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광고김민형 |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지난해 대중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으로부터 현 시대 수학 난제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하지만 기고 때 편집자와 말 없는 다툼이 있었다. 변수가 여러개인 방정식 이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때, 수천년 역사에도 이렇다 할 진전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글의 주제였다. 편집자가 싫어한 부분은 이론의 창시자로 꼽히는 디오판토스를 내가 ‘이집트 수학자’라고 표현한 대목이었다. 원고를 받은 편집자는 그 문구를 아무런 의논 없이 ‘그리스 수학자’라고 바꾸었다. 내가 다시 교정지에 ‘이집트 수학자’로 바꾸었는데 발행된 버전에는 결국 다시 ‘그리스 수학자’라고 나왔다. 이처럼 고대 인물의 정체성은 현재도 크고 작은 논란의 대상이 된다.디오판토스의 민족 정체성을 두고는 알려진 것이 전혀 없다. 현대의 민족 국가 개념으로 그를 ‘어디 사람’이라고 분류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중세 이후 디오판토스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활동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여러 이유로 자리 잡았지만 나 역시 명확하게 정당한 수식어를 쓴 것은 아니다. 그를 ‘그리스 수학자’라고 부르는 별 근거 없는 전통에 반발한 것이고, 편집자는 그 시도가 탐탁지 않았던 것 같다. 어쨌든 ‘고대 그리스’라는 말이 어떤 일관성 있는 의미를 가졌는지, 현대 그리스와의 관계는 무엇인지는 끝없는 논란의 대상이다.광고어느 인물의 정체성을 현재 기준으로 분류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현시대의 정치관과 엮여 버린다. 가령 중국에서 광개토대왕을 중국인으로 분류하면 우리 역사학자는 당연히 싫어한다. 중세 최고의 학자로 꼽히는 비루니(973~1048)가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탄생 천년 기념우표가 1973년에 옛 소련에서 발행된 사실을 나도 신기한 현상으로 몇번 언급한 바 있다.(그 당시 소련은 우즈베키스탄을 포함했다.) 그런가 하면 지중해 주위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에 퍼져 있던 로마 제국을 ‘유럽’으로 분류하는 관행은 어디서 온 것인가. 이 역시 여러가지로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들이 있지만 현재의 로마시가 유럽에 있다는 사실이 강하게 선입관으로 작용한다.(예전 로마인의 관점에서 지금 유럽의 중심지로 여겨지는 프랑스, 독일, 영국은 야만인 거주 점령지였다.)디오판토스가 ‘그리스 수학자’로 분류된 근거는 따지고 보면 주로 언어 때문이다. 그의 책 ‘원본’은 당연히 남아 있는 게 없지만 그것이 그리스어의 일종으로 쓰였다는 근거는 여기저기서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유로 그를 그리스 수학자로 분류하는 것은 지금 세계 수학자 대부분을 ‘영국 수학자’로 생각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광고광고또 다른 관점에서 디오판토스가 ‘그리스 수학의 전통’에 속한 인물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하게 살필수록 그 전통이 뭔지 파악하기 힘들다. 통상적으로 ‘가장 그리스적’이라고 여겨지는 수학자는 에우클레이데스(유클리드)와 아르키메데스이다. 그런 가정의 정당성 문제를 떠나서 디오판토스의 수학이 두 사람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역사학자들의 주류 관점이다.이런 정체성 문제가 다시 생각난 이유는 대중 영화 ‘오디세이’ 때문이다. 개봉되기 상당히 전부터 영화 속 인물들, 그리고 저자인 호메로스의 정체성이 시끄러운 토론 대상이 됐다. 가령 호메로스를 터키에서 자기 나라 사람으로 간주한다는 주장이 최근에 다시 대두했다. 고대 저자들의 글 속엔 호메로스를 현재 터키에 있는 이즈미르 사람으로 여긴 흔적이 많다. 그렇다고 그를 ‘터키 사람’이라고 하는 것은 당연히 시대착오다. 그러나 호메로스 시대 인물들의 그리스 정체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 역시 기이하다. 그 이유는 여럿이지만 지금 학자들이 대체로 호메로스라는 인물의 존재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이라는 사실만 보아도 이런 신념의 모호한 근거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존재했다, 안 했다’는 또 무슨 뜻인가? 엄밀한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는 이 문제를 탐구해 봄으로써 고대 역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의 불가능성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오디세이아 작품 자체도 워낙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져서 ‘원본’이라는 것은 당연히 없다. 대중 영화의 기반이 된 작품은 그러면 어디서 유래하는가? 이 역시 독자에게 권해 볼 만한 흥미로운 탐구 과제다.
오디세이아, 호메로스, 그리고 현재의 지정학 [김민형의 여담]
김민형 | 영국 에든버러 국제수리과학연구소장 지난해 대중 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으로부터 현 시대 수학 난제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하지만 기고 때 편집자와 말 없는 다툼이 있었다. 변수가 여러개인 방정식 이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볼 때, 수천년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