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김성수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한국근시학회 회장)는 “많은 환자가 안경을 쓰거나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근시가 치료됐다고 생각하지만 교정된 것은 시력이지 질환 자체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최승식 기획위원 광고“내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인지, 허리둘레가 몇 인치인지는 대부분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눈이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를 제대로 아는 환자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망막질환 명의로 꼽히는 김성수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한국근시학회 회장)의 지적은 낯설지만 곱씹어볼수록 타당했다. 실제로 혈압과 혈당 수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건강검진 결과를 꼼꼼히 챙기는 사람은 흔하지만, 자신의 안경 도수가 몇 디옵터인지를 정확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근시 환자라고 하더라도, 실명 위험을 좌우한다는 안구 길이(안축장)에까지 신경 쓰는 이는 거의 없다. 역설적인 점은 우리나라가 근시 공화국이라는 점이다. 수도권 청소년의 근시율은 80~90%에 이르고, 교실에서 안경을 쓰지 않은 학생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우리는 근시를 질병이 아니라 생활의 불편으로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칠판 글씨가 안 보이면 안경을 맞추고, 성인이 되면 라식·라섹으로 안경을 벗으면 끝나는 문제라고 생각해온 것이다.광고 하지만 이는 근시에 대한 가장 큰 오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근시는 시력이 나쁜 상태가 아니라 안구 자체가 정상보다 길어지는 진행성 질환이다. 정상 안구 길이는 약 22~24㎜인데,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에서는 28㎜를 넘기는 경우가 흔하고 심하면 30㎜ 이상까지 늘어난다. 안경이나 라식·라섹은 빛의 초점을 맞춰 시력을 교정할 뿐 이미 길어진 안구를 되돌리지는 못한다. “많은 환자가 안경을 쓰거나 시력교정술을 받으면 근시가 치료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정된 것은 시력이지 질환 자체가 아닙니다.” 그는 근시를 고혈압에 비유했다. 약으로 혈압 수치를 정상으로 유지한다고 고혈압이라는 질환이 사라진 게 아니듯, 안경으로 1.0이 보인다고 근시가 없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광고광고 문제는 안구가 길어질수록 그 안을 덮은 망막과 맥락막, 시신경이 점점 얇아진다는 데 있다. 풍선을 계속 불면 표면이 점점 얇아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일부는 이 단계에서 ‘퇴행성 근시’(병적 근시)로 진행한다. 단순히 도수가 높은 상태가 아니라, 눈 안쪽 조직에 실제 구조적 손상이 생긴 상태다. 국제 연구에 따르면 근시 환자의 약 30%가 이 단계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퇴행성 근시는 세 가지 실명 질환과 직결된다. 시력의 중심을 담당하는 황반이 얇아지다 위축되거나 찢어지는 근시성 황반변성, 얇아진 망막에 구멍이 생겨 액체가 스며들며 망막이 떨어지는 망막박리, 안압이 정상이어도 시신경 지지 구조가 약해져 손상되는 녹내장이다.광고 “망막박리 수술 성공률은 과거보다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미 죽은 시신경이나 손상된 망막을 다시 살릴 방법은 아직 없습니다.” 그래서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 문제가 최근에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 과거에는 안구가 수십 년에 걸쳐 길어지며 나타나는 퇴행성 변화가 본격화되기 전에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평균수명이 90살을 바라보는 지금, 60~70대에 시력을 잃으면 남은 20~30년을 시각장애와 함께 살아야 한다. 김 교수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숨어 있던 근시의 청구서가 이제 만기일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지금 자라고 있는 다음 세대다. 그는 “10년 전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20살 이하 남성의 약 90%가 이미 근시였습니다. 그 세대가 이제 30대가 됐습니다. 앞으로 이들이 중년과 노년에 접어들며 근시성 황반변성이나 망막박리가 얼마나 늘어날지 지금은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맞게 될 것입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한때 근시는 동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성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근시율이 20~30% 수준인 지역과, 홍콩·싱가포르·한국처럼 도시화가 빠른 지역을 비교한 연구는 어린 시절 생활환경, 특히 야외활동 부족이 근시 발생의 핵심 요인임을 보여준다. 햇빛을 충분히 받으면 눈에서 도파민이 분비돼 안구가 과도하게 길어지는 것을 억제할 수 있지만, 실내 근거리 작업이 늘면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광고 이런 이유로 여러 나라는 이미 근시를 공중보건 문제로 다루고 있다. 홍콩은 초등학생 안축장을 장기 추적해왔고, 대만은 학교 야외활동 시간을 늘리는 정책을 시행했으며, 싱가포르도 어린이 근시를 국가 관리 대상에 포함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근시 국가이면서도, 여전히 근시를 개인이 안경으로 해결하면 되는 생활 불편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영유아·학교·군 검진에서 시력 자료는 쌓이지만, 안축장과 망막 상태를 생애주기에 걸쳐 관리하는 체계는 사실상 없다. 김 교수는 근시 관리의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력이 좋아졌다고 근시가 없어진 것은 아닙니다. 안경을 쓰든 라식·라섹을 받든 안구는 계속 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시는 평생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어린 시절에는 안구가 얼마나 빠르게 길어지는지 확인하고 진행을 늦추는 개입이 필요하고, 성인이 된 뒤에는 안저검사와 광학단층촬영(OCT)으로 망막과 시신경 변화를 정기적으로 살펴야 하며, 중년 이후에는 퇴행성 변화와 합병증 발생 여부를 지속적으로 추적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 전 출범한 한국근시학회도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범했다. 그동안 소아안과는 근시 진행을, 굴절교정 분야는 시력교정을, 망막·녹내장 전문의는 각각의 합병증을 따로 진료해왔다. 모두 근시에서 시작된 문제였지만 하나의 질환으로 통합해 바라보는 접근은 부족했다. “거대한 코끼리를 앞에 두고 다리만 만진 사람은 ‘기둥 같다’고 하고, 코만 만진 사람은 ‘뱀 같다’고 말합니다. 지금까지 근시도 그랬습니다.” 그는 근시를 당뇨병이나 고혈압처럼 장기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치가 목표가 아니라 진행을 늦추고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 치료의 새로운 기준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는 잘 안 보이면 병원에 왔습니다. 앞으로는 잘 보여도 병원에 와야 합니다. 근시는 증상이 생긴 뒤에는 이미 늦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근시는 아직 완치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이미 길어진 안구를 되돌리는 치료법도 없다. 그러나 어린 시절 충분한 야외활동과 적절한 거리에서의 작업 습관, 필요한 경우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액이나 특수 콘택트렌즈 등을 사용한 근시 진행 억제 치료로 근시 진행과 퇴행성 변화를 늦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특히 근시가 빠르게 진행하는 시기일수록 개입 효과가 크기 때문에 자녀의 안경 도수가 매년 얼마나 오르는지 기록해두는 것만으로도 조기 개입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근시는 너무 흔해서 오히려 위험성을 잊고 사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흔하다는 것이 가볍다는 뜻은 아닙니다. 근시를 단순한 시력 문제가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할 진행성 질환으로 바라보는 그것이 미래의 실명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평균수명 90살 시대, 겪어보지 못한 ‘긴 실명 기간’ 경험할 수도” [건강한겨레]
“내 몸무게가 몇 킬로그램인지, 허리둘레가 몇 인치인지는 대부분 정확히 기억합니다. 그런데 정작 자기 눈이 얼마나 나쁜 상태인지를 제대로 아는 환자는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망막질환 명의로 꼽히는 김성수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한국근시학회 회장)의 지적은 낯설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