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이십대 청년이 먼저 읽고 그리다. 김예원 광고 양희은 | 가수광고 노래를 들을 땐 말을 새겨듣는다. 요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들으니 많은 얘기 중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가 가슴으로 훅 들어와 꽂혔다. 다른 이들은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너와 함께라면 난 다 좋아’ ‘너라서 나는 충분해’ ‘내가 옆에 있을게’ ‘나만은 너랑 갈 거야 어디든’ 그 구절들에 눈물이 핑 돈다면, 내가 꽂힌 가사는 좀 만화처럼 웃긴다. 왜냐하면 내려놓고 가볍게 짐을 챙긴다는 게 무언지 진하게 그 뜻을 알기 때문이다. “넌 짐 못 줄여.” 섭섭해서 물으니 “30년째 한집에서 살잖아. 이사를 자주 다녀야 짐도 줄지!!” 맞는 얘기다. 암 수술 후 6주가 지났다. 모의치료 뒤 본격적인 방사선 치료가 시작됐다. 총 20회를 해야 한다. 1981년 나이 서른의 큰 수술 후에 병원에서 권하는 어떤 치료도 안 했다. 수술이 아주 잘됐다기에 그럼 됐구나 싶었는데 나중에 연예인협회로 수소문해서 집에 전화해서는 수술한 놈이 석달 지나도록 안 오면 어떡하잔 얘기냐 하셨다. “수술 아주 잘됐다 하셨잖아요? 병원에 오란 말씀 못 들었어요.” 군대식으로 말하자면 완전 고문관이 따로 없었다.광고광고 그해 여름 엄마는 명동 입구 수입 책방에서 온갖 일본 책을 구해, 암환자들의 섭식을 공부하고 그대로 해 먹이셨다. 당시 흔치 않던 유기농 식재료를 찾아 버스 타고 서울 태릉 삼육대학까지 가서 긴 시간 채소꾸러미를 들고 오셨다. 무염식이 좋다며 잡곡밥에 소금 대신 식초 조금 섞은 양념으로 연구해 먹이셨다. 그 덕에 맥이 없고 좀체 기력 회복이 안 되었다. 7시간의 수술 후 7.5㎏이 빠졌다. 어느 날 엄마가 통인시장에 가신 사이 냉장고 안 오이지, 콩자반, 멸치볶음에 찬물에 만 밥 한그릇을 비우니 눈이 번쩍 떠졌다. 그날 이제 몸 안에 나쁜 것 뗐으니 환자도 아니고 보통 밥을 먹겠다고 우겼더니 좋다. 밥만은 온갖 잡곡으로 하자 하셨다.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석달, 시한부라더니 ‘아직 살았으면 나와서 방송하자.” 당시 에프엠(FM) 라디오 부장의 호출 끝에 가을개편 늘 내가 하던 시간대로 복귀했다. 하지만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이상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 아침부터 밤까지 재채기, 눈물, 콧물, 눈 가려움 4중주가 괴롭혔다. 검사 결과 고양이 털 탓이라는데 증세가 심해 영혼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맹했다. 당시 옥인아파트 동네에 그냥 집에 가서 먹고픈 것 먹고 보고픈 사람도 보라며 내놓은 환자가 있었는데 전직 교사셨다. 그분이 부항을 권해서 동생 희경이가 마음먹고 배워 100일 동안 매일 알코올 불부항을 떠줬고, 어느 날 그 괴로운 증상이 사라져 버렸다. 그사이 코막힘 증세가 심한 진행자의 방송 청취율은 영 재미가 없었다. 제작회의 때마다 교체가 거론되었다는데 당시 부장께서 방송일마저 잘리면 걔는 어디로 가겠느냐며 옹호해, 어떤 피디가 대체 부장과 무슨 사이냐고 물었다. 웃자고 한 그 얘기는 누가 들어도 터무니랑 어이가 없는 의심 절대 불가능 타입의 분이셔서 한바탕 웃고 지났다. 그렇게 그렇게 버텼던 라디오 진행이 만 45년째다. 숱한 금지곡에다 서슬 퍼런 군사정권 아래서도 라디오 진행은 계속했다. 청취율이 모든 걸 얘기하니까…. 티브이 출연이 정말 드문 가수임에도 라디오 안에서 끊임없이 소통해온 덕에 지금까지 왔다. 요즘 시대엔 휴대폰 안의 짧은 영상 또는 티브이에 안 보이면 죽은 줄 안다. 하지만 라디오로도 사실 충분하다. 집중 에너지가 막강하니까!!! 심술궂은 황사로 시야가 뿌옇다가도 비바람 한바탕에 해맑은 공기와 하늘까지 더불어 하루 시작이 아주 기분 좋다. 동료들과 가끔 수다와 밥을 나누는데 끝까지 일해야 한다고 서로 부추긴다. 일을 놓으면 금세 처지고 노년의 우울과 건망증, 단어 생각이 안 나서 헤매는 증세가 심해질 거라는 걱정, 종일 집에 있으면 더할 거다. 우두커니 있음 가라앉을 거라는 얘길 나눈다. 지인 중에 자기는 도대체 뼈가 쑤신다, 관절이 어떻다는 말 도무지 모르겠다더니 고관절에 이상이 생겨 며칠 치료받고 좀 나았다 한다. 또 선배 한분은 사람들은 왜 어디가 아프다는 거냐, 나는 세상 건강하다시더니 치아가 속을 썩이고 잇몸이 죄 곪고 큰 치과 수술을 두번 해서 혼이 나셨다. 엄마는 내내 그 안 보이는 눈으로 작품을 하셨다. 자세가 안 좋았다. 바느질하면 허리, 고관절, 무릎이 아프셨다. 그렇게 하지 말라는데 굳이 그러셔야겠냐 하면 버럭 화를 내시며 “그럼 나더러 멍청한 바보 늙은이가 되란 얘기냐” 하셨다. 엄마 같은 취미도 내겐 없다. 노년의 취미? 이제부터라도 준비해야 할까? 하이고 일만 하고 살아왔네!!!광고
노년의 취미? 이제라도 준비할까? [양희은의 어떤 날]
양희은 | 가수 노래를 들을 땐 말을 새겨듣는다. 요즘 선우정아의 ‘도망가자’를 들으니 많은 얘기 중에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대신 가볍게 짐을 챙기자”가 가슴으로 훅 들어와 꽂혔다. 다른 이들은 ‘있을까? 두려울 게, 어디를 간다 해도, 우린 서로를 꼭 붙잡고 있으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