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김혜경 여사가 6월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오전 7시~8시께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한 시간쯤 지나자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똬리처럼 감쌌다. 휴가를 내고 달려온 직장인, 좋아하는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시집을 한 아름 안고 온 대학생, 한정판 굿즈를 사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SIBF)이 24일 오전 10시 개막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주식회사 서울국제도서전이 함께 주최한 이번 행사는 28일까지 닷새간 열린다. 올해엔 총 18개 나라 538개 출판사와 관련 단체가 참여한다.24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 인파가 몰렸다. 책을 손에 든 젊은 독자들을 만날 수 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올해 도서전 주제는 ‘인간선언 호모 두두리(Homo duduri)’이다. 김태헌 출협 회장은 개막식에서 “‘호모 두두리’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다시 고민하고 다시 질문 던지는 인간’의 새로운 이름”이라며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지성과 감성, 문학과 예술에 담긴 인간됨이 더 중요해질 것이므로, 인간의 사유와 상상력을 높여 이 책의 축제를 통해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자”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를 비롯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근식 서울특별시 교육감, 필립 베르투 주한 프랑스대사 등이 참석해 축하 인사를 나눴다.광고올해 처음 도서전을 관람하기 위해 인천에서 왔다는 최수영(31)씨는 개장 직후 민음사 부스를 찾았다. 세계문학전집 키링을 사기 위해서였다. 최씨는 “세계문학 리커버 표지가 예뻤고, 출판사마다 분위기가 달라 새로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람이 너무 많아 책을 자세히 살펴볼 수 없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24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이른 아침부터 관람객이 몰렸다.‘책 읽는 문화’를 멋지다고 여기는 문화 현상인 ‘텍스트힙’을 주도하는 20~30대 여성들을 행사장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지친 얼굴로 주저앉아 수다를 떨던 대학생 김보연(20)씨와 김혜린(20)씨는 시집 매니아다.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보연씨는 김민정 시인을 비롯해 동경하는 시인들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소장한 시집을 두둑이 들고 왔다. 도서전 현장에선 새 시집도 구입했다.광고광고두 사람은 “지난해 사용했던 재활용 종이 부스를 다시 사용한 문학과지성사 부스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도서전 얼리버드 티켓이 열리자마자 예매를 시도했지만 닷새 내내 실패해 속상했다”고 입을 모았다. 참가 출판사들이 많은 만큼 관람객들이 직접 출판사 정보나 행사장 동선 지도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에스엔에스(SNS)에 공유하는 점도 눈에 띈다. 올해 세번째로 도서전을 찾는다는 홍은지(25)씨는 트위터(현 엑스)에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볼 만한 출판사 정보’를 게시물 타래 형태를 만들어 올려 큰 호응을 얻었다. 그는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적 경험으로 남기를 기대하며 매년 도서전을 찾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도서전에서 공개하는 첫 책이나 특별 에디션 등으로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문학과지성사는 최승자 시인의 첫 시선집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를 처음 공개했다. 민음사는 창립 60돌을 맞아 발간한 ‘세계문학전집’ 500번 ‘압록강은 흐른다’를 한지로 제작해 들고 나왔다. 창비는 ‘백석 시선집’ 한지 에디션과 ‘선량한 차별주의자’ 등 스테디셀러 리커버 책을 선보였다.광고올해 창립 60년을 맞은 창비 염종선 대표는 “도서전이 성황리에 진행돼 한국문학과 인문학의 국제화, 세계화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나운서 출신의 박혜진 다람출판사 대표는 “이주혜 장편소설 ‘나는 노래한다’를 처음 선보이게 돼 벅차다. 올해 두번째 참가인데, 출판 시장이 어려운데 이곳에서 독자를 가까이, 기쁘게 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김연수 작가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연 서울국제도서전 교보문고 부스에서 독자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교보문고 제공참가사들의 굿즈 경쟁은 치열했고, 콘셉트 있는 부스로 눈길을 끄는 출판사들도 있었다. ‘도서전 굿즈의 강자’ 시공사는 공사장에서 발견된 유물(책) 세계관으로 부스를 만들었고, 동아시아·허블은 ‘여름 학교’ 콘셉트로 필기구, 티셔츠 등 굿즈를 선보였다. 한겨레출판은 종이와 이야기로 이뤄진 가상의 행성 ‘파피루스-404’ 프로젝트의 마스코트인 ‘책벌레’를 주제로 개막과 동시에 인기를 끌었다. 이 외에도 예스24, 밀리의 서재 등 온라인 서점도 각종 체험형 이벤트를 벌였다.올해 415개 공식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작가와 연사는 총 326명이다. 이날 오후엔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백수린, 이주혜, 정보라가 연사로 나서 ‘인공지능 시대 소설 쓰기와 번역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27일 오후엔 홍콩 작가 찬와이, 조해진 소설가, 김민경 편집자가 토크 행사를 열고 마지막날인 28일엔 소설가 김애란과 박선우가 ‘인간다운 풍경’을 주제로 독자들을 만난다. 주빈국인 프랑스 대표 작가로 한국인이 사랑하는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마지막날 도서전에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와 함께 ‘개미’를 주제로 좌담한다.도서전쪽은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5만장의 티켓을 준비했다. 무제한 입장이 가능하고 별도의 대기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두두리 패키지’는 6만6000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가격임에도 100매 전량 완판됐고, 50% 할인가에 판매된 ‘얼리버드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대기 인원이 3만명이 넘으면서 화제가 됐다. 현장에서는 당일 티켓도 구매할 수 있다.광고한편, 행사 운영에 있어 여러 미숙한 점도 발견됐다. 개막일인 24일 낮 12시까지 언론사 기자들은 행사장 출입이 금지됐다. 주최쪽은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가 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한 까닭에 경호상 문제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저주토끼’를 쓴 정보라 작가는 “장애인 접근권에 대한 고려가 너무 부족하고, 외국의 작은 에이전트들은 예전보다 협상 테이블 구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고 짚었다.떠들썩한 축제이지만 다수의 작은 출판사와 어린이·그림책 출판사가 소외되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도서전에 참가할 수 없게 된 일부 출판사와 작가, 책방은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노들섬 노들라운지에서 대항 도서전인 ‘서울 제대로 도서전’을 연다. 이곳 행사장에서도 책 장터와 작가와의 만남, 특별 강연이 준비된다. 입장료는 없다. 24~27일 서울 퇴계로와 동호로 일대에서 열리는 ‘서울자체도서전’에서도 여러 작가의 전시와 북토크가 열린다.이유진 엄지원 기자 fr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