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20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럽연합 재가입 촉구 집회에서 한 시민이 ‘재가입’ 푯말을 들고 있다. 뒤로는 유럽연합 깃발과 영국 국기가 나부낀다. EPA 연합뉴스광고영국인 3명 중 2명은 10년 전 결정한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가 영국 경제에 해를 끼쳤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의 영국인은 유럽연합 탈퇴가 잘못된 결정이었다고 돌아본다.유럽연합 외교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가 지난달 7∼14일 2000명 이상의 영국인에게 ‘브렉시트가 소비자 물가와 생활비에 끼친 영향’을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66%는 부정적이었다고 답했다. 긍정적이었다는 답은 7%에 그쳤다. 영국의 경제와 대외 평판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각각 65%, 60%가 부정적이었다고 봤다. 유럽산 소비재 수입 문턱이 높아져 물가가 뛰고, 영국 기업들의 유럽 시장 진출 기회가 줄어 경제에 악영향이었다는 것이다.영국은 2016년 6월23일 브렉시트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서 찬성률 51.9%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브렉시트를 주도했던 보수당은 영국이 유럽연합에 내는 분담금이 매주 3억5000만파운드(약 712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가장 부유한 회원국인 영국이 가난한 동유럽 회원국을 위해 세금을 퍼주고 있으며, 이 돈을 자국 공공의료 개선 등에 써야 한다는 논거였다. 보수당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 가입이 임박해 이민자가 쏟아져 들어올 것이라고도 설득했다.광고그러나 이번 설문에서 응답자의 47%는 브렉시트가 공공의료 등 공공 서비스 재원 확보에 오히려 악영향이었다고 답했다. 유럽연합 분담금은 아꼈지만, 경기 둔화 탓에 나라 곳간은 더 비었다는 얘기다. 브렉시트가 불법 이민자 유입에 악영향이었다는 응답 역시 56%였다. 영국이 유럽 이웃 나라들과 불법 이민 단속 등을 공조하지 못한 결과다.브렉시트가 국가 간 이동 장벽을 높이면서 젊은이들 교육·취업이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많다. 응답자 57%는 브렉시트가 젊은이들의 기회에 악영향이었다고 봤다. 브렉시트 당시에도 유럽연합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인 에라스무스가 끊긴 데 대해 10대, 20대의 불만이 높았다.광고광고응답자의 57%는 브렉시트는 잘못된 일이었다고 답했다. 잘한 결정이었다는 답변은 30%였다.불안정해진 안보 환경도 ‘브렉시트 후회’ 여론이 이는 이유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다른 유럽 나라를 침공할 거라는 공포가 커진다. 영국 일대 북해에선 러시아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불명 드론·선박 출몰도 잦다. 그러나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뒤 전통의 우방인 미국은 영국과 유럽연합에 등 돌리는 추세다.광고이번 조사에서 ‘영국이 공격당하면 미국이 영국을 방어하러 올 것이라 확신한다’는 응답은 6%뿐이었다. ‘몇몇 유럽연합 나라들은 와줄 것’이라는 응답은 24%로 4배 높았다. 미국이 동맹이라고 보는 응답은 18%에 그친 반면, 유럽연합에 대해선 45%가 동맹이라고 했다.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튿날인 2016년 6월24일 반유럽연합 성향 극우 정당인 영국독립당(현 영국개혁당) 나이절 페라지 대표가 두손을 들고 기뻐하는 모습. AP 연합뉴스다만 이런 여론이 영국 정부의 유럽연합 재가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10년 전 브렉시트 여부를 둘러싸고 국론 분열이 극심했던 탓에, 영국 정치권에선 유럽연합 재가입이 ‘금기어’ 취급을 받는다. 반유럽연합 성향의 극우 영국개혁당이나 보수당은 물론, 친유럽 기조의 노동당 정치인들조차 재가입을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다.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앤디 버넘 하원의원은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영국의 유럽연합 재가입을 보고 싶다고 지난해 말했다. 그러나 최근 총리직 도전 선언을 앞두고는 유럽연합 재가입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키어 스타머 현 총리 역시 유럽연합과의 관계 재건을 주장할 뿐 재가입과는 거리를 둬왔다.재가입 추진에는 현실적인 난관도 많다. 영국은 유럽연합과 다시 밀착하더라도 유럽연합의 제도를 그대로 들여오기를 원치 않는다. 스타머 행정부는 유럽연합과의 모든 협상에서 ‘영국은 유럽연합의 관세 동맹에 끼지 않는다’는 레드라인을 뒀다. 이민자 유입을 우려해,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솅겐 비자 가입에도 반대했다. 유럽연합에 재가입 하려면 유럽연합 규칙에 맞춰 회원국 법률을 자동으로 개정하는 “동적 정렬”에 동의해야 하지만, 영국은 이 역시 거부한다.광고한 유럽연합 외교관은 르몽드에 “(외교 협상에서) 정렬이라는 말이 나오기만 하면 영국인들은 개처럼 싸운다”고 전했다. 다른 외교관도 “영국인들은 어떤 식으로든 (회원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정치적이고, 문화적이며, 심오한 문제다”라고 짚었다.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