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인간이 다른 종을 가까이에 두고 돌보는 행동이 영장류의 보편적인 사회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태국 한 사원에서 개의 털을 고르고 있는 짧은꼬리마카크들. 닐 채리스 제공 광고반려동물을 기르는 행위는 인간에게서만 관찰되는 고유한 행동일까? 인간이 다른 종을 가까이에 두고 돌보는 행동이 영장류의 보편적인 사회본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시릴 그뤼터 영국 옥스퍼드대 인류학 박사 등 국제연구진이 영장류가 다른 종의 동물과 맺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인간 특유의 문화로 여겨졌던 ‘반려동물 사육’이 영장류에서도 널리 관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담은 논문은 지난달 국제학술지 ‘영장류’에 실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인간이 반려동물로 다양한 동물을 기르게 된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다른 영장류의 종간 상호작용을 살폈다. 그동안 영장류 내에서 다른 종들끼리 놀이·운반·털 고르기 등의 행동을 보이거나, 아예 다른 비영장류 동물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다양하게 관찰됐다. 광고 가장 유명한 사례는 500여개 이상 수화 언어로 인간과 소통했던 고릴라 ‘코코’가 1984년 스스로 원해서 선물로 받은 고양이 ‘올볼’(All Ball)을 애지중지했던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듬해 고양이가 동물찻길사고로 죽자 코코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스라엘 한 동물원에서는 2017년 검둥원숭이가 자신의 우리 안으로 들어온 닭을 보호하는 행동을 보였고, 일본 가고시마 현 야쿠시마 국립공원에서는 일본원숭이가 꽃사슴에 올라타고 다니는 모습이 관찰된 바 있다.인간이 아닌 영장류와 다른 종의 친화적 상호작용 예시. 코스타리카 산타로사에서 파나마흰얼굴카푸친이 다른 종인 조프루아거미원숭이 털을 고르는 모습(a)과 방글라데시 사차리 국립공원에서는 페이어잎원숭이가 도가머리랑구르(b)의 털을 골라줬다. 스리랑카 얄라국립공원에서는 술회색랑구르가 다람쥐를 쓰다듬는 모습(c)이 관찰됐다. 니콜라스 차포이, 사빗 한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이러한 종간 상호작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지금껏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반려동물은 오랫동안 연구자들을 곤혹스럽게 하는 수수께끼였다고 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할 헤어조크 미국 웨스턴캐롤라이나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인간이 진화적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다른 종에게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고 미국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그런데도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문화권에서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기르고, 지극히 아낀다. 반려동물에 대한 가장 오래된 고고학적 근거는 1만4000년 전 독일 무덤에서 한 남녀와 개가 함께 발견된 것이다. 헤어조크 교수는 “불행히도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동물을 반려동물로 삼았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광고광고 논문의 주저자인 그뤼터 박사는 석사과정생이던 시절 중국 상하이동물원에서 관찰한 한 장면이 이번 연구의 아이디어가 됐다고 전했다. 그는 “사육장 안에 있던 암컷 긴팔원숭이가 작은 생쥐를 붙잡은 뒤, 손에 조심스럽게 쥐고 부드럽게 쓰다듬는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긴팔원숭이는 생쥐를 정말 정성스럽게 돌봤고, 쥐 역시 손바닥 안에서 편안해 보였다”고 뒤돌아봤다. 연구진은 이처럼 영장류가 다른 종의 동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존 학술연구(303건), 언론 자료(58건), 영장류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66건)를 통해 종간 상호작용 427건을 취합했다. 그 결과, 연구 대상은 야생과 사육 환경에서 생활하는 영장류 88종과 비영장류 127종(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연체동물, 곤충)이 포함됐다. 광고 사례들을 분석한 결과, 다른 종과의 상호작용은 영장류 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친밀한 행동은 개, 새처럼 진화적으로 멀리 떨어진 분류군에도 나타났다. 가장 흔한 행동은 놀이와 털고르기였는데, 어린 개체는 주로 놀이에 참여했고 성체 암컷은 털 고르기 행동을 더 많이 보였다. 성체 수컷은 대체로 친밀한 행동을 덜 보이고 때로는 폭력적이었다. 그러나 몇몇 사례에서는 그 관계가 명백히 입양과 비슷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중국 상하이 동물원에서 쥐를 소중히 안고 있는 북부흰뺨긴팔원숭이(e)와 일본 가고시마현 야쿠시마국립공원에서 목격된 사슴 등에 탄 일본원숭이(d), 중국 윈난성 황금원숭이 샹구치국립공원에서 돼지 등에 타고 있는 검은들창코원숭이(g)의 모습. 마다가스카르 만데나에서는 호랑꼬리여우원숭이가 남부대나무여우원숭이를 핥고(h) 있다. 시릴 그뤼터, 알렉상드르 본느푸아, 옌펑 리, 티모시 에플리 제공 상호작용은 대체로 영장류가 먼저 시작하는 편이었다. 전체 상호작용 가운데 행동의 방향성이 보고된 219건 가운데 영장류가 시작한 상호작용은 66%(144건)에 달했고, 양방향 상호작용은 33%(72건), 비영장류가 시작한 경우는 1% 미만(3건)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이런 분석 결과로 미뤄 “돌봄, 관용, 탐색, 놀이 같은 인간-동물 동반 관계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영장류에서 널리 퍼져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원숭이와 유인원들은 왜 자신과 혈연관계가 없는 동물과 상호작용을 하는 걸까. 그뤼터 박사는 그 동기의 일부가 외로움일 거라 추측했다. 인간이 외로움을 느낄 때와 마찬가지로, ‘영장류 친척들’도 따뜻한 몸을 가진 다른 존재를 쓰다듬거나 잠시 몸을 맞대는 것으로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