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지난 4월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건당 최저임금 도입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성 보장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광고김소연 | 사회정책부장 배달 라이더, 학습지 교사 등 ‘도급제 노동자’에 대한 내년도 최저임금 적용이 불발됐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지난 11일 제5차 전원회의에서 ‘도급제 노동자’ 최저임금 적용을 놓고 노·사·공익위원 27명이 표결을 한 결과, 반대가 15표로 찬성(11표)·무효(1표)보다 많아 부결됐다고 밝혔다.도급제 최저임금 문제는 3차 회의부터 시작해 5차까지 단 세번의 논의 끝에 허무하게 마무리됐다. 노동계에서 최임위 산하에 ‘도급노동자 최저임금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좀더 검토하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제가 도입되고 38년 만에 처음으로 도급노동자 적용 여부가 공식 의제로 올라왔지만, 한 발도 진전시키지 못한 셈이다.광고도급제는 일의 성과나 물량에 맞춰 보수를 받는 것으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지만, 단가나 업무 배정 등 노동조건을 보면 사용자 쪽에 상당한 통제를 받는다. 노동자성이 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최저임금뿐만 아니라 적정한 노동시간·휴가 등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이번에도 경영계는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며 최저임금 적용에 반대했다.기술 발전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는 전통적 근로계약이 포괄하지 못하는 법의 사각지대를 만들고 있다. 배달과 운전, 수리·설치, 학습지 교사와 경기보조원 등 도급노동자는 어느새 870만명에 이르고 있다.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이들의 일자리는 열악하다.광고광고“택배사 간 속도 경쟁과 주 7일 배송 확대로 택배기사의 노동강도, 노동시간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김사성 한국노총 전국택배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 토론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제는 배송 단가가 계속 하락하면서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2006년 박스당 평균 2730원이던 택배 단가가 올해 2310원으로 15.4% 줄었다”며 “기준도 근거도 알 수 없다”고 했다.국가데이터처 자료를 보면,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임금노동자는 2241만3천명이다. 비정규직이 856만8천명(38.2%)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규모가 됐다. 비정규직에 도급제(870만명)를 합하면 나쁜 일자리가 1727만명으로 정규직(1384만5천명)을 한참 웃돈다.광고플랫폼 노동자들 문제에 국제사회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2일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국제 고용 기준을 처음으로 마련했다. 이날 채택된 ‘플랫폼 경제 양질의 일자리 협약’에선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노동자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여러 권리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 중엔 ‘법이나 단체교섭상 최저임금과 동등한 수준의 보수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는 부분도 있다. 도급제 최저임금 적용이 부결된 것은 국제사회 흐름에도 역행한 결정이었다.최임위 논의는 끝났지만, 정부의 역할은 남아 있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최저보수제 마련 및 시행’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다. 최저보수제는 배달 라이더 등 일한 시간의 측정이 어렵거나 ‘건당 수수료’를 받는 노동자들의 최저소득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최임위 결정을 핑계 삼아 우리가 할 일을 안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저보수제를 하겠다”고 밝혔다.노동부는 최저보수제 실태조사를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연구 용역에만 머물지 말고, 올해 가능한 직종부터 시범사업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이미 화물 노동자들의 경우 최저보수제와 유사한 안전운임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도 2023년부터 음식 배달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보수 지급이 의무화됐다. 노동계는 구체적 자료를 바탕으로 도급노동자 최저임금·최저보수 도입 방안을 마련한 상태다.최저임금은 단순한 임금정책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하의 보수로 노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사회적 장치다. “노동 형태가 다르다는 이유로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까지 달라질 수는 없다”(한국노총 지난 11일 성명)는 지적에 정부는 답을 내놔야 한다.dand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