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칼 프레이 교수-김영훈 노동부 장관 대담 프레이 “산업혁명 초기 노동자 몫 감소…‘구빈법’이 대중 저항 줄여” 김영훈 “엥겔스 정체기 막을 핵심은 세법…초과세수로 청년 지원할 것”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과 칼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인공지능 산업 발전과 사회적 혁신을 주제로 대담하고 있다. 이날 대담은 이날 열린 제5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을 계기로 진행됐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광고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철도 기관사 출신이다. 증기기관 발명이 이끈 1차 산업혁명은 대규모 철도 건설 투자를 낳았고 기관사라는 새 직업을 창출했다. 과연, 인공지능(AI) 시대에도 기관사라는 직업은 살아남을 것인가. 김 장관과 칼 베네딕트 프레이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의 대화는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18세기 산업혁명 이래 기술 발전이 노동시장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해온 경제학자 프레이 교수는 산업 전환기 노동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정책의 역사를 일별했고, 김 장관은 지속가능한 혁신과 사회적 재분배의 가능성을 물었다. 두 사람의 대담은 24일 제5회 한겨레 사람과디지털포럼이 열린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됐다. 김영훈(이하 ‘김’) 나는 얼마 전까지 기관사였다. 철도로 일자리 위협을 받은 마부들이 엄청나게 투쟁했지만, 이제는 기관사라는 직업 역시 없어질지 모르겠다. 우리가 목도하는 인공지능 충격이 산업혁명 초기와 비슷하다면 과연 정부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프레이 당연히 우리가 할 일이 있다. 1차 산업혁명 초기 ‘엥겔스 정체기’(생산성은 증가해도 노동자 실질임금은 줄어든 현상)라는 시기가 있었다.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기술 발전에 저항하며 ‘진보의 적’이라고까지 불렸다. 하지만 이는 합리적인 의견 표출이었다. 기술 진보 혜택이 사회적으로 공유되지 않는다면 저항을 불러오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가지 정책 수단이 있다. 첫번째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다. 산업혁명 당시 영국에선 가난한 사람들을 지원하는 ‘구빈법’이 생겼고 이런 제도가 작동한 곳에선 기계화에 대한 저항이 적었다. 영국이 산업화에 앞서게 된 원동력 중 하나가 구빈법이었다. 후발 산업국이었던 독일은 교육에 집중 투자했다. 초등학교부터 시작해 기술학교·비즈니스스쿨 등에서 많은 인재를 양성해 산업화로의 길을 닦았고, 정부 주도로 신흥 산업인 철도·전기 분야를 키웠다. 창업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대기업들은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자동화하는 반면, 신생 기업들은 새로운 제품과 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높다.광고 김 인공지능 시대엔 기술 혁신과 함께 사회 혁신도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의 역할도 중요한 것 같다. 프레이 대공황 시기엔 복지국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졌다. ‘불행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함께하면 이겨낼 수 있다’며 사회적 혁신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거세졌고, 결국 복지국가가 탄생했다. 인공지능 산업이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이들도 힘을 합쳐 더 나은 안전망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노동조합 운동 전통이 강한 스웨덴에선 산업구조 조정기 노동자 보호를 위해 노사가 ‘전환협약’을 맺어 노동자들이 새로운 일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왔다. 이런 노력은 기업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광고광고 김 대공황이 사회 혁신의 기회가 됐다면 인공지능 산업도 저숙련 노동 문제, 저출생의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프레이 인구 감소 문제는 로봇 등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을 통해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생산성을 위한 자동화 도구뿐 아니라 사회·문화 체계에도 파급력을 지닌다. 현재 출생률 감소 원인 중엔 안정적인 관계망이 줄어든 배경도 있다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 대화하는 것보다 스크린으로 활동하는 시간을 훨씬 늘렸는데, ‘에이아이 컴패니언십’(AI companionship: 인공지능이 업무 도구를 넘어 인간과 동반자 관계를 맺는 것) 현상이 확산하면서 사회적 관계가 빈곤해지는 흐름이 더 심해질 것 같다.