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19년 2월28일(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 정상회담 이틀째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다. 이날 양쪽의 협상이 결렬되면서 북핵 문제는 악화 일로로 치달았다. 연합뉴스광고문정인 | 연세대 명예교수 “미-중 정상은 북한 비핵화라는 공동 목표를 재확인했다.” 5월17일 백악관이 트럼프-시진핑 정상회담 결과 팩트시트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러나 다음날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와 결이 다른 입장 표시를 했고, 일주일 뒤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 없이 “외교적 고립과 경제 제재, 무력 압박 등으로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는 데 반대한다”라는 다분히 북을 두둔하는 성명을 채택했다.5월19일 안동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항목이 빠졌다. 이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에 대한 양국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1월 일본 나라 정상 회동 때와 크게 대조를 이룬다. 한편 5월26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미국·일본·인도·오스트레일리아 4개국 쿼드(QUAD)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우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UNSCR)에 따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라는 정반대의 공동성명이 채택되었다.광고이처럼 북핵 문제에 대한 각국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비핵화’라는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비핵화라는 표현을 피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다.한가지 분명한 추세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비핵화 패러다임이 동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와 중국 정부가 강조해오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체제의 연계’ 전략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비핵화는 절대로, 영원히 없을 것”이라는 평양의 강고한 입장을 고려할 때 기존 접근법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광고광고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북의 핵 보유를 과도기적으로 용인하는 가운데 핵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자는 주장이 주목받고 있다. 북의 핵무장력이 하루가 다르게 증강되고 있는데 이를 그냥 방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군사행동과 같은 강압적 방식을 택하기도 어려운 게 냉혹한 현실이다. 따라서 공허한 비핵화 요구보다는 북의 핵·미사일 활동을 중단시키고, 핵과 미사일 무기체계를 단계적으로 감축해 나가면서 이와 관련된 한반도 안보 위험과 위기를 관리해 가자는 시각이다. 이재명 정부의 단계적 해법이 이에 해당한다. 중국과 러시아 접근법도 이와 유사하다.미국의 핵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선 핵 리스크 관리, 후 비핵화’ 방식에 동조하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는 오래전부터 ‘중단, 감축, 폐기’라는 단계적 접근법을 제안해왔고 지난해 5월 카네기 평화연구소의 프랭크 엄과 앙킷 판다 연구원도 ‘안정적 공존’이라는 구상을 제안하며,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로 인지하고 핵 위험 관리와 군축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지난 4월15일치 뉴스위크 기사는 ‘완전한 비핵화’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북핵 현실에 맞추어 협상전략을 재구성하라고 주문한 바 있다. 한때 ‘완전한 비핵화’의 강력한 옹호자였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교수도 북한 핵 보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화와 협상을 통해 ‘차가운 평화’(Cold Peace)를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광고이들은 한결같이 ‘완전한 비핵화’는 비현실적 접근이며 긴장 완화, 신뢰 구축, 군비 통제, 군축 등을 통해 한반도 핵과 재래식 위험의 안정적 관리가 시급하다고 설파한다. 옳은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가지 선제적 조치가 요구된다.첫째,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와 용어의 사용을 피하고 군비 통제, 군축, 확산 방지에 역점을 두는 새로운 협상 프레임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미국과 한국이 주축이 되어 비핵화가 아닌 동결, 감축을 위한 정교한 협상 로드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둘째, 북한을 악의 축과 불량국가로 간주하는 한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재개는 어렵다. 북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고 정상 국가로 인정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와 대북 독자 제재(교류·금융 부분) 해제를 협상의 첫 단계(동결)에서 유인책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마지막으로,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북-미 정상회담은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트럼프 정상회담은 조속히 재개되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이 정상회담에서는 ‘핵무기 선제 불사용’에 대한 선언적 합의가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선언적 합의가 구속력을 가질 수 있도록 중국, 러시아, 한국, 일본이 다자 프레임을 통해 이를 담보해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북·미와 한·중·러·일이라는 ‘2+4’ 협의체가 대화 초기부터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