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에 있는 진실화해위 6층 상임위원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광고‘안녕’은 환영과 작별의 인사다. 3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또는 진화위)가 7월3일 13인의 전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첫 전원위원회를 열었다. 2월26일 출범한 지 넉 달 만이다. 2기 활동 종료 뒤로는 7개월여 만이다. 조사관 채용도 마무리 단계다. ‘안녕 진화위’는 2기를 돌아보고 3기를 바라보며 과거사 규명에 참여한 이들의 의지와 기대를 담아내는 부정기 연재물이다. 굿바이 진화위! 헬로 진화위!! “저 스스로를 항상 중도로 생각해요.” 자리에 앉자마자 “대표적인 보수·우파 법학자”라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강한 부정의 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중립적인 입장에서 법적인 판단을 할 뿐이라고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반대했더니 진보라 하고, 2013년 통진당 해산에 찬성했더니 보수가 됐으며, 12·3 비상계엄을 내란이라 비판하지 않으니 우파가 됐다고 했다. 늘 무엇이 진실인지를 따져 판단을 고수해도 외부에서는 자신들 입맛에 맞게 평가를 한다는 의미였다. 장영수(66)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차관급)을 7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6층 상임위원실에서 만났다. 국민의힘 추천을 받아 4월23일 국회 본회의 투표를 통과한 뒤 두 달 만인 6월24일 대통령 임명을 받고 집무를 시작했다. 임명되던 날 진실화해위는 보도자료를 내어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로, 2기 진실화해위원을 지내는 등 과거사 조사 경험을 갖춘 법학자”라고 그를 소개했다. 장 위원은 3기에서 신설되는 3소위원회 위원장을 맡는다. 집단수용시설과 해외입양 사건을 전담할 3소위에서는 김영주·김정하(더불어민주당 추천), 최창호(국민의힘 추천) 위원이 함께한다.광고 그는 진실화해위 역대 최장수 위원의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2기 진실화해위에서 비상임위원 임기 2년을 채운 뒤 2년을 더 연임했고, 3기에서는 상임위원으로 돌아왔다. 2028년 6월23일까지 2년 임기를 마칠 경우 6년동안 진실화해위원으로 재직하는 셈인데, 또 연임할 수도 있다. 과거 1기 진실화해위에서 대법원장 지명을 받은 정병석 위원(비상임, 2006. 5~2010. 12)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바 있지만 7개월 만에 위원회가 문을 닫으면서 4년7개월에 그쳤다.2023년 5월 한겨레에 자신의 사연을 전한 해외입양인들이 보내왔던 아기 또는 아동 시절의 사진들. 한겨레 자료 2기 진실화해위에서 장 위원은 비교적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 게 사실이다. 같은 시기에 활동한 민주당 추천 위원이나 조사관들은 그를 ‘때때로 소신 의견을 밝힌 국힘 추천 위원’으로 기억한다. 1980년 비상계엄 당시 한신대 모집중지 사건이나 군 의문사, 납북어부 사건 등에서 다른 국민의힘 쪽 위원들과 무조건 입장을 같이 하지 않고 독립된 목소리를 냈다. 다만 진도·영천 사건이나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 판결문이 발견돼 진실규명이 취소된) 백락정 사건 등 예민한 사안을 결정하는 순간에는 결국 보수 진영 편에 섰다는 비판도 있다.광고광고 장 위원은 12·3 비상계엄을 놓고는 “내란인지 아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언해 논란이 돼왔다. 한겨레 인터뷰와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밝혔던 그의 주장은 “12·3 비상계엄은 법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해 위헌·위법한 게 맞지만, 내란인지 아닌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체포 등을 지시한 사실관계에 대한 증언이 엇갈려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로 요약된다.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에 대해서도 ‘비상계엄의 중대한 불법성’을 구성하는 핵심은 내란 여부인데, 이에 대한 판단 없이 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국회 탄핵소추단은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제외했다. 이에 따라 헌재도 내란죄 성립 여부를 따져 탄핵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었다.