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프랑스 남부 소도시 생제니에스드코몰라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전통 의상을 갖춰 입고 춤 파랑돌을 추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광고“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이 노래를 기억한다면, 아날로그 세대임이 틀림없어요. 티브이(TV)가 ‘텔레비전’이었던 그 시절엔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만 브라운관에 등장할 수 있었지요. 지금은 직사각형 브라운관을 수많은 작은 네모 창이 대신하는데다, 내 얼굴은 내가 만든 네모 창에 직접 넣으면 되죠. 네모 창에서는 글 몇줄보다는 노래와 춤이 시선을 끌지요. 못 추면 못 추는 대로, 개인 브랜딩까지 되고 있어요. (저는 이런 쪽에 해당 되지 않네요) 본능을 드러내는 춤은 보는 사람에게까지 그 흥을 직관적으로 전달하며 전자동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합니다.문학과 그림을 연결한 콘서트 시리즈를 진행하며 다양한 그림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춤 동작을 그린 그림 앞에선 멈칫하게 돼요. 캔버스의 한 면을 채운 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지만, 정지된 상태이다 보니, 심장 박동까지 전해주는 건 아니더라고요. 정작 화가는 그림을 그리며 거센 심장 박동을 느꼈을 테죠. 음악이 함께였을 테니까요. 액자에 갇힌 춤을 볼 때면 어떤 춤곡이 어울릴지 거꾸로 상상해 봅니다.광고빈센트 반 고흐도 춤을 구경하며, 완전히 압도당해요. 프로방스의 전통춤인 ‘파랑돌’(Farangdole)이었어요. 파란색과는 전혀 관련 없지만, 입에 착 붙는 이름이죠. 파랑돌은 서클 댄스와 라인 댄스를 섞은 형태예요. 강강술래처럼 손을 맞잡고 원을 만들기도 하고, 사슬처럼 길게 줄지어 서기도 해요. 파랑돌의 음악은 목관 악기가 주선율을 불며 신나게 흥을 돋우며 리드해요. 네덜란드 출신인 고흐는 1886년 파리로 건너가, 동생 테오의 몽마르트르 아파트에 함께 살아요. 다음 해, 고흐는 전통문화 전시회에 갔다가 파랑돌을 구경합니다. 아름다운 무희들은 프로방스 아를의 전통 의상인 알레지엔느를 입고 있었지요. 고흐는 어깨의 들썩임조차 부끄러워했겠지만, 파랑돌을 진심으로 즐겼던가 봅니다. 아쉽게도 그 장면을 화폭에 남기진 않았지만, 고흐의 가슴은 아를에 대한 호기심으로 부풀어 올라요. 결국 다음해인 1888년, 고흐의 발걸음은 아를로 향해요. 아를은 눈부신 햇살과 기분 좋은 상쾌함이 가득한 곳이에요. 많은 화가가 프로방스를 화폭에 담았어요. 화가 앙리 마티스가 그린 그 유명한 ‘댄스 I’도 파랑돌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마티스도 프로방스의 해변에서 파랑돌을 구경한 적이 있어요.파랑돌은 프로방스 출신 작가인 알퐁스 도데의 소설에도 등장해요. 도데의 ‘별’, ‘마지막 수업’은 교과서에서 다룬 덕분에 눈에 익은 작가지요. 도데가 쓴 또 다른 작품 중 ‘알레지엔느’, 즉 ‘아를의 여인’이 있어요. 단 일곱페이지라 단숨에 읽기는 좋은데, 짙고 어두운 여운이 오래도록 남는 이야기예요. 바로 이 짧은 이야기 속에 파랑돌이 두번이나 언급돼요. 소설 속 주인공 장은 한 여인에게 첫눈에 이끌려 사랑하고 있어요. 알레지엔느를 입은 아를의 여인이지요. 여인의 복잡한 과거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부모님으로부터 결혼 허락을 얻기는 하지만, 장의 마음 한구석엔 드러내지 못하는 근심이 자리해요. 수호성인 축제에서 장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파랑돌을 이끌어요, 마치 아무 걱정 없다는 듯.광고광고“사람들은 지쳐 쓰러질 때까지 파랑돌 춤을 추었죠.”얼마나 신이 나면 지쳐 쓰러질 때까지 추었을까요? 파랑돌은 매우 빠르고 경쾌한 춤인데요. 파랑돌의 매력은 음악으로 분명히 확인돼요.광고소설 ‘아를의 여인’이 나오고 3년 후인 1872년, 연극으로도 상연됩니다. 이 연극을 위해 오페라 ‘카르멘’의 작곡가인 파리 출신의 조르주 비제가 관현악곡을 작곡해요. 파랑돌을 추는 장면에서 연주된 파랑돌 음악의 위력을 확인해볼까요?4분의4 박자, 우렁찬 행진곡으로 시작해요. 이 행진곡 선율은 중세 시대부터 프로방스에 전해져 내려온 주현절(동방 박사가 아기 예수를 방문한 1월6일)의 노래예요. 갑자기 2박자로 바뀌고, 작은 북소리 사이로 비제가 가장 사랑한 악기인 플루트가 클라리넷과 함께 피아니시시모(ppp)로 살랑거리는 파랑돌 선율을 들려줘요. 주인공 장이 파랑돌을 리드하는 장면이 더 잘 상상이 되죠? 작은북은 피아니시시시모(pppp)로 더욱 여려집니다. 귓가를 살짝살짝 간지럽힐 정도로 들릴 듯 말 듯. 바이올리니스트가 활을 재빠르게 ‘찌~익! 찌~익!’ 그으면, 마치 채찍을 휘두르는 듯한 독특한 소리에 귀를 쫑긋하게 돼요. 심지어 엇박자라 더욱 흥겨워요. 점점 빨라지며 오케스트라 전체가 달려들어 다시 힘차게 행진하고, 플루트는 오케스트라에서 빠져나와 특유의 맑은 소리로, 파랑돌을 리드해요. 마침내 행진 선율과 파랑돌 선율이 한꺼번에 거창한 포르테시시시모(ffff)로 와르르~ 숨넘어가게 빨라지며 끝납니다. 음악이 끝나는 순간, 심박수는 최고로 오르고, 모두가 지쳐 쓰러지지요. 엔도르핀이 최고로 솟겠죠! 비제는 소설 속 축제 장면을 음악으로 느끼게 하려 애쓴 것 같아요. 결국 연극의 하이라이트가 되고도 남지요. 안타깝게도 연극은 참패를 맛보지만, 비제의 파랑돌은 클래식의 대표작으로 올라서게 됩니다.아를에서 불미스럽게 귀가 잘린 고흐는 결국 생레미의 정신요양소로 보내졌으니, 비제의 파랑돌을 들어봤을 리 만무한데요. 그래도 고흐와 비제는 도데가 쏘아 올린 ‘아를’이라는 지역적, 문화적 키워드로 연결됩니다. 클래식 무대의 인기 레퍼토리가 된 비제의 ‘아를의 여인’. 그중 파랑돌은 실외에서 들었을 때 더 즐겁게 들려요. 파랑돌은 프로방스의 햇살 아래에서 추는 춤이니까요. 베를린 필하모닉의 야외 공연장인 발트뷔네(‘숲속’을 의미) 콘서트 실황으로 감상해보세요. 정말이지 더 격렬하게 빨라져서 지쳐서 쓰러지게 될지도 몰라요! 복잡한 감정에 떠밀려 기운이 없을 때도 좋아요. 몸을 일으켜 세우는 매력이 있답니다!안인모 피아니스트안인모 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