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연극 ‘갈라진 마음들’ 공연 장면. 더줌아트센터 제공광고‘1행 가능성’. 한 배우가 스테인리스 탁자 위로 올라선다. 탁자는 네조각으로 잘려 있다. 느린 몸짓, 한점에서 시작해 적막한 우주, 가능성이라는 별을 탐색하는 남자로 성장한다. 그가 달에서 산화철을 발견한다. 물이 없는 곳에서 철과 물이 서로 스며들어 녹슨 철이 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런 목소리가 들려온다.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상상하는 거야. 누군지 몰라도 그리울 수 있잖아. 그러다 만날 수도 있잖아.”‘2행 기다리는 사람’. 배우가 관객에게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기다리는 거예요. 72년이면, 뭘 기다리는지, 사람인지 사물인지 기억도 안 나고.” 노쇠한 몸을 일으키며 시를 읊조리듯 반복한다. “기다리다 기억하고, 기대하고, 그리다가….” 그리고 말한다. “딱 단절된 그때부터 얼마나 기다렸는지, 얼마나 울었는지, 속까지 빨갛게 녹이 슬었어요.”연극 ‘갈라진 마음들’ 공연 장면. 더줌아트센터 제공3~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연극 ‘갈라진 마음들’은 14행의 시퀀스를 통해 분단이 남긴 단절과 상실의 감각을 한명의 배우가 온몸으로 담아낸다. “떨어져 지낸 지 72년” 같은 몇몇 대사 말고는 남북 분단을 직접 드러내진 않는다.광고물이 없어 녹이 슬 수 없는 달에서 녹슨 철이 발견됐다는 불가능한 접촉에서 시작해, 마녀의 저주로 굳어버린 양철 인간, 벽을 사이에 두고 갈라진 연인, 밥상머리에서 젓가락질 방법을 두고 갈등하는 부자, 서강대 앞에서 아이폰을 수리하는 서강잡스까지, 시퀀스마다 다른 존재가 등장한다. 모두 어떤 외적인 힘으로 단절됐다는 게 공통점이다.연극 ‘갈라진 마음들’ 공연 장면. 더줌아트센터 제공배우는 70분간 서로 다른 존재의 단절과 상실의 감각을 자신의 몸속으로 끌어들여 어떻게든 이어보려 노력한다. 이소영 연출은 “1인극으로 도저히 이어붙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주제들을 이어붙이다 보면 극 중 ‘서강잡스가 아이폰을 고치는 건 사람의 마음을 고치는 것’이라고 한 것처럼 분단에 대한 우리 마음을 고치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광고광고연극 ‘갈라진 마음들’ 공연 장면. 더줌아트센터 제공14행 시퀀스로 구성한 건 셰익스피어에 대한 오마주이자, 통일에 대한 희망을 표출하려는 것이다. 이소영 연출과 함께 극을 쓴 배우 윤성원은 “분단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분단을 연극에 담을 방법을 찾다 ‘소네트’가 만들어진 배경과 분단 현실이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1592~1594년 영국 런던에 흑사병이 창궐해 공연장 문이 닫히자 극장이 열릴 날을 사무치게 기다리며 삶과 죽음, 예술 등을 탐구한 14행 정형시 ‘소네트’를 집필한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마음과, 강요된 분단이 언젠가 극복되길 바라는 우리 바람이 닿아 있다는 것이다. 사방에서 무대를 바라보는 객석 배치, 배우가 관객과 산책하며 즉흥 연기를 펼치는 것도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듯 분단도 허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시도라고 한다.연극 ‘갈라진 마음들’ 공연 장면. 더줌아트센터 제공신승근 기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