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반구천의 암각화’ 중 반구대암각화. 울산시 제공 광고큰비만 오면 물에 잠기는 비운의 세계유산 ‘울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추진 중인 하류 쪽 댐 수문을 두고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17일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연계 행사로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유산 현장관리자 포럼에서 “올해부터 사연댐에 수문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기후환경 변화로 앞으로 폭우가 오면 이게(수문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암각화 보존을 위해) 울주군 주민들은 댐을 없애라고 하고, 이 물을 먹고 있는 시민들은 안 된다고 한다. 이게 대한민국 정부의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각국에서 세계유산을 지키는 현장관리자와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한 이 포럼에서는 세계유산 보존과 지역사회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상황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허 청장은 반구대 암각화의 침수 원인으로 꼽히는 사연댐이 울산시민 생활용수의 약 40%를 책임지는 현실을 언급하며 참석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좋은지 아이디어를 구한다”고 했다.광고허민 국가유산청장이 17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차 세계유산 현장관리 포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 청장의 말은 이날 포럼에서 “울산시민의 물 문제도 충족하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한 김상욱 울산시장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다.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을 완전히 철거해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를 더하는 말로도 풀이될 수 있다. 반구대 암각화는 큰비가 내릴 때마다 물에 잠기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암각화 앞에 흐르는 반구천 물이 하류 쪽 사연댐에 가로막혀 급격히 불어나는 탓이다. 1965년 지은 사연댐은 수위 조절 기능이 없고, 댐이 가득 차면 물이 자연적으로 넘쳐 흐르는 방식이다. 댐 만수위는 60m로, 53~57m 지점의 암각화는 물에 잠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2005년부터 2013년까지 해마다 평균 151일 동안 물에 잠겼다. 2014년 8월 한국수자원공사와 국가유산청이 사연댐 물 높이를 상류 댐 방류량 조절 등을 통해 48m 이하로 유지하기로 한 뒤에도 2014년 62일, 2016년 32일, 2018년 39일, 2019년 74일, 2020년 96일, 2021년 19일, 2022년 23일, 2023년 86일 등 침수는 반복됐다. 지난해에도 집중호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일주일 만인 7월19일 물에 잠겼고, 불어난 물이 암각화 아래로 낮아지기까지는 꼬박 36일이 걸렸다.광고광고지난 12일 오전 유네스코 세계유산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중 하나인 반구대 암각화를 바라보는 전망대에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 기술을 활용한 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주성미 기자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2030년까지 809억원을 들여 사연댐 물 높이를 52m 아래로 유지하는 너비 15m, 높이 7.3m짜리 수문 3개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문을 설치하더라도 암각화는 물에 잠긴다. 다만 수문이 댐 안에 들어찬 물을 빠르게 빼내기 때문에 그동안 수일, 길게는 한달 넘게 걸리던 침수일을 짧으면 하루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은 이미 마쳤고, 조만간 공사를 시작할 참이다. 사연댐을 완전히 철거하면 울산시의 물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울산시는 사연·회야·대곡댐 3곳에서 생활용수를 확보하고, 부족한 물은 낙동강에서 사다 쓰는 처지다. 사연댐 수문 설치로 울산시가 포기하는 물은 평균 하루치(37만톤)의 약 13.5%지만, 댐 철거 때는 약 40%까지 늘어난다. 그만큼 부족한 물을 낙동강에서 끌어와야 하고, 비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5년간 낙동강 물 비중은 이미 30% 안팎에 이르고, 가뭄의 영향으로 점차 느는 추세다.광고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2021년 6월 경북 청도 운문댐에서 하루 7만톤의 물을 울산시에 공급하기로 의결했으나, 운문댐 물을 쓰는 대구시 취수원 문제와 얽혀 여태 구체적인 협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주성미 기자 smoo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