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클립아트코리아광고“거의 매해 정기적으로 상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성소수자 학생을 만납니다. 통상 성소수자 청소년은 자살 고위험군으로 알려져 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살위기를 상담하러 왔을 때 본인이 원치 않는데 보호자와 학교 위기관리위원회에 알려도 되는지 등 기초적인 매뉴얼도 없습니다.”학교 상담실인 위클래스에서 14년째 학생을 상담하고 있는 문혜은 교사는 성소수자 정책이 ‘0’으로 수렴하는 학교가 정서 위기를 경험하는 청소년 성소수자를 더욱 위기로 내몬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자살자 수 대폭 감소는 우리 정부의 여러 성과 중 가장 의미 있고, 가장 큰 성과”라 자축했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는 모든 청소년이 당연히 누리는 공공 인프라인 학교에서부터 위기 상황에서 도움받지 못한 채 밀려나고 있다.10일 ‘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청소년 상담 통계를 살펴보니, 올해 1∼7월 자살위기·자해 상담은 모두 90건으로 중복상담 건수를 제외하면 63건에 달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자살위기·자해 상담은 108건(중복 제외)으로 월평균 횟수를 따지면 2025년 7.2건에서 올해 9.6건으로 33% 늘어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4월 공개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 차별 실태조사(2025)’ 보고서에서도 청소년 성소수자의 69.0%가 우울 증상이 의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우울감을 경험한 일반 청소년은 여성 29.1%, 남성 21.4%로 모두 직전 해(여성 31.8%, 남성 23.4%)보다 줄었다.광고정서 위기를 겪는 청소년 성소수자가 각종 연구에서 보고되지만 학교 대책은 공백이다. 지난 6월 정부가 대대적으로 발표한 ‘청소년 자살예방 정책’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의 정서 위기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교육부가 집계하는 청소년 자살 보고서에는 객관식 문항에 개인 문제, 중독 문제, 가족 문제, 친구 문제, 학업 문제를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개인 문제에 ‘성정체성 고민’ 등의 항목은 별도로 없다.위클래스 센터 운영 가이드에도 ‘성소수자’는 항목도 없다. 문 교사는 “14년 동안 일하면서 단 한번도 관련 매뉴얼을 본 적도, 정부 차원에서 논의한 적도 없었다”고 말했다.광고광고교실에 만연한 혐오 표현은 청소년 성소수자의 마음 건강을 해친다. 유승희 띵동 운영지원팀장은 “코로나19 시기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감이 높았지만 청소년 성소수자들은 학교에 가지 않아서 편안하다고 말했다. 쉬는 시간에 오가는 혐오 표현, 욕설이 들리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성별 분리가 심한 학교 공간에서 성소수자 청소년은 더욱 취약해진다. 우승연 심리상담사는 “점심시간에 남녀로 나뉘어 밥을 먹는 상황, 성별 분리된 화장실이 트랜스젠더 청소년을 튕겨낸다. 내담자들이 ‘화장실이 제 정체성을 물어봐요’라고 말한다”고 전했다. 인권위 실태조사에서도 ‘성별에 따라 교복, 번호, 줄 서기, 체육활동 등을 구별하는 것’(32.6%), ‘성별정체성에 맞지 않는 화장실 이용’(20.7%) 등이 학교생활에서의 어려움으로 꼽혔다.전문가들은 현재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는 청소년 성소수자들의 정신건강 실태를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형 자살예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민석 띵동 대표는 “성소수자 자살 시도와 자살로 세상을 떠나는 일이 너무 많은데 국가가 진행하는 자살예방기본계획에도, 관련 통계에도 ‘성소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청소년 성소수자가 자살로 세상을 떠나는 일을 막으려면 실태부터 파악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림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공동대표(보건학 박사)는 “일본은 자살예방기본계획에 성소수자 지원 강화가 정책과제로 포함돼 있고 오스트레일리아도 성소수자 건강계획을 세운다”며 “우리도 적어도 청소년건강행태조사 등 국가통계에서부터 ‘성소수자’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광고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