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6일(현지시각) 이란 반다르아바스 앞 호르무즈해협에서 일반 화물선 한척이 다른 상선들과 함께 정박해 있다. AP 연합뉴스광고길윤형 | 논설위원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지난 4일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듣고, 처음 떠오른 감정은 한없는 서글픔이었다. 국방부가 8일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한 마당이니 조만간 파병에 대한 공식 결정이 내려진다고 봐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으킨 이 불법적이고 더러운 전쟁에 가담하는 게 우리 정부의 ‘본심’일 리는 없다. 그럼에도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것은 트럼프의 거듭된 파병 요구를 거절할 때 오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힘들다는 데 정부 내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답답한 마음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내린 ‘이라크 2차 파병’ 결단 과정을 기술한 이종석 전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의 책을 찾아 읽었다. 역사는 얄궂게도 되풀이되는 것일까. 그가 2014년 펴낸 회고록 ‘칼날 위의 평화’에서 지금 상황에 딱 들어맞는 주옥같은 문장을 여러개 찾아낼 수 있었다. “파병할 경우 우리가 한반도 평화와 관련해서 미국에 대해 다소나마 발언권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우리가 파병을 거절할 경우 발생하는 긴장이다.” “대통령은 여러 회의에서 반복해서 우리가 추가 파병을 하게 된다면, 한반도 상황 안정이 그 전제가 돼야 한다며 북핵 문제의 진전을 강조했다.” “우리가 강구해야 할 것은 어떻게 추가 파병을 노잣돈으로 북핵 문제의 해결의 길을 좀 더 원활하게 만들 것인가. 또 어떻게 우리 병사들의 희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규모와 성격의 부대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것이었다.”광고이 기막힌 문장을 써낸 이종석은 현 정부의 국가정보원장이다. 그는 아마도 지금, 당시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이 책에 “2003년 가을”로 되돌아간다 해도, 당시와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는 소신을 적었다. 트럼프의 지난달 16일 ‘한-미 연합훈련 축소’ 결정으로 북-미 관계가 움직일 수 있으니, 이 원장이 대표하는 정부 내 ‘자주파’는 지금이 결단을 내릴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다른 한편 ‘동맹파’는 애초 파병이 불가피하다고 봤을 것이고, 이 결단을 통해 현재 꽉 막혀 있는 농축·재처리·핵잠수함 문제를 다루는 안보협의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내려 할 것이다.정부가 어떤 명분을 내세우든 파병이 우리 공동체에 끼치는 여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조지 부시가 2003년 일으킨 이라크 전쟁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불법 전쟁이었지만, 트럼프의 ‘이란 전쟁’에 비할 바는 아니다. 부시의 ‘네오콘’ 행정부는 그래도 국제 사회를 설득하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은 노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개전 시간을 사전 통보까지 해줬다. 게다가 논란의 핵심이었던 ‘2차 파병’의 경우, 이를 정당화할 최소한의 명분이 있었다. 미국이 그해 5월1일 ‘종전’을 선언하자, 유엔 안보리는 10월16일 이라크의 정세 안정을 위한 다국적군의 활동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이에 견줘 이란 전쟁은 동맹국과 일언반구 상의 없이 트럼프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며, 전투가 아직 끝나지도 않았다.광고광고그뿐인가.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한국 사회 내에선 대미 의존을 낮추면서 우리 나름의 ‘전략적 자율성’을 키워가자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었다. 파병 결정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동맹에 더 많은 ‘군사적 부담’을 지우려는 미국의 새 안보 전략에 순응하기로 방향을 튼 결정적 장면으로 기억될지 모른다.지난해 4월로 기억한다. 나카타니 겐 당시 일본 방위상이 한반도부터 동중국해(대만)와 저 멀리 남중국해까지를 ‘하나의 전쟁터’로 보고, 한·미·일·필리핀 등이 모두 힘을 합치자는 ‘하나의 전구’ 구상을 내놓았다. 이를 보고 “일본은 평화헌법의 제약 때문에 완전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없지만, 한국은 다르다. 우리 젊은이들이 전장에서 피를 흘리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글을 썼다. 얼마 뒤 만난 일본 외교관이 ‘이 대목을 인상 깊게 읽었다’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일본엔 평화헌법이라는 방패막이가 있고, 북한이라는 근심거리가 없으며 우리가 애타게 원하는 농축·재처리 권한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미국의 압박 앞에서 한국은 전략적으로 너무 취약한 국가다. 이후 동중국해·남중국해 사태에 파병하라는 요구가 있으면, 그땐 어떻게 할 것인가. 한번 꺾인 나라가 또 꺾이지 않겠는가.광고charisma@hani.co.kr
호르무즈 파병, 왜 일본이 아닌 한국일까 [아침햇발]
길윤형 | 논설위원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군사적 기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지난 4일 청와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을 듣고, 처음 떠오른 감정은 한없는 서글픔이었다. 국방부가 8일 “현지 조사단을 파견”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한 마당이니 조만간 파병에 대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