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26일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스타벅스의 '탱크 데이’ 논란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하러 단상에 오르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 ‘5·18 탱크데이’ 이벤트에 대한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하지만 정 회장 본인이 어떤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담당 임직원을 해임하고 직무 배제하는 선에서 ‘꼬리’를 자르려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 회장은 26일 기자회견을 열어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현의 수위만 높을 뿐, 사과 내용에 구체성은 없었다. 정 회장은 그동안 이른바 ‘멸공 챌린지’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헌사를 비아냥대는 메시지(2021년) 등을 통해 본인의 극우 성향을 거리낌 없이 밝혀 왔다. 정 회장의 비뚤어진 인식이 그룹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문화와 업무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탱크데이’ 이벤트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정 회장을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진 이유다. 더구나 스타벅스코리아의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202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10주기에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노래로 배를 침몰시키는 세이렌을 내세워 ‘사이렌 클래식 머그’ 출시 이벤트를 벌였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뉴턴 캔디 핑크 텀블러’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을 ‘중력절’이라고 비하하는 의미로 일베에서 통용되는 ‘뉴턴’이라는 표현을 일부러 사용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회사 전체가 ‘일베 문화’에 찌들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도 신세계그룹은 사안을 축소하려 애쓰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이날 ‘탱크데이’ 마케팅의 고의성 여부를 조사했지만, 담당자들이 휴대전화를 제출하지 않아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번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해당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 첨부 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보고 체계의 결함을 부각했다. 그룹의 퇴행적인 문화가 낳은 구조적인 문제를 담당 직원들의 문제만으로 돌리려는 의도 아닌가. 이날 정 회장이 해결책으로 제시한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 점검’이 공허하게 들리는 건 이 때문이다.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임기응변과 꼬리 자르기식 대응으로는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