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4월 각각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광고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6·3 선거 이후 당내에서 강한 퇴진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본래 전국 선거가 끝나면 패배한 쪽 대표는 책임지고 물러나는 것이 정가의 법칙입니다. 양쪽 대표가 동시에 퇴진 압박을 받는 것은 낯선 장면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청래 대표는 8월 17일 전당원대회 출마 포기 압박을, 장동혁 대표는 즉각 사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요? 6·3 선거 결과의 가장 큰 특징은 양쪽 다 패배한 선거라는 점입니다. 민주당은 15 대 1로 이길 수 있었던 선거를 12 대 4로 이겼습니다. 목표에 미달하면 실패한 것입니다.광고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심각합니다. 민주당이 이길 수 있었던 서울시장, 대구시장, 경남지사 선거에서 졌습니다. 경기도에서 민주당이 이겨야 하는 성남, 안산, 과천, 의왕, 하남, 용인시장을 빼앗겼습니다. 충남은 박수현 후보가 당선됐지만, 기초단체장 15개 가운데 10개를 빼앗겼습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져서는 안 되는 부산 북갑과 경기 평택을에서 졌습니다. 민주당의 선거 성적이 부진한 것은 이재명 대통령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공소취소 논란과 수도권 부동산이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부동산 정책은 중앙 정부 의제입니다.광고광고 그렇다고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사퇴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은 집권 여당의 최고 책임자인 동시에 국가의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선거 직후 기자회견에서 선거 결과를 “국민이 제게 준 경고”라고 했습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셈입니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정치적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요? 여당 대표가 져야 합니다. 정청래 대표로서는 억울할 것입니다. “국민은 영원하고 정권은 짧다”고 했습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별로 없는데 왜 책임을 져야 하느냐’는 불만을 그렇게 표현했을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광고 그러나 정치는 논리학이 아닙니다.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정청래 대표가 연임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집권 여당 대표이기 때문입니다. 집권 여당은 선거에서 지면 대통령 대신에 대표가 정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관행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열린우리당 때 그랬습니다. 열린우리당은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덕분에 152석 과반 의석을 확보했습니다. 그 뒤 1년에 두 차례씩 있던 재·보궐선거에 연전연패했습니다. 선거 패배의 원인은 대부분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책임은 열린우리당 의장(대표)들이 져야 했습니다. 지도부가 정동영-신기남-이부영-임채정-문희상-정세균-유재건-정동영-김근태-정세균으로 계속 바뀌었습니다.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었던 정청래 대표도 이런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광고 둘째, 이른바 ‘명청대전’을 피해야 합니다. 명청대전은 이재명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의 사이를 벌리기 위해 보수 세력이 부풀린 프레임입니다. 정청래 대표는 반명(반이재명)이 아닙니다. 그동안 정청래 대표의 결정은 대부분 이재명 대통령의 ‘결재’를 거친 것입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은 정청래 대표가 아니라 김민석 국무총리를 다음 민주당 대표로 밀고 있습니다. 6월 8일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로 뛰어난 리더십으로 내각은 정말 큰 소리 잡음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제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치열하게 잘 달려왔다.” “이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 게 적정하다고 보이기 때문에 역할을 바꾸게 됐다.” 6월 9일 유럽 순방을 떠나며 공항에 정청래 대표를 오지 못하게 하고 김민석 총리를 불렀습니다. 순방 중에도 “여당은 주어진 권력으로 책임을 지는 능력과 실적, 포용과 통합이 중요하다”는 등의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당원들에게 ‘정청래가 아니라 김민석을 뽑아주세요’라고 고함을 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당원들도 술렁이는 분위기입니다. “대통령이 오죽하면 저렇게 하겠냐”는 당원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청래 대표가 연임에 도전하면 명청대전이 현실이 됩니다. 명청대전은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투쟁입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 모두에게 너무나 큰 부담입니다. 