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와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이재명 대통령이 6월 18일 오전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90도 가까이 허리 굽혀 인사하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광고이재명 대통령은 생존 본능이 뛰어납니다.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몸부림쳐서 어떻게든 빠져나갑니다.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하면서 출판한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나는 겁이 없다. 살아가면서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다. 날 때부터 강심장이어서가 아니라 인생의 밑바닥에서부터 기어 올라왔기 때문이다.”“어릴 때 냇가에서 놀다가 깊은 웅덩이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몸은 점점 가라앉기만 했다. 겁을 먹으면 먹을수록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그때 어른들이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숨을 참고 바닥까지 내려가서 치고 올라와라.’ 나는 그렇게 해서 간신히 물 밖으로 나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인생도 그런 식으로 살아낸 것 같다.”광고6·3 서울시장 선거에서 ‘명픽’ 정원오 후보가 오세훈 시장에게 패배하자 이재명 대통령 특유의 생존 본능이 작동한 것 같습니다. 선거 닷새 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는 국민이 제게 준 경고”라고 몸을 바짝 낮췄습니다. 유럽 순방 중에도 국내 정치 현안에 관한 글을 잇달아 올렸습니다.6월19일 순방 결과를 설명할 때도 국내 정치에 대해 많은 말을 했습니다. 기자가 ‘명청 갈등’을 물었습니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광고광고“당청 관계는 하나이면서 남이기도 하다. 당연히 서로에게 잘하자고 격려할 수 있고 지적할 수도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엄청난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더 잘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기자가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물었습니다. 이렇게 답변했습니다.광고“여러 분석이 있겠지만 제일 큰 건 ‘먹고 살기 힘들어 죽겠는데 뭘 가지고 싸우는 거냐, 도대체 너희 다툼이라는 게 우리 삶과 뭔 상관이고 우리가 맡긴 공적 업무랑 무슨 상관이냐’는 것이다.”‘당청 갈등은 큰 문제가 없고, 지지율이 떨어지는 것은 민주당 내부 갈등 때문’이라는 게 이재명 대통령의 인식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최근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과 민주당 지지도 동반 하락은 명청갈등, 그리고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의 차기 권력 투쟁이 얽히고설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봐야 합니다.이재명 대통령은 누가 봐도 확실하게 정청래 대표를 견제하고 김민석 총리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는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로 이재명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습니다. 귀국 환영장에서 90도로 머리를 숙이는 폴더 인사를 했고, “대한민국은 이재명 보유국”이라거나 “(주가 9000은) 이재명 대통령의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 덕분”이라고 말해 과공비례, 자화자찬 논란을 빚었습니다.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대통령과 여당의 바람직한 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이재명 대통령이 말한 당청 관계는 정확히 말하면 당정 관계입니다.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광고독재 및 권위주의 시절 당정은 한 몸이었습니다. 여당은 대통령의 통치 기구였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당 총재, 박정희 대통령은 공화당 총재였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민정당 총재, 노태우 대통령은 민정당 민자당 총재였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은 민자당 신한국당 총재, 김대중 대통령은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총재였습니다.대통령은 제왕적 총재였습니다. 정당의 주인이었습니다. 공천과 정치자금을 좌지우지했습니다. 민심이 악화하면 ‘당정개편’이라는 것을 했습니다. 의원들이 선출하는 원내총무를 제외하고 모든 당직자는 총재가 임명했습니다. 그 시절 시사 상식으로 이런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맞춰보시기 바랍니다.문제 : 다음 중 ‘당 3역’이 아닌 것은? 1) 총재 2) 사무총장 3) 원내총무 4) 정책위의장정답은 1번 총재입니다. 총재는 당 3역 위에 군림하는 초월적 존재였습니다.변화가 생긴 것은 노무현 대통령부터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 당원이었지만 총재를 하지 않았습니다. 당정분리였습니다. 실패했습니다. 2016년 출판한 ‘더불어민주당 60년사’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당정분리를 통한 분권, 정당 민주화 시도는 미완에 그쳤다.”“노 대통령은 당을 장악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과거 제왕적 위치에서 당을 지배했던 총재직과 결별했다. 권위주의를 배격하려는 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었다. 분명 의미 있는 결단이었고 개혁적인 정치실험이었다.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를 통해 정당과 의회에 자율권을 주고자 했다.”“하지만 수직적 당정관계를 수평적으로 이동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정부나 당 모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제왕적 총재나 대통령 중심의 정치 관행과 문화가 해소되고 정당개혁으로 가는 과정에서 드러난 과도기적 한계와 갈등이었을까. 새로운 제도의 착근을 위한 시행착오로 받아들이기엔 드러난 부작용도 심각했다.”