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면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광고윤석열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재명의 나토 협력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답은 아직 열려 있다. 분명한 것 하나. 대미 일변도의 낡은 외교 문법을 되풀이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자초한 재앙의 재판이 될 뿐이다. 지난 7~8일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는 이재명 정부 외교의 한 시험대였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나토의 방위산업 협력을 ‘한-나토 방위산업 파트너십 2.0’으로 격상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핵심은 무기 판매가 아니라 무기 체계의 공동운용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회담에서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는 분리해서 볼 수 없다”고 화답했다. 나토가 몇년째 벼려온 인도·태평양 확장 카드가 이제 실행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신호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같은 무대에서 비슷한 몸짓을 취한 적이 있다. 나토 회의에 적극 참석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공언했으며, 외국 정상 중 처음으로 ‘부차 학살’ 현장을 찾았다. 포탄 등 무기의 간접 지원도 이어졌다.광고 청구서는 예상보다 컸다. 상응 대가를 경고하던 러시아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이라는 카드를 현실화시켰다. 북-러가 사실상 군사동맹으로 격상되면서 동아시아를 넘어 인도·태평양 전체의 안보 질서에 큰 파장이 일었다. 이번에도 러시아 외교부는 16일 성명으로 다시 경고했다. “대한민국이 사실상 나토의 질적·양적 재무장 과정에 참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나토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바 있다.” 윤석열의 우크라이나 지원과 이재명의 나토 협력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답은 아직 열려 있다.광고광고 이번 정상회의는 나토 역사의 분기점으로 읽힌다.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차관은 지난 2월 연설에서 나토의 시대를 셋으로 나눴다. 냉전기 나토가 1.0, 냉전 종식 뒤 유럽의 대미 의존이 심화된 시기가 2.0,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현재가 3.0이다. 유럽 국가들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5%까지 늘리기로 한 ‘헤이그 방위공약’(2025)을 재확인하며 역할 확대에 속도를 냈다. 뤼터 사무총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유럽과 캐나다가 동맹 방위에 더 큰 책임을 지겠다는 것, 그것이 바로 ‘나토 3.0’이 지향하는 바”라고 못박았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요구를 이행하는 모양새이다. 실질은 나토를 유럽 주도 체제로 재편하겠다는 선언이다. 나토 3.0의 본질은 유럽의 탈미국화다. 그 배경에는 지난 1월 셋째 주 자정, 브뤼셀 유럽연합 정상회의 본부에서 열린 긴급회동이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새해 벽두부터 베네수엘라를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압송하고, 그린란드 무력병합 위협까지 서슴지 않던 시점이었다. 원탁에 둘러앉은 유럽 30여개국 정상들은 한숨을 삼켰다.광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 옛날로 돌아가는 것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다비드 클라랭발 당시 벨기에 총리 대행은 유럽이 미국의 “비참한 노예”가 될 위험에 처했다고 성토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캐나다가 우리가 해야 할 것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다”고 상기했다.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정상들은 이날을 ‘치유의 밤’으로 부르며 암묵적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에 대한 기술·군사 의존을 줄이는 탈미국화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었다. 트럼프 재취임 이후 1년, 유럽은 방위·교역에서 양보를 거듭하고 트럼프에게 아첨하며 시간을 벌어왔다. 뤼터 사무총장이 주도하는 이러한 ‘아첨 외교’의 겉모습은 유지하되, 실제 행보는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주창해온 ‘중견국 연대’를 향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은 미군의 영공 통과나 기지 접근을 불허했다. 탈미국화와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확대를 함의한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나토 3.0은 그 중간 기착지다. 윤석열 정부는 러시아 격퇴를 앞세운 서방의 ‘의지의 연합’에 몸을 실었다. 이재명 정부의 계산은 결이 다를 것이다. 탈미국화와 중견국 연대로 이동하는 유럽과의 전략적 접점 찾기에 무게가 실려 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두가지가 병행돼야 한다. 미국에 대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헤징, 그리고 북한과 밀착하는 러시아·중국에 견제와 협력을 할 수 있는 접점을 찾는 실질적 지렛대다. 분명한 것 하나. 대미 일변도의 낡은 외교 문법을 되풀이한다면, 윤석열 정부가 자초한 재앙의 재판이 될 뿐이다. 이재명 정부는 할 수 있을까? 국제부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