광고 김 정말 중요한 지적이다. 코로나19 세대들이 어렵게 일자리를 구한 뒤에도 일 자체가 힘들기보다는 대인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걸 보면서 안타까웠다. 프레이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소셜 스킬, 즉 사람과 관계 맺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인공지능이 편지도 쓰는 시대엔, 그 편지를 사람이 쓴 것인지 인공지능이 쓴 것인지 알려면 반드시 만나서 대화를 해봐야 하지 않겠나. 관계 맺는 능력이 더욱 절실해진 세상에서 그런 역량을 잃어버리는 것은 큰 손실이다. 김 한국의 최근 이슈는 삼성의 임금교섭 문제였다. 이달 초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 다녀왔는데, 다른 나라의 많은 정부·노동자 대표들이 삼성전자 성과급 협상 문제를 물어보더라.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인공지능의 고도성장에 따른 이윤을 어떻게 재분배해야 할까? 지속가능한 혁신과 사회적 재분배, 두마리 토끼를 잡는 방법이 있을까? 프레이 평등 또는 공정성과 혁신은 관계가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에서 가장 기술 발전이 활발한 곳인 동시에 빅테크 기업 등에 매기는 세금이 높다. 스웨덴은 노조의 강력한 힘을 통한 이익의 재분배와 경제적 역동성을 이뤄나가고 있다. 삼성 성과급 문제는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됐다. 노동자들은 기업 이윤이 발생하면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기업 상황이 나빠질 때는 그 위험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또한 삼성의 경영진·노동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 또 생산성 향상의 과실을 공유하는 방법은 개별 기업 단위로만 고민해선 안 된다. 스웨덴처럼 개별 기업·노동자 차원을 넘어,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초과이익 일부를 기금에 출연하고, 이를 연금 등의 형태로 사회 구성원에게 나누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소득에서 노동이 차지하는 비율이 줄어들고 기업 이익은 오히려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광고 국가의 재분배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세법일 것이다. 지금 같은 기술 변화 시대에 한국 정부는 어떻게 조세제도를 개편하려고 하나? 이론적으로는 인공지능 산업의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을까? 김 ‘엥겔스 정체기’가 나타나지 않으려면 사회 혁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할 텐데, 그 핵심은 세법이다. 노동자는 생산자이자 납세자이며 소비자이고, 근대 국민국가의 세법과 사회보장 제도는 이를 바탕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이 근본적 전제를 허물고 있다. 전통적 고용 관계를 전제로 했던 세법·사회보장 제도의 재설계는 반드시 필요하며 그 사회적 논의는 바로 시작해야 한다. 그 첫 단추가 삼성·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서 거두는 초과세수를 어떻게 사회적으로 재분배할 것인가다. 현재 노동부-재정경제부-청와대 정책실을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 노동부 장관 입장에서 볼 때 현재 사회적 재투자가 필요한 이들은 인공지능의 직접적 충격을 받고 있는 청년 세대, 새로운 형태의 다양한 노동자들, 기존 노조법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이다. 일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청년들은 기술 혁신이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낄 때 가장 큰 저항세력이 될 수 있다. 청년 지원 정책은 시혜적 차원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가 달린 가장 확실한 재투자이자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한 투자다. ‘코스피 9000 시대’에도 왜 나의 삶은 바뀌지 않느냐는 청년들의 질문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 이주현 한겨레 사람과디지털연구소 기자 edigna@hani.co.kr엥겔스 정체기(Engels’ Pause)란? 영국 산업혁명기 초기 수십년 동안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계급의 실질 임금이 정체·하락한 것을 일컫는다. 미국의 경제사학자 로버트 앨런이 19세기 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다룬 프리드리히 엥겔스에게서 영감을 받아 명명했다. 칼 베네딕트 프레이 교수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21세기판 엥겔스 정체기’를 맞지 않으려면 인공지능 전환기의 관리가 중요하며, 그 핵심은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의 사회적 재분배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