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 갈무리, 신화 연합뉴스광고2026 북중미 월드컵 우승 메달을 받은 스페인 니코 윌리엄스(24)는 홀로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이어 자신을 자랑스럽게 지켜보던 어머니에게 메달을 건넸다. 이후 어머니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잡으며 눈빛을 주고받았고, 메달을 목에 건 어머니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손뼉을 쳤다.레딧 갈무리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뉴저지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페인 대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에서 니코는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니코가 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엔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에 걸친 이민자의 고된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레딧 갈무리22일 외신을 종합하면, 니코의 아버지 펠릭스 윌리엄스와 어머니 마리아는 30여년 전 자국 가나를 출발해 사하라 사막을 맨발로 건넜다. 40도 이상의 사막 열기는 이들 발바닥에 지워지지 않는 상흔을 남겼다. 북아프리카와 맞닿은 스페인 영토 멜리야에 겨우 도착했지만, 민병대에 붙잡혀 본국으로 송환돼 수감됐다. 그때 가톨릭 구호단체 소속 변호사가 ‘전쟁 중인 나라 출신이라고 말하라’고 알려줬고, 가나 출신이라는 서류를 찢고 라이베리아 출신이라고 말하며 망명을 신청했다. 부부는 그렇게 힘겹게 스페인 북부 바스크 지역 빌바오에 정착할 수 있었다.광고사막을 건너올 당시 니코의 어머니는 형인 이냐키 윌리엄스(32)를 임신한 상태였다. 어머니는 빌바오에 도착해 이냐키를 낳았고, 그 덕분에 향후 운명적으로 스페인 구단 ‘아틀레틱 빌바오’에 입단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아틀레틱 빌바오는 오직 바스크 출신 선수만 기용하는 정책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2021년 10월 영국 가디언은 이냐키가 “만약 내가 빌바오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틀레틱에서 뛸 수 없었을 것이다. 부모님은 사막을 건너 바스크로 왔다. 이건 우연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아틀레틱 빌바오 구단이 지난 3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이냐키 윌리엄스 가족 사진. 엑스 갈무리스페인에서 부모는 몸이 부서지라 일을 하며 형제를 부양했다. 아버지는 도축장, 건설 현장 등에서 일하다 2008년 스페인 경제가 어려워지자 영국 런던으로 향했다. 첼시 근처 쇼핑센터에서 푸드코트 테이블을 치우는 일 등을 하며 스페인으로 생활비를 보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첼시 에프시(FC)’ 홈구장에서 티켓을 수거하는 일을 하기도 했다. 어머니는 스페인에서 가정집 청소 등 두세 가지 일을 병행했다. 동생보다 8살 많은 이냐키는 아버지처럼 니코를 길렀다.광고광고니코 윌리엄스(왼쪽)과 형 이냐키 윌리엄스가 지난 2월4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경기 도중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 EPA 연합뉴스니코도 형과 마찬가지로 아틀레틱 빌바오에 입단했고, 둘은 맹활약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21일 “이냐키는 아틀레틱 클럽 입단 초기에 팔뚝에 ‘다윗과 골리앗’ 문신을 새겼다. 어머니가 아들들에게 다윗이 돌멩이로 거인 골리앗을 쓰러뜨린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곤 했다”고 전했다.형을 따라간 니코는 청출어람이었다. 지난해 여름 에프시(FC) 바르셀로나 등에서 니코를 영입하기 위한 시도를 할 정도였다. 니코 이적설이 돌자 팬들은 빌바오 벽에 그려진 니코와 이냐키의 벽화를 훼손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그러나 니코는 아틀레틱과의 10년 계약 연장을 체결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선택이었다. 니코는 “가장 중요한 것은 형이 쌓아온 것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여기서 역사를 만드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니코는 스페인팀에서, 이냐키는 가나팀에서 뛰는 것을 선택했다.광고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스페인이 우승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메달을 받고 있는 니코 윌리엄스. 신화 연합뉴스이냐키는 20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동생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동생아. 넌 월드컵에서 우승했다. 역사를 썼다. 하지만 트로피 그 이상으로 이 점에 대해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네 덕분에 우리 부모님 같은 수백만명의 이민자들은 미래의 자녀가 언젠가 네가 산 삶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자부심을 갖게 됐고, 수백만명의 스페인 사람들도 우리 이야기에 공감하게 됐다. 이 이야기는 단지 우리만의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모든 걸 뒤로하고 떠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다. 네가 손끝이 하늘에 닿았고, 노력과 헌신이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으니까 말이다. 오늘 전 세계는 너를 더 잘 알게 됐고, 우리의 성(라스트 네임)을 영원히 별들 사이에 새겨뒀다. 너를 존경한다. 사랑한다. 세계 챔피언.”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