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엠알엔에이(mRNA)는 백신에서 항원 단백질의 정보를 지닌 약물의 역할을 한다. 반면 알엔에이 간섭에서는 약물인 작은 간섭 알엔에이(siRNA)의 표적(target)으로 파괴된다. 최근 암세포를 표적으로 삼는 엠알엔에이 백신 임상 성공과 포도 흰가룻병 곰팡이를 죽이는 알엔에이 간섭 살균제 승인 소식이 화제가 됐다. 앞으로 다양한 알엔에이 약물이 등장해 의약과 농업을 혁신시킬 것으로 보인다. KP IAS Academy 제공광고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알엔에이(RNA. 리보핵산의 약자)는 생소한 과학 용어였다. 대중매체에서 거의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면 2000년대 게놈(유전체) 시대를 맞아 유전 정보를 지닌 디엔에이(DNA. 데옥시리보핵산의 약자)는 단골손님으로 귀에 익숙했다.참고로 디엔에이는 알엔에이에서 산소 원자 하나를 뺀(데옥시) 구조로 둘은 특성이 꽤 다르다. 디엔에이는 안정해 유전 정보를 온전하게 오래 보존해야 하는 게놈에 적합하고 알엔에이는 좀 불안정하지만 대신 융통성이 있어 여러 생명 현상에서 약방의 감초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디엔에이로 저장된 유전자 정보가 단백질로 번역되려면 중간에 엠알엔에이(전령 리보핵산)를 거쳐야 한다.광고대중에게 생소했던 알엔에이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퇴치할 새로운 백신의 형태, 즉 엠알엔에이 백신이 등장하면서 디엔에이만큼 자주 보이는 단어가 됐다. 항원이 될 바이러스 단백질의 유전 정보를 지닌 엠알엔에이가 인체 세포에 들어와 단백질로 번역되고 면역계가 이를 인식하는 항체를 만들어 진짜 바이러스가 침투했을 때 바로 대응하는 원리다. 필자를 포함해 지구촌 수많은 사람이 엠알엔에이 백신 덕분에 코로나19를 가볍게 앓고 넘어간 것일 수 있다(물론 백신이 다 그렇듯이 누가 덕을 봤는지는 알 수 없다).그런데 최근 엠알엔에이 백신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엔 바이러스가 아니라 암세포가 표적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던 미국 제약사 모더나는 환자의 암세포 표면에 있는 변이 단백질(신생 항원)을 찾아 그 유전 정보를 담은 엠알엔에이를 만들어 백신으로 개발했다. 인체 면역계가 항체를 만들게 유도해 암 치료 뒤 혹시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없앤다는 전략으로 임상 3상에서 재발 및 전이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춘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광고광고개별 환자 암세포 고유의 변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므로 효과가 큰 맞춤형 치료인 셈이다. 다만 아직은 비용이 워낙 비싸(7억원 정도 된다고 한다) 승인이 나더라도 극소수만이 쓸 수 있겠지만 한 세대쯤 지나면 수술 뒤 암백신 투여가 표준 치료법이 되지 않을까.한편 8월12일 멕시코 당국은 세계 최초로 알엔에이 살균제 오이피락스의 판매를 승인했다. 포도 농사를 망치는 흰가룻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를 죽이는 농약이다. 오이피락스는 ‘알엔에이 간섭’이라는 현상을 이용하는데, 여기서는 곰팡이 생존에 필수인 유전자의 엠알엔에이가 표적이다. 오이피락스는 이 유전자의 일부 염기서열(표적)과 상보적인 서열인 알엔에이 조각으로, 엠알엔에이의 표적에 달라붙어 파괴한다. 그 결과 해당 단백질이 만들어지지 않아 곰팡이가 죽는 원리다.광고알엔에이 간섭 농약은 표적이 되는 서열을 지닌 병원체의 엠알엔에이에만 작용하므로 다른 생물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기존 화학 농약은 무차별적인 살상력으로 생태계를 파괴하는 부작용이 크다. 알엔에이 간섭 농약은 지속 가능한 농업의 파트너인 셈이다.엠알엔에이 백신과 알엔에이 간섭 농약 모두 표적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설계돼 정밀하게 작동하는 혁신적인 약물이다. 인류의 건강과 지구촌 생태계의 미래에 다소 비관적인 필자에게 “당신은 과학을 믿어야 해요”라는 속삭임이 들리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