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헌법재판관들이 지난 1월29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국가의 불법행위로 억울하게 유죄가 확정된 희생자에 대한 재심을 배우자나 직계가족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의 과거 불법행위는 진상 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반 형사사건과는 다르게 재심청구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헌법재판소는 ‘유죄의 선고를 받은 자가 사망한 경우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자를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로 한정’하는 형사소송법 제424조 제4호에 대해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24일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재는 이 조항이 위헌이라고 선언하며 2027년 12월31일을 개정 기한으로 정했다.이 사건은 1948년 ‘여수·순천 10·19 사건’에 연루돼 포고령 위반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2년 뒤 방첩부대 등에 의해 법적 절차 없이 살해된 희생자들의 가족이, 형사소송법의 재심청구권자 규정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며 시작됐다.광고‘여수·순천 10·19 사건’은 1948년 제주 4·3사건 당시 진압 명령을 거부한 군인 등에 대한 학살사건이다. 이 사건 희생자들은 당시 배우자와 자녀가 없던 상태로, 부모와 형제·자매도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이에 조카인 청구인들이 재심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는 ‘희생자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기각하자, 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것이다.아울러 지학순 주교의 조카도 같은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지 주교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뒤 1993년 사망했다. 그의 조카는 재심 청구를 기각당하자 “재심청구권자가 아닌 친족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조항”이라며 헌재의 문을 두드렸다.광고광고헌재는 민간인 집단 학살 사건 등 국가폭력 사건에 한해서는 재심청구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당사자들의 청구를 인용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조작 의혹 사건은 오랜 시간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일반적인 형사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비로소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게 됐으나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여서 유죄의 확정판결을 받은 자는 물론, 그 배우자, 직계친족 또는 형제·자매마저 사망한 경우도 빈번하다. 재심청구 등 권리 행사를 하는 것이 사실상 쉽지 않았다는 사정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심판 대상 조항 가운데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조작 의혹 사건에 적용되는 부분은 청구인들의 재판청구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다.광고다만 헌재는 위헌 결정으로 즉시 해당 조항이 효력을 잃으면 기존 재심청구권자들의 재심 청구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고려해 현재 조항의 효력을 2027년 12월31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반면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형사소송법은 재심청구권자인 친족이 없는 경우에도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에 의한 직권 재심청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재심청구권자의 범위를 한정하고 있는 것을 자의적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반대의견을 남겼다.헌재는 “이 사건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른 입법 개선이 이루어질 경우, 형사 재심을 통해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사건, 조작 의혹 사건의 피해자들과 그 유족들이 명예를 회복함으로써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과 민주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헌재 “국가 폭력 재심청구권, 친족 제한 조항은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국가의 불법행위로 억울하게 유죄가 확정된 희생자에 대한 재심을 배우자나 직계가족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의 과거 불법행위는 진상 규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일반 형사사건과는 다르게 재심청구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