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제17회 강릉커피축제’가 개막한 지난해 10월30일 강릉시 안목커피거리 일원이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김성은 | 경북대 관광학과 교수 전국이 축제로 들썩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역축제는 2019년 884개에서 2025년 1214개로 6년 만에 37%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축제 예산도 3448억원에서 6195억원으로 약 1.8배 늘었다. 지역소멸과 인구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축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방문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중요한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 성과도 적지 않다. 한국관광공사는 지난해 문화관광축제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5827억원으로 추산했다. 울산 태화강마두희축제는 7억8000만원의 예산으로 402억원 이상의 방문객 소비지출을 창출했고, 강원 강릉커피축제는 52만명의 방문객과 442억원의 소비지출을 기록했다. 축제가 지역경제와 관광 활성화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그러나 양적 성장만큼 축제의 질적 발전이 이루어지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지역축제는 방문객 수를 가장 중요한 성과로 평가해 왔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대형 축제와 주민 화합을 위한 마을 축제, 지역 농산물 판매를 위한 축제와 도시 브랜드 형성을 위한 축제까지 비슷한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프로그램 역시 비슷해졌다. 지역은 다른데 유명 가수 공연과 먹거리 부스, 불꽃놀이와 포토존이 반복된다. 이제 축제의 형식보다 목적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 관광형 축제라면 외지 관광객과 체류 시간, 숙박과 지역 소비가 중요하다. 산업형 축제라면 기업의 매출과 계약, 판로 개척을 평가해야 한다. 주민 중심 축제라면 주민 참여와 공동체 형성, 지역 문화 계승이 더 중요한 성과일 수 있다. ‘축제를 한다’는 것에서 출발할 것이 아니라 ‘왜 이 축제를 하는가’에서 출발해야 한다.광고세계적인 축제의 경쟁력도 명확한 목적과 지역성에서 나온다. 독일 옥토버페스트에는 지난해 650만명이 방문했지만 성공의 본질은 방문객 규모에 있지 않다. 뮌헨의 맥주와 바이에른의 음식, 의상과 생활문화라는 지역의 정체성이 200년 넘게 축제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미국 오스틴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는 음악축제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음악과 영화, 기술, 전시, 콘퍼런스와 기업 네트워킹이 결합된 산업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2024년 지역에 창출한 경제활동만 3억7천만달러에 달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른 도시에서 성공한 프로그램을 가져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시가 가진 문화와 산업을 축제라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켰다는 것이다.우리 축제의 운영 구조도 달라져야 한다. 세계적인 축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시행착오와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뀌거나 담당 공무원이 순환보직으로 교체될 때 축제의 방향까지 흔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축제에도 ‘조직의 기억’이 필요하다. 전문 축제 조직이나 관광 재단 등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브랜드와 콘텐츠를 관리하고, 지자체는 안정적인 재원과 교통, 안전, 시설 등 공공 인프라를 지원하는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기업도 단순한 협찬자가 아니라 신제품을 선보이고 소비자의 반응을 확인하며 국내외 바이어와 새로운 시장을 만나는 축제의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광고광고축제 운영의 범위를 행사장 밖으로 넓히는 노력도 필요하다. 수십만명이 축제장을 찾더라도 몇시간 머물다 돌아간다면 지역에 남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축제를 숙박과 전통시장, 음식점, 관광지, 지역기업과 연결하고 지역의 여러 공간을 축제의 무대로 확장해야 한다. 방문객의 체류와 소비가 지역 곳곳으로 이어지고, 지역기업과 상권이 함께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축제를 설계해야 한다.지역소멸 시대. 축제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지역이 100만명이 찾는 대형 축제를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작은 축제는 주민에게 의미 있는 축제가 되면 되고, 관광형 축제는 관광객을 지역에 머물게 해야 한다. 산업형 축제는 기업과 일자리, 새로운 시장을 남겨야 한다. 무엇보다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제 한국의 축제산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이 왔는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축제가 끝난 뒤 지역에 무엇이 남았는지, 지역 기업에게 도움이 되었는지, 주민들은 자부심을 느끼는지, 그리고 관광객이 다시 그 지역을 찾을 이유가 생겼는지를 물어야 한다. 한국 축제산업의 경쟁도 이제 규모의 경쟁에서 목적과 정체성, 산업성과 지속가능성의 경쟁으로 전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