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71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에 분향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진진화 | (예)육군 대령해마다 6월이 오면 대한민국은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지만, 그 엄숙한 추모의 언어 뒤편에는 정작 국가로부터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한 비(非)군인 참전자들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그들은 군번도, 계급도 없이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향했으나, 전쟁이 끝난 뒤 국가는 공식 기록이 없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그들의 희생을 제도 밖에 방치해 왔다. 매번 정부가 바뀔 때마다 보훈 예우를 강화하겠다는 거창한 슬로건이 울려 퍼졌지만, 역대 어느 정부도 법적, 행정적 사각지대에 놓인 비군인 참전유공자 인정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매듭을 지으려 하지 않았다.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특별한 희생에는 그에 걸맞은 특별한 보상과 예우가 뒤따라야 한다”며 “모두를 위한 헌신이 외면받는다면, 또 장차 다른 위기 앞에 어느 누가 공동체를 위해 나서겠습니까”라고 역설했다. 이러한 선언이 진정으로 국민의 피부에 와 닿으려면, 역대 정부가 외면해 온 오랜 숙제이자 보훈의 가장 어두운 그늘인 비군인 참전자 문제부터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입증 책임을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하는 비정함 속에서, 노병들의 절규는 수십년째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광고94살 노병 장아무개씨의 사례는 우리 보훈 행정의 경직성과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51년, 불과 16살의 그는 아버지를 대신해 미 제25보병사단 소속 노무자로 전장에 투입됐다. 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그는 자신의 마지막 명예를 되찾기 위해 직접 미국 국가기록물관리기관(NPRC)에 자료를 요청했고, 미군의 이동 경로와 전사(戰史) 자료를 추적해 법원에 제출했다. 심지어 64년 전 전장의 기억을 되살려 당시 상황을 직접 요도(필요한 것만 간단히 그린 지도)로 작성했다. 법원은 이 자료가 실제 미군 부대의 기동 경로와 정확히 부합한다며 “실제 경험 없이는 재현하기 어려운 수준의 신빙성 있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90살 노구로 법정에 서서 직접 텐트 설치 시범까지 보이며 자신의 삶을 증명해야 했던 그의 모습은, 국가가 외면한 진실을 한 인간이 온몸으로 떠받치고 있는 소극 행정의 단면이다.그런데도 최종 열쇠를 쥔 국방부의 태도는 여전히 냉담하다. “심의에 상정할 만한 추가 입증자료가 되지 못한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서류를 회송하고 있다. 사법부가 인정한 구체적 정황과 증거조차 행정의 벽 앞에서는 번번이 가로막힌다. 전쟁이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기록의 공백을 온전히 개인 책임으로 돌리고, 이미 90살을 훌쩍 넘긴 노병들에게 다시 완벽한 병적 기록을 요구하는 것이 과연 정부가 말하는 ‘최고의 예우’에 부합하는 일인가?광고광고더 심각한 것은 장씨가 겪는 이 비극이 이름 없는 수많은 노병이 마주한 보편적 현실이라는 점이다. 학도병, 유격군, 노무자 등 이름 없이 참전했던 수많은 이들이 여전히 국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평생을 바쳐 국가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는 이유는 거창한 물질적 보상이 아니다. 자신의 삶이 국가를 위한 희생이었다는 최소한의 인정, 즉 ‘존재의 증명’이다. 자식들과 후손들에게 “나는 나라를 위해 당당히 싸웠다”는 마지막 긍지를 남기고 싶은 것뿐이다. 국가가 그 기록을 끝내 외면한다면, 그것은 한 개인의 삶만이 아니라 역사의 한 페이지를 지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이번 정부만큼은 정말 달라야 한다. 말로만 외치는 보훈이 아니라, 오랜 기간 해결되지 않은 이 아픈 사각지대에 단 한번만이라도 진심 어린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이제는 국가가 주도해서 입증 책임을 분담하는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 전우들의 인우보증(친구 등 가까운 사람이 특정 사실을 증명)이나 당시의 정황 증거를 폭넓게 인정하도록 증명 기준을 전향적으로 완화하고 관련 법령과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국가보훈부와 국방부가 기록 발굴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신청인의 진술을 국가가 보유한 방대한 전쟁 자료와 대조하며 적극적으로 진실을 찾아가는 ‘조력자’가 되어야지, 서류의 유무만 따지는 ‘판정관’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군번이 없었다고, 제복이 없었다고 해서 그들의 희생까지 지워버리는 행정은 국가의 직무유기다.자연의 섭리 앞에 이제 수명을 다해 스러져가는 노병들의 억울함을 풀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이제는 행정이 전향적으로 응답해야 할 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영웅들의 시간은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
군번 없는 노병들의 절규…국방부는 외면 말아야 [왜냐면]
진진화 | (예)육군 대령 해마다 6월이 오면 대한민국은 호국영령의 희생을 기리지만, 그 엄숙한 추모의 언어 뒤편에는 정작 국가로부터 이름조차 제대로 불리지 못한 비(非)군인 참전자들이 있다. 한국전쟁 당시 그들은 군번도, 계급도 없이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으로 향했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