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7월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국무회의는 케이티브이(KTV)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광고서수민 |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난해 7월29일, 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생중계하기 시작했다. 과거 머리발언 정도를 언론에 공개하던 관행에서 파격적으로 탈피해, 국무위원들의 보고뿐만 아니라 이후 토론 과정까지 실시간으로 방송과 온라인으로 중계하기 시작했다.이재명 정권은 1년차를 뒤돌아보며 “국무회의와 타운홀 미팅, 부처 업무보고, 각종 공식 행사에 파격적인 생중계를 도입해 국정을 투명하게 국민에게 공개했다”며 생중계를 주요 성과로 언급했다. 계엄과 탄핵을 딛고 출범한 정부로서 국정 운영에서 과거와 차별적인 투명성을 중요한 가치로 부각한 것이다.광고국민 입장에서 지난 1년간 처음으로 엿보게 된 국무회의는 생각보다 재미있다. 업무 파악이 잘되고, 조리 있게 말하는 관료들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이들도 눈에 띈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이 즉답하지 못하거나, 공개적으로 논하기 어려운 사안에 대해 억지로 답을 짜내는 경우도 있어 보인다. 온 국민이 보는 상황에서 심지어 대통령이 그날의 토의 범위를 벗어난 질문을 던지더라도 답해야 하는 구조다.무엇보다 이 재미의 핵심은 공직자들이 실시간으로 대통령에게 추궁당하고, 꾸중을 당한다는 데 있다. 대통령이 “정확히 알고 말하는 거예요?” “그게 말이 되는 소리예요?” 같은 발언을 하며 각료들을 혼내는 모습은 ‘대통령 분노한 이유’ 같은 제목의 쇼츠 등으로 편집되어 온라인에서 인기몰이 중이다.광고광고이런 실시간 생중계는 ‘국무회의를 오락물로 격하시켰다’는 비판에도, ‘투명성=민주주의’, 즉 시민들에게 국정 운영과 관련해 더 많은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 증진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는 믿음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투명성이 민주주의의 전제조건으로 여겨진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1960년대 미국에서 반전운동과 여성해방운동, 인권운동과 환경운동이 급성장하며 시민사회는 국가의 권위주의와 배타성, 엘리트주의를 배격했고, 이는 ‘투명성’이라는 가치의 신장으로 이어졌다.광고그 대표적인 열매는 정보공개법(Freedom of Information Act)이다. 이는 연방정부가 공공 기록과 정보를 자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 시민단체 등 그 누구에게라도 공개하도록 보장하는 선도적인 법안으로, 1966년 제정되어 올해 60살을 맞았다. 미국 사회에서 불기 시작한 투명성의 바람은 정보공개법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 식품 성분 표시 등 투명성 관련 추가 입법으로 연결되었고, 이후 전세계로 확산되었다.한국 역시 군부독재 시절 위정자들의 폐쇄성과 권위주의를 겪으며 투명성에 대한 갈증이 높았고, 이는 1996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올해 딱 30년이 되었으니, 한국 민주주의에서 투명성이 제도화된 역사는 미국의 절반인 셈이다.하지만 생각해본다. 현대 사회에서 투명성은 그 자체로 바람직한 가치일까? 극단적인 투명성은 권위주의와도 연결된다. 일례로 오늘날 폐회로티브이(CCTV)와 안면인식, 휴대전화 위치추적 등이 넓게 보급된 중국은 인류가 일군 가장 ‘투명한’ 사회일지도 모른다.마이클 셔드슨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언론학)는 민주주의에서 투명성의 도구적 성격을 강조하며, 투명성에는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선 다양한 층위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고도로 전문화되고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한다고 해도 시민들이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사안이 많기 때문이다. 그는 정책이나 판결문 등이 무엇을 뜻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알려내는 ‘적극적 투명성’이 필요하며, 이는 언론의 역할이라고 강조한다.투명성의 대척점에 있는 비밀과 비공개 역시 사회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중요하다. 언론인들은 취재원의 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감옥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비밀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이 심리상담사나 가톨릭 사제를 찾지 못할 것이다. 특히 열띤 토론과 타협을 통한 의견 도출 혹은 인기가 없지만 어려운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비공개라는 ‘숨쉴 공간’ 역시 중요하다. 국무회의 생중계에서조차 “이후부터는 비공개로 전환”(2025년 7월29일)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것 같으니 따로 논의”(2026년 1월27일) 같은 말이 들린 것도 그런 맥락일 것이다. 생중계라는 무대 뒤라고 해서 민주주의를 벗어난 것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