐증은 자살이다”라는 문구를 인용하며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멈추고 ‘의심하고 질문하는 비판적 지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광고광고14일 저녁 7시, 경기도 수원시 팔달문화센터 예당마루홀에서 ‘시대와 세대를 잇다 : 리영희가 던진 질문을 오늘에 다시 새기다’를 주제로 경기사회포럼이 열렸다.교육 현장의 목소리도 이와 궤를 같이했다. 모정하 전교조 경기지부 부지부장은 학교 현장에서 청년·청소년들이 직면한 문해력과 사고력 저하 문제를 짚었다. 모 부지부장은 “과거 미디어 리터러시(지식 활용 역량)를 넘어 이제는 ‘인공지능 리터러시’가 요구되는 시대”라며 “학생들이 과제나 일상적 고민마저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존하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사고력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문명의 이기 속에서 우리가 리영희 선생에게 배워야 할 것은 지식을 단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끝까지 스스로 파고들어 진실을 밝혀내려는 ‘탐구력’과 삶의 자세”라고 덧붙였다.이날 포럼에서는 리영희 선생의 옥중 생활과 그를 도왔던 ‘교도관들’의 존재 등 묻혀 있던 비화도 깊이 있게 다뤄졌다. 김학민 전 편집장은 리영희 선생이 감옥에 갇혔을 때 안과 밖을 연결하며 목숨을 걸고 글과 서적을 배달했던 민주 교도관들의 역할을 재조명했다. 김 전 편집장은 “지식인을 육체적으로 가두는 것을 넘어 사상적으로 전향시키려 했던 독재 정권 시절, 철벽 같은 감옥 안에서 이들을 지탱해 준 것은 내부의 숨은 조력자들이었다”며 “이들의 헌신 역시 민주화운동사의 중요한 페이지로 정당하게 기억되고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광고“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진실’이다. 진실은 균형 잡힌 시각에서만 보인다.” 리영희 선생이 생전에 남긴 이 말은, 진영 논리에 갇혀 대립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가장 묵직한 울림을 던진다. 이날 포럼은 ‘리영희의 질문’이 과거가 아닌 바로 오늘, 우리 삶의 현장에서 다시 시작되어야 함을 증명한 자리였다. 한 청년 참석자는 “오늘날처럼 모든 정보의 결론이 이미 인터넷에 나와 있는 세상에서는 주도적으로 질문할 동력을 잃기 쉽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깨고 진실을 향해 나아갔던 리영희 선생의 용기가 오늘날 청년들에게 새로운 이정표가 되어주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