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하이트컬렉션 1층의 ‘레퍼렌셜’전 현장. 적벽돌 계단 벽을 찍은 사진을 큰 벽면에 펼친 곽이브 작가의 ‘재생: 면대면7’(2024/2026)과 하늘을 나는 새의 사진을 벽면에 가득 붙여놓은 곽 작가의 ‘재생: 면대면6(얼리버드-버드세이버)_낮0, 낮1’(2019/2026)이 마주 보고 있다. 하이트컬렉션 제공광고“우리는 천덕꾸러기가 됐나.” 요사이 중년의 사진가와 조각가들은 자조 섞인 물음을 던지곤 한다. ‘폰카’로 난사하듯 찍은 이미지와 인공지능(AI)이 부려놓은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지금 세상에서 두 장르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앵글에 담은 시선과 찍는 대상의 차별성으로 승부하던 사진가는 대중과 다른 정체성을 드러내기 어렵다. 돌, 흙, 금속 등 재료를 만지며 형상을 빚어온 조각가는 실체와 가상 사이를 오가는 이미지들과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하지만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차세대 사진가와 조각가들은 다르다. 회로 기판이 녹아 붙은 사람의 팔뚝을 형상화하고, 스리디(3D) 프린터로 조형물을 휘리릭 뽑아낸다. 스펀지에 좋아하는 이미지를 그려 넣어 다듬고, 디지털 사진을 모아 대형 설치 작품을 만든다. 서울 청담동 하이트컬렉션에서 지난달 8일부터 시작한 기획전 ‘레퍼렌셜’(referential)은 디지털 이미지가 홍수를 이루는 시대에 파편화해 서로 엉겨 붙는 사진과 조각의 현실을 청년 작가들의 난장으로 보여준다. 전시 제목은 ‘참고용’ ‘관련 있는’ 등으로 풀이되는 영어 형용사다. 이런 제목의 의미를 바탕에 깔고 서로 장르를 넘나들며 물질과 비물질, 원본과 복제를 뒤섞은 작업들이 펼쳐졌다.사진가 5명(김도균, 김경태, 안초롱, 오가영, 전명은)과 조각가 4명(곽이브, 김주리, 오제성, 유아연)의 출품작들은 사진은 평면, 조각은 입체라는 존재 방식의 차이를 뛰어넘으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유아연 작가의 ‘파비콘’ 연작은 액세서리나 유행 상품의 배경으로 흔히 나오는 사람 얼굴 등 납작한 신체 이미지를 비롯해 플라스틱 문자 문구, 장식물 형상의 머리카락, 일상 기물 따위를 비닐 주머니에 넣어 치렁치렁 매달아두었다. 자본의 상업적 의도로 평면화한 몸과 사물의 이미지에 원래 물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으로 읽힌다. 회로 기판이나 저장 장치 등과 융합된 듯한 몸의 사지를 표현한 오제성 작가의 조형물 ‘보주’는 평면성과 입체성이 함께 와닿는 감각 융합적 작품으로 다가온다.광고오가영 작가는 사진과 조각, 소리를 결합한 작업을 내놓았다. 과거 외국 체류 중 일상을 포착한 사진을 여러 소리가 울려 나오는 큐브 사이에 포개 넣고 사진에 스며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는 사진+사운드 작업이다. 누런 발포 스펀지에 앙증맞은 동물상 이미지를 그려 넣고 디지털 사진으로 찍어 이미지를 해체하고 재배치한 ‘스펀지 판타지’가 다른 한켠에 나왔다. 김경태 작가의 사진 ‘을지로 앵글스’는 전시장 모서리에 내걸렸다. 한 건물 내부 모서리 벽과 바닥에 있는 물갈기 무늬, 꽁초, 먼지 따위의 미세한 단면을 클로즈업해 그곳에 서린 시간의 지층을 보여준다.전신 거울 앞에서 아이돌 안무를 따라 하는 젊은이들을 담은 안초롱 작가의 대형 사진은 약동하는 몸의 물성과 디지털 화상의 평면 이미지들이 뒤섞여 흘러가는 일종의 인터페이스 무대로 사진을 자리매김해놓았다. 곽이브 작가의 ‘면대면’ 연작은 배치 구도가 독특하다. 조각가의 눈길로 포착한 계단 벽의 적벽돌 사진과 하늘을 나는 새의 흑백 실루엣을 담은 사진을 마주 보는 벽면에 각각 붙여놓고 전시장을 일종의 조각적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광고광고현재의 디지털 환경에서 사진은 평면을 벗어나 조각처럼 솟아오르고 튀어나오려는 특징을 보여준다. 반면, 조각은 촬영된 재현 이미지에 기대어 전파되는 평면화의 양상이 심화되면서 사진과 융합되는 중이다. 이 전시는 과거 생각도 못 했던 두 장르의 이종교배가 지금 자연스러운 현실로 다가왔음을 보여준다. 인공지능까지 끌어들인 젊은 사진·조각 작가들의 작업 최전선을 두루 살피는 의미도 빼놓을 수 없다. 7월11일까지.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디지털 시대 사진과 조각은 이미지 파편이 되어 서로 교배한다
“우리는 천덕꾸러기가 됐나.” 요사이 중년의 사진가와 조각가들은 자조 섞인 물음을 던지곤 한다. ‘폰카’로 난사하듯 찍은 이미지와 인공지능(AI)이 부려놓은 이미지들이 넘쳐나는 지금 세상에서 두 장르의 자리는 갈수록 좁아진다. 앵글에 담은 시선과 찍는 대상의 차별성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