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야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제22대 국회와의 대립 상황을 병력을 동원하여 타개”하려는 목적으로 “헌법과 법률이 정한 계엄 선포의 실체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채 계엄을 선포”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당시) 정치상황이 심각한 국익 훼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판단하였더라도, 헌법과 법률이 예정한 민주적 절차와 방법에 따라 그에 맞섰어야 한다”라며 “(윤 전 대통령은) 국가긴급권 남용의 역사를 재현하여 국민을 충격에 빠트리고, 사회·경제·정치·외교 전 분야에 혼란을 야기”했다고 보고 윤 전 대통령이 중대한 헌법 위반을 했다며 탄핵을 결정했다.광고 아울러 탄핵은 권력자가 헌법 및 법률을 위반할 경우 그 권한을 긴급하게 중단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기 때문에 법원의 확정판결 이후에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제도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 장 위원의 주장대로라면 윤 전 대통령의 내란죄 성립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탄핵 결정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이유 등으로 장 위원의 내란에 대한 입장은 비판받아 왔다. 이날 인터뷰는 3소위원장에게 시설과 해외입양 사건의 조사·의결 방향을 묻는 취지였지만, 비상계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길어졌다. 3기 진실화해위 조사 현안은 아니었으나 과거사 인식을 드러내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봤다. 서류조작에 초점을 맞춘다는 해외입양 사건 조사 방향과 비상계엄이 내란인지 아닌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장 위원의 답변에는 격한 반론이 예상되는 지점이 많지만, 논쟁이 목적은 아니었다. 일단 진화위에서 중대한 책임을 맡은 그의 생각을 남김없이 들어보려 했다. 2기 전원위(전체위) 회의 석상에서 한번도 목소리를 높인 적 없다는 그의 음성은 시종일관 너무 나직했다. 녹취가 제대로 될까 걱정된다고 하자 “타고난 목소리인데 어쩌겠습니까”라며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장영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에 있는 진실화해위 6층 상임위원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2기에서 4년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셨는데, 어떤 마음으로 상임위원에 지원하셨을까요.광고 “2기 진화위 활동을 하면서 과거사의 아픔에 대해 진솔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고, 헌법학자로서 깊이 공감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런 아픔을 치유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기에서 비교적 중도적인 입장에서 목소리를 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런 점을 높이 사 저를 추천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2기 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다른 국힘 추천 위원들과 다른 입장을 개진한 적이 꽤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개별 사건에 대한 입장이야 개인 소신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어요. 절차에 따라 각자 입장을 이야기하고 다수와 의견이 다르면 소수의견을 남기면 된다고 봅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 입장을 강하게 주장한 나머지 언성을 높이거나 심지어는 퇴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제가 퇴장한 분들을 다시 모셔오는 일을 주로 했습니다. 여야 추천위원들 사이 갈등 조정에 미력하나마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2기 진화위는 김광동 위원장이 들어선 이후 피해자의 부역자 여부 심사 등 이념 편향 논란이 벌어졌고 본래 설립취지에 역행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보셨을까요? “일부 정부 공문서에서 (희생자들이) ‘부역자’처럼 표현되어 문제가 됐죠. (위원 다수결로) 그걸 그대로 인용했는데, 그 정부 공문서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다른 명확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정부 공문서가 100% 타당한 건 아니죠. 하지만 그런 걸 가지고 얘기하는데 그런 말(부역자)을 썼기 때문에 ‘무조건 안 된다, 틀렸다’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예로 드신 건 한국전쟁기 진도·영천에서의 군경에 의한 희생사건인데요. 가령 피해자가 ‘암살대원’이라는 진도 사건에서의 경찰기록은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희박했고 허황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암살대 실체가 없다”는 전문가 결과도 나왔고요. “진화위 사건들은 수십 년 전 일이고 증거나 증인이 거의 없어 어렵습니다. 