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서울 가회동 푸투라서울에 펼쳐진 에스 데블린의 설치 작품. 자연 정원이 비치는 통창과 수조를 배경으로 맥놀이치는 빛의 이미지가 펼쳐진다. 노형석 기자 광고이달 초 미술판을 들썩거리게 한 ‘키아프리즈’(키아프 서울·프리즈 서울) 장터가 끝났다. 하지만 전시 잔치는 계속된다. 밀집한 전시장을 산책하듯 거닐며 작품을 음미할 수 있는 곳은 단연 서울 북촌이다. 먼저 가회동 한옥마을 들머리로 올라간다. 전시 공간 푸투라서울 2층에 입장하면 정면에 물 가득한 수조가 있고 그 뒤 통창으로 싱그러운 풀숲 정원이 나타나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수조에 정원 풍광이 반사되고, 쿵쿵거리는 박동 소리와 함께 통창 수직 창살에 섬광의 빛줄기가 맥놀이하듯 약동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폐막 공연에서 유니온잭 국기로 무대를 수놓은 공연예술가이자 설치 작가 에스 데블린의 국내 첫 개인전 ‘세번째 시’(내년 1월17일까지)의 전시 장면이다. 데블린은 도서실 책 위에 인간과 동물, 자연 이미지를 투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거울 방에서 관객과 타인의 모습이 겹쳐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빛줄기와 자연 정원의 시간이 이어지는 파노라마를 1~3층에 펼치면서 ‘현재’와 ‘현존’의 의미를 묻는다. 삼청동 복합문화공간 선혜원에서는 ‘아트 프로젝트 2.0: 흔들리는 것들의 안부’전이 10월31일까지 열린다. 팔레스타인 출신으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여성 미술 대가 모나 하툼과 최성임·김윤수 작가가 약하고 쉽게 흔들리는 것들을 화두로 이들이 버티며 견뎌온 시간의 자취를 조형 작업으로 보여준다. 투명한 유리구슬로 거대하고 섬세한 거미줄 형태의 설치 작품을 선보인 하툼과 식빵 봉지를 묶는 빵끈을 이어 붙여 만든 작품 ‘황금이불’로 익숙한 소재의 또 다른 물성을 드러낸 최 작가, 얇은 비닐 위에 수많은 발자국 동작을 겹치고 번지게 해 시간의 흔적과 풍경을 담아낸 김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광고 청와대 인근 피케이엠갤러리는 단색조 회화의 거장 윤형근(1928~2007)의 회고전 ‘윤형근을 다시 상상하다’(10월3일까지)를 차렸다. 1970~2000년대 시기별 주요 대형 회화, 한지 작업 등 30여 점과 아카이브 자료를 내보이는 중이다. 생전 작업했던 서울 서교동 주택 ‘윤형근의 집’이 최근 개관한 것을 기념해 기획된 전시로, 1970년대 초 색채 작업부터 하늘의 청색과 땅의 다색을 섞어 만든 먹빛 기둥들이 스미고 번지는 1990년대 ‘천지문’ 회화, 2000년대 말년의 구조적 회화 작업 등을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소격동 국제갤러리는 작고 3주기를 맞은 단색조 회화 대표 작가 박서보의 회고전과 청년 작가 김세은의 개인전을 10월18일까지 열고 있다. 박서보 회고전은 1967년 연필 묘법부터 2020년대 신문지 묘법까지 이어진 작가의 작품 이력을 보여준다. 김세은 개인전은 급변하는 도시 공간에서 개인이 겪는 복잡다단한 정서적 단면을 회화로 풀어낸 작품을 선보인다.광고광고 북촌은 아니지만, 청년 작가 작업 전시 공간인 을지로3가 피에스센터에서 중견 사진가 구본창씨와 청년 작가 연진영씨가 여는 2인전 ‘본연’(10월2일까지)과 인근 화랑 ‘더 소소’에서 송민규 작가가 여는 개인전 ‘레벨 2; 지나간 날들에’(22일까지)도 발길을 멈출 만하다. 구본창·연진영 2인전은 구 작가 특유의 다기한 정물 유물 사진 연작과, 사물의 껍데기 살갗을 떠낸 듯한 설치물을 내놓으며 존재와 관계를 탐구한 연 작가의 작업이 어울린 이색 전시회다. 현대 한국 사회의 여러 일상적 단면을 일일이 수작업한 그래픽 디자인 스타일의 회화로 공들여 표현한 송 작가의 근작들도 흥미롭게 다가온다.일민미술관 기획전 ‘바이브 에라’에 나온 박현정 작가의 아크릴 금박 그림 신작 ‘이미지(229)’의 세부. 노형석 기자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는 젊은 작가 박현정, 박정혜, 한지형, 박예림의 추상 반추상 그림을 층별로 보여주는 기획전 ‘바이브 에라’(10월25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직관적 느낌이나 시각적 효과(Vibe)가 미적 판단을 갈음하는 지금 시각문화 환경을 반영한 동시대 추상 미술을 보여주는 자리다. 몸과 안료, 디지털 도구, 정보가 화폭에 엇갈리고 뒤섞인 네 작가의 그림들은 규정되지 않고 정형화할 수 없는 이미지들을 한껏 탐색하는 듯하다.광고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