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청년예산 언박싱 2027’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발표에 앞서 청년 예산과 주요 사업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연합뉴스광고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위험 수위에 다가서고 있습니다. 8월 28일 발표한 한국갤럽 정례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직무 긍정 평가는 42%, 부정 평가는 50%였습니다. 취임 이후 가장 나쁜 수치입니다.2주일 전에 긍정 44%, 부정 46%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은 ‘데드 크로스’를 처음 기록했고, 1주일 전에는 긍정과 부정이 각각 45%로 같았습니다. 이번에 부정 평가가 다시 높아졌습니다.한국갤럽 월별 통합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지지율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2026년 4월이었습니다. 긍정 66%, 부정 24%였습니다. 가장 나빴던 시기는 이번에 집계된 2026년 8월이었습니다. 긍정 44%, 부정 47%였습니다. 4개월 만에 급속히 하락한 것입니다.광고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왜 자꾸 떨어질까요? 4개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굵직굵직한 것만 짚어보겠습니다.첫째, 6·3 전국 동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했습니다. 선거 전에는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됐습니다. 서울, 부산 북갑, 경기 평택을에서 졌습니다. 이른바 ‘명픽(이 대통령이 선택한)’ 후보들이 줄줄이 떨어졌습니다.광고광고둘째, 수도권 아파트값이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2027년도 세제개편안을 발표하자 조세저항 민심이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부와 민주당은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셋째, 9000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가 급락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이티에프를 도입한 뒤 주가 변동성이 커졌습니다. 포모(Fear Of Missing Out)를 견디지 못하고 막차를 탄 사람들이 돈을 잃었습니다.광고넷째,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없앴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예외적으로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민심도 보완수사권으로 경찰을 견제해야 한다는 쪽이 다수였습니다. 그런데도 보완수사권을 없앴습니다.다섯째,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선출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김민석 대표를 지지했습니다. 김민석 대표는 1순위 표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김민석 대표를 선택하면서도 이재명 대통령을 견제한 것입니다.어떤 사람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는 것일까요? 정량 분석을 위해 한국갤럽 4월 통합 결과와 8월 통합 결과를 비교해 보겠습니다.지역별로는 서울이 가장 극적입니다. 4월에는 긍정 64%, 부정 26%이었는데, 8월에는 긍정 37%, 부정 52%로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대구·경북도 4월에 긍정 53%, 부정 35%였는데, 8월에는 긍정 29%, 부정 61%로 악화했습니다.광고연령별로는 20~30대와 60~70대의 이반이 확연합니다. 20대는 긍정 45%, 부정 36%에서 긍정 31%, 부정 48%로 뒤집혔습니다. 30대는 긍정 59%, 부정 32%에서 긍정 36%, 부정 52%로 역전됐습니다. 60대는 긍정 67%, 부정 25%에서 긍정 43%, 부정 51%로, 70대는 긍정 58%, 부정 28%에서 긍정 39%, 부정 52%로 바뀌었습니다.지지 정당별로 보면 무당층은 긍정 46%, 부정 30%에서 긍정 26%, 부정 54%로 뒤집혔습니다. 정치 성향별로는 중도층이 긍정 72%, 부정 20%에서 긍정 43%, 부정 47%로 바뀌었습니다. 무당층과 중도층이 크게 이탈하며 지지율을 전체적으로 끌어내리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한국갤럽 누리집 갈무리한국갤럽 누리집 갈무리어떤 현상의 원인을 진단하는 데 정량 분석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성 분석이 필요합니다. 유권자들과 늘 접촉하는 수도권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자꾸 떨어지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이렇게 설명했습니다.“작년 대통령 선거 이후 일부 중도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이재명 대통령 지지에 가세했다. 이른바 ‘뉴이재명’이다. 윤석열 안철수 유승민 이준석 지지자 중 일부다. 이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한 것은 첫째, 이재명 대통령이 일을 잘하는 ‘일잘러’라고 봤기 때문이다. 둘째, 중도실용주의 노선과 정책 때문이다.이재명 대통령은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한-미 관계, 한-일 관계 안정적 관리, 방위산업 육성, 핵잠수함 추진 등 외교·안보에서 기존 민주당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9000선을 넘어섰다. 그래서 지지율이 상승했다.올해 5월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북한을 둘러싼 외교부와 통일부의 갈등이 불거졌다. 대통령이 검사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해놓고도 보완수사권을 없앴다. 대통령이 스타벅스 사태에 직접 뛰어들면서 공포감을 줬다. 코스피는 급락했다. 주택공급 정책에 앞서 2027년도 세제개편안을 먼저 발표하면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으려 한다는 오해를 자초했다. 