아예 없는 경우도 많아요. 결국 남아 있는 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데 남아 있는 증거가 경찰이 작성한 문서인데, 경찰 개인 의견이기 때문에 과연 얼마나 정확할까 의심스러운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또 그거 아니면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건 어떡합니까? 최근의 일 같으면 여러 정황 증거를 찾고 증인을 찾고 할 텐데 당시 목격자나 증인은 다 죽었고….”2기 진실화해위 시절이던 2024년 11월19일, 장영수 위원이 전체위(전원위)가 열리는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 입장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참고인은 있죠. 그리고 기록 부실은 국가 책임 아닌가요? “국가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죠. 국가가 그런 식으로 오래된 일 모두에 대해 책임질 순 없으니까요. 우리가 흔히 얘기하듯 고의나 과실이 있을 때 법적 책임을 지는 건데, 그렇게 보기 어렵거든요. 오히려 문제의 핵심은 그 문서가 없었을 경우 결과가 뒤집혔겠느냐는 겁니다. 신청인 주장만 있지 그걸 입증하거나 반대할 만한 문서 등 아무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진실규명은 불가합니다.” ― 집단학살이나 반인도적 범죄를 다루는 국제형사재판소 등에서는 이렇게 결정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 민간인의 이익 또는 피해자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지 않나요? “우리 법에서도 의심스러울 때는 피해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돼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증거가 있고 그 증거가 명확하지 않을 때입니다. 그런데 아예 증거가 없는데 신청인만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누구라도 피해를 주장하면서 신청하면 다 인정한다? 그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 그렇게 피해자의 주장만 있는 경우는 조사관들이 조사 과정에서 납득을 못 할 테니 걸러내지 않을까요? 덧붙여 또 다른 2기 주요 사건을 보면, 베트남전 조사개시와 백락정 사건 진실규명 결정 취소 및 신청 각하가 있는데요. 장 위원님은 베트남전 조사개시를 반대하고 백락정 사건 취소에 찬성하셨는데 지금도 입장엔 변함이 없으신 거죠? “기본적으로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 새로운 증언이 나오거나, 새로운 법적 기준이 적용될 수 있으면 달라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둘 다 새로운 증거나 증언보다는 해석의 문제인 거 같습니다.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조사개시는 ‘외국인에 벌어진 외국인의 피해’가 과거사정리법(진실화해위 기본법)의 조사대상에 해당하는지, 백락정 사건은 국방경비법에 따른 군법회의 사형의 절차적 하자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요. “일단 베트남전 같은 경우는 외국인 피해를 과거사정리법 해석상 조사대상에 포함할 수 있느냐로 해서 의견이 갈렸어요. 어쨌든 그렇게 해석할 수 없다는 게 다수의견이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백락정 사건의 경우는 그분이 보도연맹 사건으로 집단 학살된 것으로 처리돼 진실규명이 됐었어요. 그때 거기에 끌려간 분 중에 살아남은 사람이 없었잖아요. 그런데 나중에 다른 문서를 통해서 ‘거기서 죽지 않았다, 군법회의에서 사형선고가 났다’고 된 거죠. 그래서 기존 결정은 틀린 게 돼버린 거예요.” ― 보도연맹이든 군법회의 사형이든 국가폭력이라는 사건의 본질은 같기 때문에 진실규명 취소가 아니라 새로운 사건으로 진실규명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서울에서 경찰에 피해를 보았다’는 거랑 ‘서울이 아닌 대구나 부산쯤에서 군인한테 죽었다’는 건 완전히 다르잖아요. 그건 진실이 아니죠. 그래서 이번에 3기에서 피해자분이 ‘보도연맹이 아니라 군법회의 사형판결을 받고 죽은 게 잘못됐다’는 취지로 신청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으로 알고 있습니다.”1987년 공개됐던 경남 울주군 청양면 삼정리 야산의 형제복지원 숙소 모습. 개조된 축사에 탈주를 막기 위한 쇠창살을 만들어 원생들을 가두고 강제노역시켰다. 연합뉴스 ― 앞으로 3소위원장으로서 집단수용시설 진실규명을 관할하실 텐데 주목하고 계신 시설이 있을까요? “3기 진화위에 처음 출근한 날이 6월24일입니다. 겨우 두 주 됐습니다. 현재로써는 해외입양 사건에 집중하고 있어요. 해외입양 건은 수용시설 사건보다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으니까요. 계속 관련 자료를 읽고 공부하고 있고, 다른 위원님들 또는 준비하는 직원들과 토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2기에서 가장 마음 아팠던 사건은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이었어요. 