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를 읽어드립니다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0:00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한겨레 자료광고박용현 | 대기자 어느덧 한해 전이다. 우리 사회는 사법부가 촉발한 극도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5월1일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2·3 내란의 사법적 연장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무모한 반헌법적 시도는 사법부에도 지워지지 않는 낙인을 새겼다. 급전직하한 사법부 신뢰는 아직도 회복되지 못했다. 한겨레 유권자 패널조사(5월6~10일)에서 법원 신뢰도는 지난해 5월과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행정부·국회에 뒤처지며 꼴찌(검찰)에서 두번째에 놓였다. 26일 발표된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과 조선일보의 국가기관 인식조사에서도 사법부 신뢰도는 1년 만에 38%에서 19%로 떨어졌다.그런 조 대법원장이 지금 또 국민과 사법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3월3일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자를 제청하지 않아 대법관 공석이 석달째다. 대법관이 몇달이고 비워둬도 상관없는 자리라고 사법부 스스로 폄훼하는 꼴이다. 이 와중에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자 선정 절차도 시작됐다. 공석도 채우지 않은 채 또다른 대법관 후보 선정이 진행되는 건 사상 처음이다. 조 대법원장의 직무유기다.광고알려진 것처럼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와 조율 과정에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려 하는 탓에 대법관 후보 제청이 늦어지는 것이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추락의 책임에 더해, 자신을 임명한 윤석열이 내란죄 유죄 판결을 받음으로써 민주적 정당성도 잃어버렸다. 물러나야 마땅했다. 대법관 후보 제청권자의 자격 자체가 의문이다. 그럼에도 자리를 보전하며 제청권을 행사하려 한다면, 망가진 사법부를 되살리는 길이 무엇인지부터 고심해야 한다. 그보다 개인적 선호를 앞세워 제청권을 행사하려는 행태는 대법원장 부적격 사유를 추가할 뿐이다.일각에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선택해야 사법부 독립이 이뤄지는 것처럼 말한다. 180도 잘못된 생각이다. 선진 법치국가 중 그런 나라는 없다. 미국 모델은 행정부가 주도한다. 대통령이 직접 대법관을 지명한 뒤 의회 동의를 받아 임명한다. 독일 모델은 행정·입법부 결합형이다. 16개 주 법무장관들과 연방하원이 선출한 16명의 위원들로 구성되는 위원회가 결정권을 갖는다. 프랑스 모델은 최고사법관회의가 주도하는데, 이 기구는 법관들이 선거로 뽑은 대표자들과 대통령·의회가 임명한 민간위원 등으로 구성된다. 대법원장은 최고사법관회의 구성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이 회의를 주재할 뿐이다.광고광고이런 방식들을 채택한 이유는 국민이 선출한 행정·입법부의 직접적 관여를 통해 사법부가 결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보완하는 데 있다. 또 사법부가 내부 논리에 갇히지 않고 민의를 두루 반영할 수 있도록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갖추기 위함이다. 재판의 ‘독립’은 보장하되 ‘독단’은 견제하는 것이다. 특히 대법관 선정에서 대법원장의 권한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운 것은 최고법원이라는 대법원의 본질과 맞닿아 있다. 최고법원은 ‘대등한 최고법관들의 합의체’다. 대법원장이 ‘동료’ 대법관들을 선택함으로써 내부 장악력을 갖는 건 외국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외부적 독립성만큼이나 중요한 내부적 독립성이 훼손되기 때문이다.현재 우리 사법부가 처한 상황에 주목한다면 대법원장으로부터의 독립이야말로 대법관의 최우선 덕목이다. 5·1 전원합의체 판결에 관여한 12명 대법관 가운데 이 터무니없는 판결에 반대한 이가 단 두명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에게 절망이었다. 한 나라의 최고법관이라는 이들이 대법원장의 반헌법적 전횡에 대부분 편승하고 말았다는 사실은 대법원의 병폐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과 헌법보다 대법원장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한 대법관들이라니. ‘황제 대법원장’이라는 비정상 구조에 길든 이들이 대법관이 되고, 대법원장도 그런 후배들을 제청해온 게 작금 사법부 비극의 씨앗이었다. 조 대법원장이 이번에도 자신의 선택을 고집하는 것은 이 비정상 구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오기와 다름없다.광고대법원의 민주적 정당성과 다양성을 조금이나마 복원하려면 조 대법원장은 자신과 가장 거리가 먼 후보, 자신에게 가장 당당하게 대항할 수 있는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5·1 전원합의체 판결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후보를 제청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과 괴리된 대법원의 폐쇄성에 조금이나마 숨구멍을 내고, 멸시의 대상으로 전락한 최고법원의 위상을 조금이나마 되살리는 길이다. 조 대법원장 자신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씻어낼 기회이기도 하다.piao@hani.co.kr
조희대, 자신에게 반기 들 대법관을 제청하라 [박용현 칼럼]
박용현 | 대기자 어느덧 한해 전이다. 우리 사회는 사법부가 촉발한 극도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5월1일 이재명 대선 후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은 12·3 내란의 사법적 연장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무모한 반헌법적 시도는 사법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