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원탁토론 좌장’ 구본권 디지털 인문학자가 보는 ‘학습의 미래’ AI시대 ‘인지외주화’ 심각 불편하고 어려운 과정 제거 정답 쉽게 찾지만 자기 실력 아냐 변화무쌍한 미래 대응 위해 ‘정신적 유연성’ 갖춰야 광고24일 열리는 제5회 사람과디지털포럼에선 ‘전환의 현장_교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주제로 라운드테이블이 마련됐다. 읽기, 쓰기의 능력은 어떻게 재정의 되고 있는지, 수능 문제풀이가 압도하는 현실에서 아이들의 불안 지점은 무엇이고 새로운 기술을 따라가고 있는 교사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자리다. 이날 원탁 토론 좌장을 맡은 구본권 디지털 인문학자가 생각하는 인공지능 시대를 준비하는 교육에 대해 살펴본다. 15세기 인쇄술의 발명은 지난 천년 동안 최대의 사건으로 꼽힌다. 성직자, 귀족 등 소수가 전유하던 지식과 권력의 도구가 대중에게 개방되자, 변화와 혁명이 잇따랐고 근대가 열렸다. 컴퓨터와 인터넷이 등장하며 지식에 대한 접근성과 정보 영향력이 확대된 현대는 정보사회로 불린다. 정보와 기술을 다루는 능력은 더욱 중요해졌고, 교육의 주된 목표가 되었다.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글쓰기, 논리 구성, 창작 등 기존에 교육의 목표였던 지적 작업에서 사람을 능가하며 편리함과 혼란을 동시에 가져왔다. 인공지능 이후 교육을 둘러싼 모습은 아수라장에 가깝다. 학교 과제와 글쓰기는 대부분 인공지능이 수행하고, 연구·시험·면접 등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부정행위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도덕성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부적합해진 기존 교육체계에 대한 도전이자 탐험으로 이해해야 하는 면이 있다. 계산기나 검색엔진이 초기의 우려를 넘어서 필수적 지적 도구가 된 것처럼, 미래 세대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지적 작업에 나설 것이며, 지금은 그 과도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의 ‘인지적 구두쇠’ 성향 탓에 이런 과정이 저절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누구나 힘들이지 않고 정답을 얻을 수 있다면 대부분 그 길을 택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역사상 가장 달콤한 ‘인지적 지름길’이다. 쉽게 얻은 답은 쉽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최근 여러 연구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학생들이 단기적으로는 높은 성과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밝혀졌다. ‘인지 외주화의 역설’이다.광고 더 위험한 것은 ‘빌려온 유능함’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태도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뛰어난 결과물을 자신의 능력으로 오인하는 경우다. 학교 교육은 저명한 심리학자 로버트 비요크가 말한 ‘바람직한 어려움’을 경험하는 과정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학습에서 어렵고 불편한 과정을 제거하고 매끄러운 결과물을 제공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아예 학습이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이후 교육에서 과정과 결과물이 분리되고 있는 현실은 기존의 교수법, 평가법, 학습법이 통용되지 않는다는 걸 알려준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오늘날 학교에서 가장 가르칠 필요가 없는 것은 더 많은 정보”라며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가장 중요한 기술은 ‘어떻게 해야 늘 변화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인가’, ‘어떻게 해야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직면하며 살 수 있을 것인가’일 것이다”라고 말한다. 알 수 없는 미래 변화를 준비하는 방법은 계속 새로 배우는 능력과 그걸 가능하게 하는 정신적 유연성이라는 얘기다.광고광고 독일의 미디어 연구자 크리스토프 엥게만은 최근작 ‘읽기의 위기’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읽기를 ‘새로운 라틴어’라고 명명한다. 사유의 도구인 읽기와 쓰기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소수만이 다룰 수 있는 고급 문해력으로 변하면서, ‘성직자의 도구’처럼 기능한다는 주장이다. 인공지능 환경에 적합한 학습법에 대한 더 다양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다. 구본권 디지털 인문학자·사람과디지털연구소 객원연구위원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