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광고누군가 태연한 얼굴로 하루를 버티는 동안, 그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감정이 끊임없이 부딪치고 흔들린다. 사랑과 두려움,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불쑥 솟아올랐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사그라진다. 지난 6월3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씨제이(CJ)토월극장에서 창작 초연으로 막을 올린 ‘유미의 세포들’(8월23일까지)은 이처럼 변화무쌍한 마음의 표정들을 무대 위로 불러내 하나씩 이름을 붙여준다.이동건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은 평범한 직장인 유미(티파니 영·김예원)와 남자친구 웅이(이은호), 그의 여사친(여자 사람 친구) 새이(박시인·유소리)를 둘러싸고 연애와 이별이라는 익숙한 이야기를 따라간다. 그러나 무대의 진짜 중심은 유미보다 세포들에 가깝다. 특히 원작에는 없는 견습 세포 109(최재림·정택운)의 등장은 이 작품을 단순한 로맨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게 한다.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이름도 역할도 없는 109는 자신이 어떤 세포인지 알지 못한 채 세포마을을 떠돈다. 프라임 세포 사랑(김소향·유리아)을 동경하지만, 늘 주변부에 머물며 자신의 쓸모를 의심한다. 그가 이름과 역할을 찾아가는 과정은 유미가 타인의 사랑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여정과 포개진다. 결국 이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큰 키워드는 사랑보다 자존감이다.광고109의 성장담은 사회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고 느끼는 청년들에게 조용한 위로를 건넨다. 아직 자리를 찾지 못했거나,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지 못했거나, 스스로를 ‘마이너’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이름이 없다고 존재까지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선택받아야만 가치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각자의 안에는 하나의 우주가 있다는 것이다.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양정웅 연출이 “세포들의 세계를 먼저 만들고 그곳에 유미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설명한 것도 작품의 방향을 잘 보여준다. 현실의 유미보다 그를 움직이는 수많은 내면의 목소리를 앞세움으로써, 한사람 안에 얼마나 많은 두려움과 욕망, 상처와 가능성이 함께 살아 있는지를 드러낸다.광고광고넘버는 작품의 가장 큰 힘이다. ‘너라는 이름의 이야기’ ‘마이너 마이너 마이너’ ‘비로소 아름다워’ ‘하나의 우주’ 등 25곡의 넘버는 선율이 곱고 정서가 따뜻하다. ‘우주’ ‘별’ ‘마이너’ 같은 단어가 반복되며 소외와 외로움, 그리고 자기 긍정의 메시지를 이어간다. ‘맷돌을 돌려라’와 ‘우선순위 쇼’는 재치 있는 쇼 넘버로, ‘응큼파티’는 강한 리듬과 군무로 극에 활력을 더한다.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세포들의 앙상블도 인상적이다. 명탐정 세포(임기홍·육현욱), 패션 세포(김경선), 응큼 세포(이경욱), 감성 세포(한준용), 촉 세포(김영웅)가 서로 다른 말투와 움직임으로 한사람의 복잡한 내면을 완성한다. 개별 인물보다 세포들이 함께 노래하고 움직일 때 작품의 생명력이 더욱 커진다.광고무대 좌우에 설치된 작은 프레임을 통해 유미와 세포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무대 속 무대’ 구성도 효과적으로 원작의 재미를 살린다. 다만 극장 규모에 비해 물리적 무대가 다소 단출하고 영상 의존도가 높다는 아쉬움은 남는다.뮤지컬 ‘유미의 세포들’. 샘컴퍼니 제공그럼에도 아름다운 음악과 촘촘한 앙상블로 그 빈틈을 메운다. 그리고 끝내 이렇게 말한다.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마음도,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존재도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자기 안의 작은 목소리를 다시 믿게 만드는, 따뜻하고 다정한 뮤지컬이다.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