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광고 김경욱 | 산업팀장광고 그날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대통령의 인사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 국민보고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을 향해 허리를 깊이 숙여 인사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는 찬사도 아끼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공개 석상에서 재벌 총수에게 허리를 90도로 숙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대통령의 인사가 이날 삼성전자와 에스케이그룹이 내놓은 투자 계획만큼이나 강한 인상을 준 이유다.광고광고 대통령이 고개를 숙인 표면적 이유는 명확하다. 이들 기업의 막대한 투자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이날 밝힌 투자 규모는 각각 2655조원, 2100조원으로 모두 4755조원에 이른다. 올해 확정 예산 기준, 정부 총지출(727조9천억원)의 6배가 넘는 규모다. 대통령의 인사는 이런 투자 계획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너무 감사해서 ‘큰절하고 싶다’고 한 것을 참모들이 가까스로 말렸다”며 “90도 인사는 진심으로 고마워서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인사를 떠올릴수록,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기업은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절대 투자하지 않는다. 투자는 자선이나 선의가 아닌 철저한 계산에 따른 결과다. 정부도 이번 투자 발표를 앞두고 “기업 팔 비틀기”라는 야권의 비난에 기업 자율적 투자임을 강조해왔다. 기업이 순전히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곳을 골라 투자한 것이라면, 그것은 고마워할 일이 아니라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대통령이 나서 허리를 굽힐 이유가 없는 것이다.광고 발표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런 점은 더욱 또렷해진다. 이들 기업은 4755조원을 언제까지 투자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타임라인이 빠져 있다 보니 투자가 수십년에 걸쳐 이뤄질 수도 있다. 투자 약속이 선언적 구호나 공수표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수년 뒤 반도체 사이클이 꺾이는 시기가 올 경우, 기업이 이를 명분 삼아 투자 계획을 보류하거나 철회할 가능성도 크다. 반면, 정부가 약속한 지원책은 당장이다. 정부는 현재 조성 중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경기 용인 반도체 산단 구축 시기를 각각 7년, 12년 앞당기기로 하고, 이를 위해 전력·용수·도로 등 핵심 인프라를 적기에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 투자는 멀고, 정부 지원은 가까운 형국이다. 이번 투자를 둘러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명분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과 새로운 인공지능·반도체 거점의 수요가 일치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발표가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기업들도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하지만 투자 무게추는 여전히 수도권에 쏠려 있다. 삼성전자가 향후 투자하겠다고 밝힌 2655조원 가운데 76.4%(2030조원)가 평택·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수도권 몫이다. 호남, 영남, 충청 투자 규모는 나머지 625조원에 불과하다. 에스케이가 발표한 투자금 가운데 하이닉스의 1100조원 구성도 용인 투자가 600조원으로 절반을 넘는다. 물론 기업의 대규모 투자가 국가 경제에 기여한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이윤 추구 과정에서 파생되는 효과이지 기업들이 투자하며 고려하는 근본적 목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익성을 따져 공장을 짓고 투자하는 총수에게 대통령이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국가 영웅, 국민 영웅”이라는 찬사를 보내는 것이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수천조원에 이르는 “매우 낯선” 숫자가 아니다. 아무리 거대한 숫자라도 실현되지 않으면 그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 거대한 숫자 이면에 감춰진 불확실성과 불균형의 계산서를 냉정하게 뜯어봐야 할 시간이다. das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