대통령과 여당의 어정쩡한 관계는 문재인 대통령 때도 이재명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관행과 문화는 그렇다고 치고, 규정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요? 민주당 당헌 13장은 ‘당과 대통령의 관계’입니다.“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재임기간 동안 명예직 이외의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그 재임기간 동안 당론 결정에 참여할 권한과 당론을 이행할 의무를 가진다.”‘대통령이 당론 결정에 참여할 권한을 갖는다’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민주당 당헌은 오히려 대통령이 당론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확실하게 부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앞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보다 훨씬 더 노골적으로 정청래 대표 연임에 반대하고 김민석 대표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낼 수도 있다고 봅니다.반면 국민의힘 당헌에는 “당내 선거 및 공천, 인사 등 주요 당무에 관하여 대통령의 개입을 금지한다”, “대통령을 포함하여 특정인이 중심이 되거나 또는 특정 세력이 주축이 되어 당내 민주주의와 당원의 자율성 및 자율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는 허용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 큰 문제를 일으킨 대통령의 당무 개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2025년 5월 새로 만든 조항입니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월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명청 갈등과 정청래-김민석의 차기 권력 투쟁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정청래 대표는 6월19일 전주 남부시장을 방문해 지방선거 감사 인사를 했습니다. 김민석 총리도 같은 날 새만금에서 전북 지역 대학생 및 현대차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했습니다. 당 안팎의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사람 모두 경쟁적으로 권력 투쟁에 몰두하는 모양새입니다.정청래 대표가 과연 연임에 도전할까요? 정청래 대표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가 출마하면 이재명 대통령과의 갈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심각해질 것 같습니다.민주당 당원과 지지층의 분열은 불가피합니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벌써 두 패로 갈려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습니다. 일부 열성 당원과 지지자들은 상대를 향해 욕설과 ‘파묘’를 서슴지 않습니다. 위험 수위를 이미 넘어섰습니다. 8월17일 전 당원대회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민주당이 망할 수도 있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들 대표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요?6월 6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KBC 광주방송 주관 2026 뉴호남포럼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대전환시대, 통합의 의미와 국가전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민석 총리가 민주당 대표가 되면 모든 일이 잘될까요? 그렇지도 않을 것 같습니다.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첫째, 김민석 총리는 의외로 당내 기반이 허약합니다. 2022년 8·28 전당대회에 대표로 출마했다가 강훈식 박용진 이재명 후보에게 밀려 컷오프된 일이 있습니다. 2024년 8·18 전국당원대회에는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는데, 초반에는 고전하다가 이재명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금도 당원들의 확고한 지지세가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민주당 의원들은 다수가 김민석 총리를 지지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의원들이 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 정청래 대표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둘째, 김민석 총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지나치게 가깝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너무 멀어서 문제라면 김민석 총리는 너무 가까워서 문제입니다. 여당 대표에게는 대통령의 전횡과 독주를 저지해야 하는 책무도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 시절 김기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2023년 3월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됐지만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뜻에 따라 김태우 전 구청장을 재공천했다가 패배하고 12월에 대표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대통령에게 맞설 수 있는 강단과 용기가 없으면 여당 대표직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김민석 총리가 새겨야 할 사례입니다. 반면교사는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김민석 총리는 ‘명픽’에서 벗어나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으로 지지 기반을 확장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뉴 이재명’ 세력만으로는 대표가 되기도 어렵고, 대표가 돼도 당을 제대로 끌고 나가기 어렵습니다. 김민석 총리가 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정청래 너무 멀고 김민석 너무 가까워…복잡미묘 대통령-여당 대표 관계
이재명 대통령은 생존 본능이 뛰어납니다. 위기를 미리 감지하고 몸부림쳐서 어떻게든 빠져나갑니다.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도전하면서 출판한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겁이 없다. 살아가면서 어지간한 일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