셋째, 민주당 대표는 본래 연임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창당한 평화민주당에서 김대중 총재가 연임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 뒤 민주당 대표 중에 연임한 사람은 이재명 대통령이 유일합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검찰의 탄압으로 두 번이나 구속 위기를 넘겼습니다. 2023년 2월에는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고 9월에는 체포동의안이 가결됐지만,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습니다. 2024년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대표직을 유지하지 않으면 무슨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정청래 대표에게는 그런 절박한 사정이 없습니다. 더구나 정청래 대표가 내세웠던 ‘내란정당 심판론’은 이번 선거를 거치며 빛이 바랬습니다. 당원주권주의도 정청래 대표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당원주권주의는 본래 잘못된 용어입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당원에게는 당권이 있습니다. 당원주권주의가 아니라 당원당권주의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정청래 대표의 전성기가 이제 저물고 있는 것입니다.2018년 6월14일치 중앙일보 지면. 장동혁 대표는 대표직 유지의 명분이 전혀 없습니다. 선거 직후 모든 언론이 장동혁 대표 퇴진을 통한 국민의힘 재건을 요구했습니다. 최근 언론에 출연하는 국민의힘 전·현직 당직자 패널 가운데 장동혁 대표가 대표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국민의힘 의원 중에서 공개적으로 장동혁 대표가 대표를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만약 의원총회에서 장동혁 대표 퇴진 여부를 표결하면 찬성이 더 많을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가 기댈 곳은 당원들일 텐데 당원들의 여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습니다. 장동혁 대표 거취를 전당원투표에 부치면 어떨까요? 저는 퇴진 찬성 의견이 더 많을 것으로 봅니다. 장동혁 대표 퇴진은 민심이자 당심입니다. 장동혁 대표가 6월 11일 저녁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참 요상한 일이다. 민주당은 민주당이 패배했다며 정청래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패배했다며 장동혁 ‘사퇴’를 외치고 있다. 양당 대표들이 ‘가위바위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정청래 대표가 말했다. ‘정권은 짧고 국민은 영원하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러니 당장 약속했던 특검부터 출범시켜야 한다. ‘짧은 정권’ 이재명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영원한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국민만 보고 갈 때다.” 장동혁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 정청래 대표에게 기댄 것입니다. 이런 경우를 동병상련이라고 해야 할까요, 적대적 공존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가재는 게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정치 양극화 시대의 희극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전 대선후보를 꺾고 대표로 선출됐습니다. 이변이었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윤 어게인’ 성향의 강성 당원들 위에 올라탔기 때문입니다. 그는 ‘윤 어게인’의 아바타였고 지금까지 그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 강성 당원과 지지층도 이제 장동혁 아바타에 슬슬 싫증이 나는 것 같습니다. 장동혁 대표가 계속 버티면 어떻게 될까요? 당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을 것입니다. ‘좀비 대표’로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는 홍준표 전 대표에게 한 수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2011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했지만 물러나지 않고 버텼습니다. 기초단체장 8개를 이긴 것을 핑계로 “비겼다”고 억지를 부렸습니다. 디도스 사건으로 여론이 악화하고 최고위원들이 줄줄이 사퇴하자 12월 9일 밀려서 사퇴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대표 때인 2018 지방선거에서는 달랐습니다.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모든 책임을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글을 올리고 다음 날 사퇴했습니다. 깔끔한 사퇴는 2021년 대선후보 경선, 2022년 대구시장 당선 등 정치적 재기의 발판이 됐습니다.한국갤럽 누리집 갈무리 한국갤럽은 6월12일 발표한 여론조사(9~11일 전화 면접 조사)에서 주관식으로 ‘장래 대통령감’이 누구인지 물었습니다. 오세훈 9%, 한동훈 8%, 조국 7%, 김민석 5%, 장동혁 3%, 강훈식 2%, 송영길·이준석·황교안·이진숙·김부겸·정청래·홍준표 1%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1002명 대상이니 1%면 10명 정도입니다. 이런 결과를 장동혁 대표가 싫어할까요, 좋아할까요? 오세훈, 한동훈이 1위와 2위를 차지했으니 싫을 것입니다. 자신도 3%나 나왔으니 좋아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장동혁 대표가 버틸수록 국민의힘의 재건은 어려워지고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본다는 것입니다. 장동혁 대표가 어떤 선택을 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