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지금은 노동단체의 청년 활동가가 학생회장이었던 시절,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배부한 유인물. 필자 제공광고하종강 |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아랫녘 역에 내렸는데 제자가 마중을 나왔다. 학교에서는 학생회장을 지냈고 지금은 노동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다. 반가움을 나눌 시간도 없이 수련회 장소까지 이동하는 동안 최근 상황을 조목조목 설명해준다.그 청년이 학생회장이었던 시절, 수업 시간에 자리가 듬성듬성 비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출석을 부르는데 다른 학생이 대신 답한다. “어제 연행당했습니다.” 몇년인지는 잊었지만, 날짜는 기억한다. 4월17일과 5월19일이었다. 4·16 세월호 참사와 5·18 광주항쟁 관련 기자회견이나 집회에 참석했던 학생들이 연행당했던 것이었으니까…. 수업 시간에 양해를 구하고 들어와 홍보물을 나눠 주며 상황을 설명하던 학생은 “오늘 학교에 왔는데 동아리 선배들은 모두 잡혀가고 1학년들밖에 없는 거예요. 유인물이나 대자보를 만들어본 적도 없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설명하다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광고해마다 그날이 될 때마다, 제자들이 잡혀가는 세상에서 스승은 멀쩡하게 강의를 하고 있는 것이 미안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당시 학생들이 받았던 벌금 액수를 파악해 보니 3천만원가량이나 됐다. 그 벌금을 교수들이 대납해주기로 했다. 제대로 가르쳤든, 잘못 가르쳤든 교수 책임이라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근로장학금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는데, 학생들이 마다했다. 그 속내를 자세히 알 수는 없으나 “주고 싶으면 그냥 주지 왜 일을 시키냐?”는 취지였을 것으로 짐작한다. 그러고는 학생들이 줄줄이 유치장에 들어가 그 벌금 액수만큼을 노역으로 때웠다.일정을 마치고 다시 역으로 배웅해주는 차 안에서 내가 물었다. “한동안 안 보이던데….” 청년이 답한다. “제가 취업계를 냈어요. 시민단체 상근자로 일하게 돼서….” 맞다. 그랬었다. 취업계를 낸 학생에게는 수업에 출석하지 못해도 시험이나 과제물을 통해 C학점 정도를 준다. “그래서 제가 졸업 전에 평점이 급상승했어요.” 우리는 같이 크게 웃었다.광고광고그 청년이 활동하는 노동조합에서 최근 민주노총에 가입한 이주노동자들에게 계약 연장을 거부하는 등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곧바로 체류 자격 문제로 번져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권리 자체를 박탈당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회사 관리자가 이주노동자 기숙사를 찾아가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에게 “비자 연장 안 해줄 거다. 본국으로 보내버릴 거다”라고 협박했고, 실제로 해당 이주노동자에게 “평가 기준 미달로 인한 체류 기간 연장 불가”를 통보하는 일이 발생했는데, 같은 사업장 한국노총 소속 이주노동자들에게는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 노동조합의 주장이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으므로 고용노동부 차원의 개입과 중재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요구 사항 중 하나다.굳이 민주노총은 민주노조, 한국노총은 어용노조라고 규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이 설립되면 회사가 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을 설립해 맞대응하는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 두 노조의 성격을 노동친화적 또는 노사협조적 등의 표현으로 구분하는 것이 크게 틀린 시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광고지난 주말,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가정 ‘중도입국’ 이주민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부터 “이주노동자들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주노동자들만 가입하는 노동조합도 있고, 기존 노동조합에 이주노동자들이 같이 가입해 있는 경우도 있다”고 아는 범위 내에서 설명했다. 등록·미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로 노동을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라면 노동조합원이 될 수 있고, 그렇게 되기까지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는 말도 덧붙였다. 부연하면, 흔히 ‘불법체류자’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만 사람의 존재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할 수는 없으므로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는 표현을 사용할 것을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권하고 있다.한국어 강사와 그러한 대화를 주고받은 바로 다음날, 민주노총 소속 이주노동자들에게 그러한 부당노동행위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 청년 활동가에게 연락해보았다. “이른 아침 시간에 전화해 미안하다”고 했더니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한다. 농성장에서 지내는 눈치다. “이번 학기 노동아카데미에서 ‘금속노조와 이주노동자’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나 할 수 있겠냐”고 부탁하니 “제가 아직 그 정도 깜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겸손하게 답한다. 어렵사리 반승낙을 받았다. 이제부터는 내가 배울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