가장 먼저 접한 시설 사건이었거든요.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에 있는) 선감학원 옛터를 직접 방문해 피해자들을 만난 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더 아프게 다가온 것 같습니다. 시설 사건 중 3기에 꼭 진실규명이 되어야 할 어떤 것을 특정할 수는 없습니다. 조사하다 보면, 신청자들이 오랜 세월 묵혀둔 고통이 느껴지고, 아프지 않은 사건이 없습니다. 아주 예외적으로 전혀 신빙성이 없는 사건들이 있지만, 그런 경우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모든 사건에 최선을 다하려고 합니다.”지난해 4월3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선감학원 아동 유해매장 추정지로 확인된 선감학원 공동묘역에서 경기도의 유해발굴조사 공개설명회가 끝난 뒤 피해자들이 모여 사진을 찍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 2기 진화위의 한계를 신청주의로 꼽는 분들이 많은데요. 3기에는 신청을 안 해도 중대사건으로 판단해 조사하는 직권조사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데, 혹시 3기에 3국에서 다루어야 할 직권조사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2기에서도 일부 직권조사가 있었지만,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인력과 시간의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신청사건 중심으로 조사했는데도 2111건의 조사 중지가 불가피했습니다. 직권조사가 많았다면, 조사 중지가 훨씬 많아졌을 겁니다. 3기 진화위에서는 이렇게 조사 중지된 사건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데, 3기 신청사건 숫자도 같은 기간 2기 진화위에 비해 더 많습니다. 인력과 시간은 부족한데 3국이 신설되어 더 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합니다. 당장은 직권조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고, 신청사건들을 조사하는 가운데, 특별히 직권조사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을 찾아봐야죠. 일각에서는 해외입양 인권침해의 전수조사를 주장하는데, 현실적으로 현 인력으론 불가능합니다. 2기 진화위가 4년여간 처리한 사건이 2만 건에 이릅니다. 그런데 해외입양 사건이 공식 통계로 16만8000여건, 비공식 추정 25만건입니다. 더욱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해외입양 사건의 조사가 갖는 어려움을 생각할 때 3기 진화위에서 전수조사를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지난해 3월26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열린 ‘해외입양 아동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본인 사례를 발표하다가 무릎 꿇고 울먹이며 진실규명을 요청하는 김유리(오른쪽)의 손을 박선영 위원장이 잡고 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소위에서 진실규명 의견으로 올라온 98건 중 42건에 대해서는 기록 부족을 이유로 보류를 주장해 조사 중지됐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2기 때 해외입양 사건은 전원위에 올라온 98건 중 56건만 의결되고 42건이 보류됐어요. 위원님은 소위원회에서는 98건 모두 진실규명 의견으로 내놓았지만, 전원위에서 56건만 진실규명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그 문제는 이렇게 보셔야 합니다. 해외입양 사건은 뭔가 축적된 상태가 그때가 처음이었을 뿐 아니라 총 367건 중 도대체 뭘 진실규명하고 보류할 것이냐에 대한 기준이 불일치했습니다. 소위와 전원위에서 위원들 간 계속 설왕설래가 오갔어요. 지난해 3월 56건이 진실규명된 것은 명확하게 이러저러한 것들이 다 밝혀졌기 때문이 아니라, 그나마 증거가 조금이나마 갖춰졌기 때문입니다. 국내 사건들 같았으면 해외입양처럼 현지 조사 1건 없이 그렇게 진실을 규명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거예요. 그래도 서류가 비교적 분명하면 진실규명하자고 해서 어렵게 합의가 됐습니다. 그때 잘못했었으면 그냥 통으로 다 보류하고 조사 중지했을 거예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해외입양에 대한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당시 56건만 의결된 것에 대해 해외입양 사건의 문제점을 서류조작만으로 좁게 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해외입양이 기본적으로 ‘인신매매’라는 시각이 있고요. “너무 극단적으로 가면 안 돼요. 