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스피처우주망원경의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우리 은하 중심부.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광고우주의 달콤한 비밀이 한 꺼풀 더 벗겨졌다. 우리 은하 중심부의 거대한 가스와 먼지 구름 속에서 생명체 탄생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당(Sugar)' 분자가 발견됐다. 지구 생명체의 근원이 우주에서 왔다는 이른바 '우주 기원설'이나,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에도 생명체가 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발견이다.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CSIC) 이자스쿤 히메네스-세라 박사가 이끄는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구에서 2만6745광년 떨어진 우리 은하 중심부 근처의 G+0.693-0.027이라는 분자 구름에서 탄소 원자 4개로 이뤄진 4탄당 분자 ‘에리트룰로스(Erythrulose)'를 발견했다고 네이처 천문학(Nature Astronomy)에 발표했다.광고 에리트룰로스는 라즈베리 같은 붉은 열매나 인공 태닝 크림에 주로 쓰이는 성분이다. 별과 행성의 탄생 구역인 분자구름에서 이렇게 복잡한 형태의 당 분자가 관측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탄소(C), 수소(H), 산소(O) 세 가지로 원소로 구성된 당은 생명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한 분자다. 예컨대 단당류인 포도당은 생명체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가장 기본적 연료이고, 다당류인 셀룰로스나 키틴은 세포벽 같은 생명체의 구조를 떠받친다. 또 다른 단당류인 디옥시리보스나 리보스는 유전정보 물질인 DNA나 RNA의 뼈대를 이룬다. 당은 수소와 산소의 비율이 물과 같은 2 대 1 비율인 탄수화물의 일종이다. 탄소와 물이 결합한 물질이라는 뜻이다.광고광고에리트룰로스는 탄소 원자 4개(회색)가 연결된 당 분자다. 붉은색은 산소 원자, 흰색은 수소 원자를 가리킨다. 네이처 천문학 분자구름의 먼지가 당 분자 형성의 핵심 역할 따라서 당은 지구와 같은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그러나 지구에 당류가 어떻게 등장하게 됐는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광고 천문학계는 지난 수십년간 우주에서 이 당 분자를 찾기 위해 분투해 왔다. 2000년엔 탄소 원자 2개로 이뤄진 글리콜알데히드가 발견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엄밀한 의미의 당은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의 천체화학자 브렛 맥과이어 박사는 네이처에 “(생명체가 이용할 수 있는) 진정한 당 분자가 되려면 최소 3개 이상의 탄소 원자가 뼈대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운석과 소행성 표본에서 탄소 원자가 5개인 5탄당 리보스가 검출되기는 했지만, 성간 매질에서 발견된 적은 없었다. 이번 발견은 2022년 스페인 바스크지방대의 에밀리오 코시네로 박사가 제공한 에리트룰로스의 분광 데이터(파장 신호)가 계기가 됐다. 연구진은 2대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은하수 중심부를 관측하면서 성간 매질이 방출하는 다양한 전파 신호를 수집했다. 그 결과 은하수 중심부 분자 구름에서 탄소 원자 4개, 수소 원자 8개, 산소 원자 4개로 이뤄진 에리트룰로스 분자(C₄H₈O₄) 신호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구 물질에 의한 오염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우주 공간 자체에 존재하는 진짜 당 분자를 발견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연구진은 에리트룰로스는 탄소 원자가 3개인 당류보다 최소 8배 이상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런 물질이 만들어지는 데는 분자 구름의 차갑고 어두운 심층부를 뒤덮고 있는 먼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먼지는 원자와 분자가 달라붙어 더 복잡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는 무대를 제공하는 동시에, 자외선을 비롯한 고에너지 빛을 차단해 분자가 분해되는 걸 막아준다.4탄당 분자 에리트룰로스를 발견한 분자구름의 위치. 배경은 여러 우주망원경으로 찍은 사진을 합성한 우리 은하 중심부. 스페인 국립연구위원회 제공 소행성 거쳐 지구로 온 듯…다음 목표는 5탄당 찾기광고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이번 발견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에리트룰로스가 DNA와 RNA의 뼈대를 이루는 핵산을 만드는 원료가 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분자 구름은 별과 행성이 태어나는 곳이다. 연구진은 이런 곳에 당 분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이 물질이 소행성이나 혜성 같은 천체를 거쳐 지구에 전달됐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고 밝혔다. 약 40억년 전 지구에 소행성과 혜성이 빗발치듯 쏟아지던 시기에 당 분자들이 지구로 배달돼 DNA, RNA 같은 핵산 합성을 유발함으로써 생명 탄생의 씨앗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분자 구름에서 측정된 에리트룰로스의 양에 비춰볼 때, 50만~5천만톤의 에리트룰로스 당 분자가 지구로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히메네스-세라 박사는 뉴욕타임스에 “만약 거대한 화학공장과 같은 분자 구름에서 성간 매질이 이 분자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은하계 다른 분자 구름에서도 발견될 수 있으며, 이는 다른 곳에서도 생명체가 탄생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닐스 리히터링크 교수는 뉴사이언티스트에 “이제 우리는 생화학에 필요한 요소들이 은하계 전체에 퍼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다음 목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5탄당 '리보스'를 성간 우주 공간에서 직접 찾아내는 것이다. 웨스트버지니아 그린뱅크천문대의 앤서니 레미잔 박사는 “RNA와 DNA의 실제 구성 요소인 리보스를 성간 우주에서 발견한다면 생명의 기원 연구에서 기념비적 성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문 정보 Detection of a four-carbon sugar in interstellar space. Nat Astron (2026). https://doi.org/10.1038/s41550-026-02905-7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