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나종호의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_12 자살률 감소는 새로운 시작일러스트레이션 김예원 광고처음 제 이름을 딴 칼럼을 시작했을 때, 독자분들께서는 개개인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내용을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내용도 종종 다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써온 칼럼의 대부분은 한국의 높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한 방법과 정책에 대한 제 생각을 담은 글들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 칼럼이 마지막 칼럼이 될 듯합니다. 지난해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20여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또 한 해를 보낸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 이후 저는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매달 말 발표하는 자살 사망자 수 잠정 집계 결과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며 확인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놀라운 흐름을 발견했습니다. 올해 1~5월 자살 사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4% 감소한 것입니다. 더 고무적인 것은 이 감소세가 어느 한달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매달 꾸준히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한국 사회를 향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후 들려온 가장 기쁜 소식이었습니다. 단순히 숫자로 따지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41명의 생명이 더 살아 있다는 뜻입니다.광고 그렇다면 자살률은 왜 낮아진 것일까요? 정부는 2025년 9월 ‘2025 국가 자살예방 전략’을 발표하면서 자살을 범정부 차원의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고, 2026년, 자살자 수를 이전 해에 비해 1천명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는 ‘천명지킴 프로젝트’를 가동했으며, 자살 예방 예산을 전년보다 20%가량 늘렸습니다. 자살예방센터 인력 확대, 고위험군 관리, 경찰·소방·복지기관 간 연계 등이 함께 추진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살 예방을 정신건강 서비스에 국한하지 않고, 자살 위험을 높이는 사회적 문제(채무, 실업, 가족 문제, 범죄 피해 등등)까지 개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범위를 확대했습니다. 최근에는 수도권과 중부권의 ‘국가자살대응실’을 신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2026년 1~5월 자살 사망자 수의 유의미한 감소는 정부의 자살 예방 정책 강화가 실제로 효과를 나타내기 시작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적인 신호입니다.광고광고 하지만 여전히 많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만 합니다. 가령, 5월까지 자살 사망자 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자살 관련 통계의 한계로 인해 정확히 어떤 사람들의 자살이 줄었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자살 예방 정책이 실제 자살률 감소에 기여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제대로 된 자살 예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자살 관련 통계의 정밀성, 신속성을 높여, 실제적인 자살 예방 정책 효과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자살 사망자 전체 데이터를 후생노동성(한국의 보건복지부나 고용노동부)에 제공하여 익명화한 후 분석하여 결과를 지자체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발간하는 통계 덕에, 코로나 팬데믹 초기에 부양가족이 많은 비정규직 여성에서 자살이 급증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자살 예방 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앞으로 자살률 감소를 유지하고 더 낮추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예산과 인력 증원이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자살예방 상담 전화(109)는 상담 인력을 100명에서 200명으로 증원했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다른 현장도 다르지 않습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정부 정책에 걸맞은 인력 증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번아웃을 호소하는 현장 인원이 늘고 있습니다. 자살 예방은 자살 위험에 놓인 국민을 지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현장 종사자들을 보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현장을 지키는 사람들이 소진된다면, 자살률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진심과 의지도 현장에 제대로 전달되기 어려울 것입니다.광고 또한 자살 예방 정책은 단기간의 캠페인이나 일시적인 예산 투입만으로 지속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꾸준히 시행하고, 그 효과를 정확히 평가하며, 효과가 확인된 정책에는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을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일관된 정책 추진이 필수적입니다. 한번 추진된 정책이 정권이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방향을 달리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이 충분한 예산과 전문 인력의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하게 시행되고, 그 결과가 올해 말, 그리고 그 이후까지의 실질적인 자살률 감소로 꾸준히 이어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현재 이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올해 자살률은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현재 수준의 자살률 감소가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정치적인 지향을 떠나 이에 맞는 국민적 성원이 필요합니다. 만약 자살률을 낮춰도 누구도 관심도 보이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어떤 정치인도 이 문제를 들여다보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에 앞서, 자살률 감소가 단순히 한 정부의 성과가 아니라 자살 위험의 최전선에서 노력 중인 현장의 활동가, 그동안 꾸준히 여론을 환기한 각계각층의 전문가,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은 국민 전체가 함께 만들어낸 성과로 기억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해, 칼럼을 쓰는 동안 고국을 바라보면서 자랑스러웠던 일이 참 많았습니다. 얼마 전 인근 지역의 경기장에서 비티에스(BTS)가 공연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한국인으로서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고 있으며, 한국을 찾는 관광객 역시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고국의 발전은 우리 사회가 그토록 꿈꾸어왔던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에 부합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오이시디 1위 자살률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국민소득이 6만달러, 7만달러를 넘어가고 삶이 아무리 편리해진다고 해도, 과연 우리는 당당하게 선진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경제적 성장과 물질적 풍요만으로 한 사회의 발전을 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 사회가 가장 힘든 순간에 놓인 사람들에게 얼마나 손을 내미는지, 그리고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에게 재기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그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일 것입니다.광고 우리나라가 부디 하루빨리 오이시디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떨쳐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제가 고국의 자살 문제에 대해 굳이 외국에서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그날이 올 때까지, 저는 자살 예방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고 계속 목소리를 내겠습니다. 그동안 제 글을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 나종호 | 미국 정신과 전문의이자 중독 정신과 전문의. 아픔을 고백하면 약점 잡기보다는 함께 공감해주고, 그 아픔을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를 꿈꾼다. 저서로는 ‘뉴욕 정신과 의사의 사람 도서관’, ‘만일 내가 그때 내 말을 들어줬더라면’이 있다.
상반기 자살률 감소,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종호의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_ 12 자살률 감소는 새로운 시작 처음 제 이름을 딴 칼럼을 시작했을 때, 독자분들께서는 개개인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내용을 기대하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내용도 종종 다뤘지만, 돌이켜보면 제가 써온 칼럼의 대부분은 한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