그러면 다른 나라 해외 입양은 또 없느냐, 해외 입양은 아예 전면 금지해야 하느냐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물론 2029년까지 정부가 해외입양을 단계적으로 중단해 2029년엔 0명으로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거기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입양이 활발하던 당시에는 ‘혼혈아’나 ‘고아’들을 방치하면 굶어 죽을 상황이었어요. 제가 뭔가 잘못됐다고 보는 부분은 절차가 너무 허술해서 부모의 의사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거나 해외로 보낸 뒤 양부모 가정이 정상적인지를 확인하는 절차들을 제대로 안 했다는 겁니다. 해외입양 자체가 문제였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3기에서는 조사 중지 건과 새로 신청된 사건들을 조사해야 하는데, 일단은 제출된 서류 검토가 우선이겠지만, 각종 공문서의 추적, 해외에 거주하는 증인들 줌 인터뷰 등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관련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의 협력, 그리고 무엇보다 입양 알선 단체들의 자료 협조가 많이 필요합니다.”2023년 여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장영수 위원은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해 명예교수로 있다. 장영수 제공 ― 진화위와 관련해 더 해주실 말씀이 있으시면. “먼저 조사관들께 당부드립니다. 진화위 업무량에 비해 조사관 숫자가 턱없이 적고, 그나마 아직 인력 충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으실 줄 압니다. 더욱이 건물 리노베이션과 이사 계획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도 있고요.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가 힘을 모아서 정말 우리보다 더 힘들고, 더 아프신 분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으로 함께 최선을 다해 보십시다.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돕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께는 관심 갖고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진화위가 권력과 영향력이 있는 기관은 아닙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로잡고, 왜곡된 역사로 인한 아픔을 덜기 위해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을 하는 기관입니다.” ―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2024년 초 위원님이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된다는 하마평이 돌았어요. 그때 장 위원님 대신에 그 자리에 오른 박성재 전 장관은 지난달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습니다. “저에게 ‘그때 장관 안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요.(웃음) 제가 비상계엄 직후 어떤 신문에 ‘헌법적 요건을 구비하지 못한 비상계엄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쓴 적 있어요.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걸 분명히 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때 법무부 장관이었다면 반대했을 겁니다. 저는 막 나서는 사람은 아니지만, 남들 주장에 휩쓸리는 사람도 아닙니다. 2기 진화위에서도 국힘 추천 위원들이 하자는 대로 따라가지 않았어요.”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직후인 2024년 12월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 2기 진화위 활동 기간에 비상계엄이라는 중대 사건이 터졌는데요. 위원님은 3기 상임위원으로 추천된 이후 한겨레에 “계엄이 내란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셔서 논란이 됐습니다. “계엄이 위헌·위법이라는 것과 그게 내란이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내란에 대한 법적 판단은 법원에서 내립니다. 만약에 국회의장이나 여야 당 대표, 국회의원에 대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내란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게 확인 안 되면 내란으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팩트의 문제거든요” ― 그걸 윤 전 대통령이 지시했다 안 했다를 떠나, 어쨌든 군이 무력을 동원해 유리창을 부수고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지금 그 부분에 대해선 서로 얘기하는 부분들이 틀립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국회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근데 그게 아니라 국회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그런 것이라는 게 확인이 돼야 하거든요. 