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을 마친 후 여명구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반도체 사업 담당) 피플팀장과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협상의 타결은 파업 위기를 피했다는 안도감과 동시에 숙제를 여럿 남기고 있다. 해당 기업 내부적으로는 실적에 따른 보상 원칙을 지키면서도 부문별 불균형에서 빚어질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과 에스케이(SK)하이닉스 사례를 시작으로 각 기업 노사 관계에서도 영업이익 규모에 기반을 둔 성과급 요구가 다방면으로 분출되고 있는 양상이어서, 삼성전자의 향후 숙의 과정은 이들 기업에도 시금석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주주를 비롯한 기업 울타리 밖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배분 몫과도 균형을 맞춰야 하는 과제도 점차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을 지낸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21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나쁜 화해가 잘된 판결보다 낫다’고 하듯 협상이 타결된 것은 어쨌든 평가받아야 한다”며 “다만 협상 종결이 문제의 종결을 뜻하지 않아 이제부터가 문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성과인센티브(OPI)를 둘러싼 여러 쟁점에 관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고 본다면,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전날 밤 진통 끝에 도출된 삼성전자 노사의 잠정 합의안은 ‘성과인센티브’와 반도체(DS) 부문에 대한 ‘특별경영성과급’으로 구분해 지급하는 내용이다. 기존에는 ‘세후 영업이익에서 자본 비용을 뺀 값’을 뜻하는 경제적 부가가치(EVA)를 성과급 재원의 기준으로 삼았는데, 대신에 ‘노사가 합의로 정한 사업 성과’로 기준점을 바꿨다. 경제적 부가가치는 그동안 회사 쪽이 구체적인 산출 방식을 공개한 적이 없어서, 성과급 기준이 불투명하다는 노조 쪽 불만의 근원으로 지적돼왔다. 향후 사업 성과를 산출하는 노사 합의 과정에 추가적인 진통이 있을 수 있지만, 최소한 이윤 배분의 투명성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가능한 셈이다.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한 성과급 지급 요구에 직면한 다른 기업들도 삼성전자의 이 같은 이윤 배분 방식은 주요한 참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광고 5대 그룹 소속 한 임원은 “이건 ‘삼전닉스’(삼성전자, 하이닉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산업군에 해당할 수 있고 사회 문제로 커질 것 같다”며 “하청업체, 지역사회의 압박도 예상돼 기업 부담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성과급 문제는) 경영진이 판단할 문제였는데, 어느 순간 노사의 화두가 됐다”며 “반도체 호황이 (향후) 2~3년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그 이후에는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 반도체 업종을 넘어 카카오·현대차·에이치디(HD)현대·엘지유플러스·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다른 산업에서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노조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 개별 기업 내, 기업 간 차이에 따른 세밀한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업, 기업을 넘어 기업 내 부문 간에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분출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윤 배분의 균형점을 찾는 난도가 그만큼 높아졌다. 다른 재계 임원은 “이익의 몇 %를 (성과급으로) 달라는 노조의 움직임이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삼성전자 노사 간 합의안이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 정도의 (대규모) 이익은 없기 때문에 기존에 주던 성과급과 큰 차이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도 “우리 내부에서도 요구가 터져 나오면 상황에 맞게 대응해야 하는 협상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광고광고 현금 대신 주식 보상으로 지급 방식을 변경한 데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주식 처분에 일정 정도 제한을 둠으로써 단기적인 성과를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과 연동할 수 있고, 주주 환원에 대한 기대감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주식 보상은 기업의 장기 성과와 연동하는 성과급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방안으로 보인다”며 “향후 하도급 기업들과 성과를 공유하는 방안도 주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국가경제자문회의 의장은 “그동안 진행된 노사 관계나 성과급 지급 등에서 깊어진 갈등을 봉합한 수준”이라며 “향후 다른 기업들로도 확산될 문제여서 많은 기업들이 성과급 지급 체제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설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과 관련해선 “그동안 주주 배당이 너무 적었던 게 문제”라며 “주주 배당을 거의 하지 않던 기업들이 앞으로는 더 할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배 김남일 박종오 기자 kimyb@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