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지난 9일(왼쪽)과 13일(오른쪽)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찾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스레드 갈무리 광고 이유진 | 오픈데스크팀장광고 “이번이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10일 ‘부정선거 보고대회’ 무대에 오른 극우 유튜버 전한길씨는 비장하게 외쳤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에게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임이 틀림없다. 부정선거 이야기만 꺼내면 음모론자다, 극우다, 이상한 정신병자 취급을 당했었다. 지금은? 초반의 열세를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 몰이’로 극복하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을 사실상 장악했다. 시위 초기 ‘재선거’에 국한됐던 구호는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로 바뀌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옳았다” 등 12·3 내란을 정당화하는 문구도 쉽게 발견된다.광고광고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에게 기회를 준 건 ‘하늘’이 아니다. 선거관리위원회다. 선관위의 무능과 기강 해이, 행정 편의주의가 음모론에도 불을 붙였다. 투표용지만 부족했던 게 아니다. 충북 청주에선 선거인 명부가 누락돼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가 나왔고 전북교육감 선거와 경기교육감 선거에선 개표 결과를 잘못 입력했다. 후보 간 득표수 차이가 전북의 경우 19표, 경기는 47표가 줄어들어 당락에는 영향이 없다고 하나 결코 변명이 될 순 없다. 참담한 관리 부실이지만 이것이 곧 조직적 부정선거를 뜻하는 건 아니다. 여태껏 부정선거 음모론은 ‘누가, 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9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제기한 이른바 ‘쌍둥이 득표’ 의혹을 보자. “수학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는 현상”이라는 통계학자의 검증 결과는 차치하더라도 애초 여당 지지세가 강해 여당 후보가 80%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한 지역에서 사전투표를 조작할 이유가 있을까?광고 개표 조작 등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제기된 선거 소송은 ‘백전백패’였다. 대표적으로 2022년 대법원은 민경욱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제기한 제21대 총선 무효소송을 기각하며 “수많은 사람의 감시하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산 기술과 해킹 능력뿐만 아니라 대규모의 조직,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할 것이나, 원고는 약 2년 이상 재판이 진행되었음에도 그와 같은 부정선거를 실행한 주체가 누구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허술한 음모론이 대학가를 잠식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10일 동시다발로 나온 18개 대학의 시국선언은 참정권 침해에 분노하면서도 음모론에 선을 긋고 철저한 진상 규명, 선관위 구조 개혁을 요구했다. 현장 자유발언에선 “선관위의 무능과 안일함이 시민의 불신을 자극하고 음모론이 다시 확산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연세대 24학번 김민수씨)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대학생들의 상식적 목소리가 국민의힘에는 아직 닿지 않은 듯하다. 장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서 재차 ‘전국 재선거’를 주장하며 이번 지선에서만 ‘쌍둥이 득표’가 전국적으로 869건이 발견됐다는 언론 보도를 인용했다. “‘기적’ 같은 일이 한꺼번에 발생했”단다. 정작 해당 기사는 “대부분 다자 대결 지역, 득표 규모가 작은 후보들에게서 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통계 전문가들은 통계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현상이라는 입장이다”라고 했다. 700자가 넘는 장 대표의 글에 이런 내용은 빠져 있다. 부정선거 의혹을 강조하려 기사 내용을 입맛에 맞게 취사선택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1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앞 ‘개표소 봉쇄 시위’ 현장에 나타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응원 커피차. 스레드 갈무리 같은 날 저녁, 장 대표는 올림픽공원을 찾았다. 벌써 여러번째다. 선거 참패 책임을 지라는 목소리도, 사퇴 압박도 닿지 않는 유일한 공간.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장동혁 대표님 화이팅’이라고 적힌 커피차가 왔다는 인증글이 올라왔다. 참가자들과 찍은 사진에서 장 대표는 ‘부정선거 재선거’라 적힌 종이를 들고 환히 웃고 있었다. ‘올공 올인’ 전략이 ‘하늘이 준 기회’가 될지, ‘썩은 동아줄’이 될지는 곧 답이 나올 것이다.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