실망한 ‘뉴이재명’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결국 부동산, 주가, 형사소송법 등 정책 사안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여기에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대통령 연임 논란 등 정치 사안도 여론 악화에 기름을 부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정책 사안과 정치 사안을 관통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기친람 리더십의 한계입니다.우리 국민은 처음부터 이재명 대통령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일을 잘해서 윤석열 대통령이 망가뜨린 국정과 민생을 바로 잡아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일잘러’ 대통령이 필요했던 것입니다.처음에는 괜찮았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모든 사안을 직접 챙겼습니다. 국무회의를 생중계했습니다. 만기친람이 곧 일잘러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의 일잘러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기친람 리더십의 문제가 뭘까요? 두 가지만 지적하겠습니다.첫째,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모든 일을 하면 시스템이 필요 없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을 잘 아는 정치인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때의 인맥과 경험에 의존해서 개인기로 국정을 끌어간다고 걱정합니다. 특히 인사가 그렇다고 합니다.둘째, 레드팀의 부재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는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에게 쓴소리하는 측근이 누구일까요? 없는 것 같습니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가족과 측근의 비리를 감시하는 사람이지 레드팀이 아닙니다.집권 2년 차 대통령이 늘 빠지는 함정이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참모였던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최근 경향신문 김광호 논설위원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김민석 대표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무엇을 직언해야 하는지 묻자 이렇게 답변했습니다.“대통령 임기가 2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자신감이 붙어요. 그 자신감이 오만으로 바뀔 수 있어요. 모든 정보가 최종적으로 대통령한테 몰려서 ‘나는 이미 그건 알고 있어’ 이렇게 돼버려요. 정보를 섭렵했다는 착각이 들면 오판이 나옵니다. 나중에는 ‘역사와 대화하겠다’는 오기로 변합니다. 그럴 때 여당 대표는 반드시 직언하고 경고해야 합니다. 여당 대표는 다음 선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거든요. 그걸 대통령이 꼭 듣게 만들어야 합니다. 대통령과 싸우려 드는 것처럼 국민이 보기 시작하면 망하는 겁니다.”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최민희 최고위원이 8월 28일 인천 영종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김민석 대표가 과연 할 수 있을까요?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집권 2년 차 함정을 앞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지지율 급락은 정책과 정치의 실패, 그리고 만기친람 리더십에서 기인한 복합 위기입니다. 흐름을 바꾸지 않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조기 레임덕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정책 사안은 쉽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민생이라고 쉽게 얘기하지만, 우리 국민의 삶, 즉 민생이라고 하는 것을 실질적으로 챙기고 개선하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데는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정치 사안으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 수는 있습니다.첫째, 청와대 참모들을 대대적으로 개편해야 합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인사로 돌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잘못했어도 책임은 참모들이 져야 합니다. 그게 대통령제의 작동 원리입니다.둘째, 공소취소 특검을 포기해야 합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반대가 많습니다. 조작기소 특검을 신속히 추진해야 합니다. 특검이 진상을 규명하고 조작기소 검사들을 처벌하기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공소취소가 가능해집니다. 공소취소는 공소청 검사가 하면 됩니다. 만약 검사가 부당하게 버티면 법무부 장관이 지휘하면 됩니다.셋째, 개헌을 추진해야 합니다. 선제적으로 연임 포기를 선언해야 합니다. 국회에 여야 합의로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그 자체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성과입니다. 세 가지 모두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단에 달렸습니다.마무리하겠습니다. 대통령은 행정가가 아닙니다.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은 판을 바꾸는 사람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메가 프로젝트는 판을 바꾸는 시도입니다. 중요한 업적이 될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과감한 결단과 기획으로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성공적인 임기 중반을 맞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