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가자지구행 구호선에 탑승했다가 이스라엘군에 나포됐던 활동가 김아현(해초·오른쪽 둘째)씨와 김동현(앞줄 왼쪽 둘째)씨가 22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귀국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광고 서수민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광고 ‘여권 무효에도 다시 출항하더니.’ 가자지구로 향했던 평화운동가 김아현(활동명 해초) 관련 주간조선 온라인판의 5월19일치 기사 제목이다. 온라인 기사에도 “국가가 위험지역 가지 말라면 가지 말아야지” “구조를 위해 나라 세금 쓰지 말라” 같은 댓글이 난무한다. 2026년 한국에는 이런 견해를 가진 이들이 많다. 이들의 논리는 이렇게 요약된다: “우리 곁에도 도울 이들이 많은데 굳이 먼 외국의 일에 간여하는 오지랖 넓은 행위는 결국 이를 수습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키기에 다른 국민들에게 민폐다.”광고광고 고백하건대 나 역시 김아현과 김동현 같은 자원봉사자들의 잇따른 가자행 선단 탑승에 회의적인 생각을 가졌던 때가 있다. 그들의 투쟁이 부당하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다. 이스라엘군 해상 봉쇄의 잔혹함, 그리고 과거 공해상으로 구호물자를 가자에 전달하려는 유사한 시도가 대부분 실패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 역시 ‘계란으로 바위 치기’로 끝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었다. 이스라엘의 대응은 훨씬 잔인했고 노골적이었다. 억류되었던 40여개국 출신 자원봉사자 430명 가운데 여럿이 전기충격기와 고무총탄 공격 등으로 뼈가 부러지는 등 중상을 입었고, 성폭행을 당했다고 밝힌 이들만 15명이다. 특히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이 손이 묶인 채 바닥에 머리를 박도록 한 자원봉사자들을 조롱하는 영상도 공개되며 안하무인격인 이스라엘의 민낯이 조명되었다. 이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캐나다,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 폴란드 등은 자국 주재 이스라엘대사를 초치하며 강력히 항의했다.광고 한겨레 등 국내 언론이 관련 뉴스를 전하자 한국인들 역시 자신들의 일상과 멀게 여겨지는 이 문제를 잠시라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통행이 보장된 영해상에서 구호물자를 실은 선박을 불법 나포한 뒤 카메라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외국인에게조차 가혹 행위를 서슴지 않는 이스라엘은 어떤 나라인가? 구호 요청을 한 가자의 5살 소녀 힌드 라잡과 이스라엘군의 허락하에 구조에 나선 구급요원 2명까지 살해한 이스라엘 앞에서 인권과 국제법, 외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해초가 맞은 귀싸대기를 가자 사람들에게 가해진 폭력에 비교할 수 없지만, 그가 있어 가자의 참상은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자유와 평화, 인권을 지향하는 데 있어 정부와 국민의 역할이 일치하기는 쉽지 않다. 한국어와 영어 신문을 창간하며 일제의 부당함을 널리 알린 끝에 감옥에 가고, 그 후유증으로 요절한 어니스트 베델(1872~1909), 임시정부의 자금을 마련하며 항일운동에 갖은 도움을 줬던 조지 쇼(1880~1943)는 모두 영국인이었다. 자국민의 반일 활동은 당시 일본과 영일동맹을 맺은 영국 정부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되었지만, 영국 정부는 자국민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풀려나도록 노력했다고 한다. 1980년 5·18 민주항쟁 당시 데이비드 돌린저와 팀 원버그 등 전남 광주 지역의 미국인 평화봉사단원들은 외신 기자들과의 통역부터 주검 수습, 보고서 발표 등 사태의 진실을 국제적으로 알려내는 데 큰 몫을 했다. 이들의 행위는 시위 등 주재국의 정치활동 참여가 일체 금지되어 있는 준공무원 조직인 평화봉사단의 지침을 어긴 것이었다. 오늘날 한국 사회 일부가 김아현에게, 김동현에게 들이대는 잣대를 적용하면 베델도, 돌린저도 모두 “국가가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민폐 국민들일 것이다. 하지만 가자지구의 참상과 이스라엘의 안하무인격 상황에서 용기 있는 몇몇이 나선 직접 행동은 여권법을 위반한 ‘불법’ 행위일망정, 윤리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다. 멀리서 온 외국인들의 연대 행위에 빚진 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을 기억하는 한국인이라면 말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분쟁지역 취재를 해본 기자 출신으로 두 젊은이에게 특히 부끄럽다. 2007년 여권법 개정 이후 취재 목적으로 여행금지국을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여권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이 최소 2~3주 걸리다 보니 사실상 분쟁지역 취재가 원천 봉쇄되었다. 이는 주요 민주국가에서 찾아보기 힘든 정부의 권위적 언론 통제 정책인데, 젊은 활동가들보다 훨씬 자원과 권력이 많은 언론이 이 정책의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저항한 사례는 별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