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삼성전자의 이번 성과급 합의는 내부적으로 사업부제 경영방식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뿐만 아니라, 외부적으로는 우리 기업체제와 경제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과제도 남겼다. 지난달 16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로 차량들이 드나들고 있다. 연합뉴스광고박종길 |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경제학자 제러미 리프킨이 수십년 전부터 경고했던 ‘노동의 종말’이 현실로 다가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노동은 단순한 생산 요소를 넘어 우리 사회가 성과를 공정하게 나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최근 일부 대기업의 막대한 특별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분배 방식 전반을 되묻는 질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그렇다면 이 논란의 핵심에는 어떤 질문이 놓여 있는가. 바로 기업의 성과가 과연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문제다. 혁신을 이끈 경영진과 헌신적으로 일한 구성원들의 공로가 가장 크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납품 단가를 감내하며 허리띠를 졸라맨 협력업체, 묵묵히 현장을 지탱해 온 하청업체, 기업 성장의 토대가 되어준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지역사회의 인프라,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를 신뢰하고 선택해 준 소비자들까지. 오늘날 기업의 성과는 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외부 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광고분배는 언제나 인간 사회의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다. 토머스 홉스는 국가의 강제적 개입으로, 존 로크는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의 사회적 조정으로 이를 풀고자 했다. 그러나 장 자크 루소는 보다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협의를 통해 서로의 이해를 조율할 수 있다면, 강제 없이도 더 성숙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오늘날 성과급 논란의 해법도 바로 여기서 찾아야 한다. 법과 규제로 나눔을 강제하기에 앞서, 기업과 구성원 스스로가 성과의 뿌리를 돌아보고 함께 나누려는 의지를 모으는 것이 먼저다.광고광고성과급 지급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 성과를 낸 구성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하며 마땅히 장려해야 할 일이다. 다만 성과의 뿌리가 이처럼 넓고 깊다면, 이를 나누는 방식도 그에 걸맞게 넓어져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분배 방식이 그 넓이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개별 기업 단위의 교섭에만 머무는 방식으로는 산업 생태계 전체의 기여를 온전히 반영하기 어렵다. 이것이 협력업체와 하청 노동자, 지역사회가 느끼는 박탈감의 본질이며, 우리 사회의 분배 구조가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는 엄중한 신호이기도 하다.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분배의 틀 자체를 넓혀야 한다. 선진국들이 도입해 온 산업별, 지역별 교섭 체계는 협력업체와 하청업체의 노동자, 지역사회까지 분배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안는 구조적 틀을 제공한다. 성과를 함께 만든 이들이 함께 나누는 구조, 우리 사회도 이제 그 방향으로 진지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광고제도적 틀의 정비와 함께 자발적 나눔을 촉진하는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하다. 특별성과급을 받은 기업이나 노동자가 그 일부를 근로복지진흥기금과 같은 공적기금에 자발적으로 출연하거나 기부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세제 혜택과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성과 공유를 촉진하는 법·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면 나눔은 더 이상 일부의 미덕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이렇게 모인 재원이 협력업체·하청업체 노동자와 취약계층의 복지 향상과 직업 훈련으로 이어진다면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오는 선순환이 될 수 있다.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성과를 홀로 독점하면 당장은 빠를 수 있으나, 그 길이 멀리까지 이어지기는 어렵다. 함께 기여한 이들과 성과를 나눌 줄 아는 기업만이 사회의 신뢰를 쌓고, 그 신뢰를 토대로 더 오래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성장과 성과의 공정한 공유는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길을 향한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