국회를 무력화하는 게 도대체 뭐냐. 기능을 못 하게 하는 거고 여야 당 대표 국회의장, 국회의원 잡아가면 무력화인데….”2024년 12월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상공에 헬기가 떠 있다. 연합뉴스 ― 국회 무력화를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 아닌가요? 국회 직원들이 저항해서 군이 국회의원 체포 미수에 그친 거잖아요. “미수를 얘기하기 위해서는 고의성이 인정돼야 합니다. 결국 국회의원 누구도 끌려 나오지 않았어요. 그래도 이게 지시한 게 사실이면 내란이고 그게 사실이 아니라면 내란으로 하기가 힘들다고 봐요.” ― 특수전사령부 등 1000명 넘는 군병력이 국회에 난입하는 장면이 생중계됐어요. 이게 국헌 문란행위가 아닌가요? “제가 계속 얘기했던 것처럼 ‘들어간 이유가 뭐냐’, ‘의원들 끌어내려 한 거냐 아니냐’가 문제인 거고 그걸 확인해야 합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법원에서 재판 중인 상태에서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에 출마했고, 당선됐습니다. 그런데 왜 비상계엄 사건에 대해서는 유죄의 확정판결이 없는 상태에서 내란이 확인되었다고 말해야 합니까? 저는 이런 것은 이중 잣대라고 생각합니다.” ― 무력으로 국회를 침탈한 초국가적 사태와 개인의 형사재판이라는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사건을 똑같이 비교할 수 있나요? “둘 다 법원에서 하는 형사 재판입니다. 군대를 동원한 경우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건 아니죠. 사건이 엄중하다고 원칙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시민에게는 본래대로 하고 대통령 관련된 사건은 좀 특별하게 달리할 수 없어요. 법 앞의 평등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조건 내란이 아니다’가 아니라 팩트를 통해서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겁니다. 법이 요구하는 증거를 찾아야죠.”장영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에 있는 진실화해위 6층 상임위원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과 홍장원 국정원 1차장 등 여러 명이 하고 있습니다. “엇갈리는 증언이죠.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시 사실을 부정하죠.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 엇갈리고 어떤 게 확실한지 모르면 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가야 하거든요. 사실이 무엇인지부터 확실하게 정리해야죠.“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2월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범행이 내란죄 핵심 구성 요건인 국헌 문란의 목적성과 폭동에 해당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1심에서 징역 5년, 2심에서 징역 7년이 선고됐던 윤 전 대통령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체포방해 혐의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3부, 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9일 오후 진행된다.) ― 마지막으로 배재고 야구부의 ‘5·18 조롱 응원’ 사건은 어떻게 보셨나요? 5·18은 진화위 조사대상이 아니지만 중요한 과거사 사건입니다. “일단 그 어린 학생들이 무슨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그랬을 리는 별로 없을 것 같고요. ‘스타벅스 가자’고 한 게 잘못됐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그게 6개월 출전 정지라는 치명적인 징계를 할 만한 상황이라고는 보지 않아요. 너무 과중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했는지 등 팩트 확인부터 필요했어요.”장영수 상임위원 약력 임기 : 2026년 6월24일~2028년 6월23일(연임 가능) △1960년 충주 출생 △2기 진실화해위원(2021~2025) △경찰청 인권위원장(2022)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혁신비상대책위 준비위원(2018년) △헌법재판소 연구위원(2009)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2009~2025) △고려대 법학과 교수(1994~2009) △한국헌법학회 부회장(2000) △독일 프랑크푸르트대 헌법학 박사(1990) △고려대 법학과 졸업(1982) 고경태 기자 k21@hani.co.kr장영수 진실화해위 상임위원이 7일 오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에 있는 진실화해위 6층 상임위원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