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Your browser does not support theaudio element.구글 선호 매체 등록9일 일본 도쿄 분쿄구민회관에서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야스쿠니반대 공동행동 일본위원회 등이 주최한 ‘2026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도쿄촛불행동’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야스쿠니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고“자위대원이 전사하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큼 두 관계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9일 일본 도쿄 분쿄구민회관에서 열린 야스쿠니 반대 공동행동 심포지엄에서 이렇게 우려했다. 그는 “정치적인 의도로 야스쿠니신사를 비종교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정교 분리 원칙에 반하는 위헌적 발상”이라며 “자위대는 과거 일본군과 같은 ‘천황의 군대’가 아니라 국민주권의 전후 일본에서 총리대신 지휘·감독 아래 놓인 조직”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강경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들어선 뒤, 일본에선 ‘전쟁 가능한 국가’, ‘군국주의 부활’ 같은 표현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다카하시 명예교수는 “최근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억지 정책에서 장기판의 말, 그것도 가장 큰 말로 여겨지고 있다”며 “자위대원 전사자를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과거 대일본제국과 구일본군과의 연속성이라는 환상을 좇으면서 야스쿠니신사를 미·일 동맹군의 전쟁 신사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광고 민족문제연구소와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야스쿠니반대 공동행동 일본위원회 등이 이날 주최한 ‘2026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도쿄 촛불행동’ 행사에선 일본 군국주의 상징의 하나인 야스쿠니신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이시하라 마사이에 일본 오키나와국제대 교수는 “2차 대전 (미군과의) 오키나와 전투 당시 0살 아이를 포함한 ‘집단 자결’ 주민들을 ‘전투참가자’(준군속)로 취급해 야스쿠니신사에 합사했다”며 “이는 국가의 전쟁 책임을 피하고 일본군의 전쟁범죄를 면하려는 일본 정부의 정보 조작”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이 끝난 지 81년이 흘렀지만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로 고통당했던 조선인들의 아픔은 대를 이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야스쿠니신사는 태평양전쟁 에이(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일본의 내전과 침략전쟁에서 숨진 246만6천기의 혼령이 합사된 곳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도 2만여명이 포함됐다. 한국인 일부 후손들이 4대에 걸쳐 야스쿠니 합사 철회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일본 사법부가 이를 용인하지 않고 있다. 광고광고9일 일본 도쿄 분쿄구민회관에서 열린 ‘2026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도쿄촛불행동’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된 조선인들 가운데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군속으로 동원됐다가 패전 뒤 비·시(B·C)급 전범이 된 이들이 포함됐다. 2차 대전 뒤 비·시급 전범 재판에서 조선인 148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부분 일본군이 수용한 연합군 포로들을 감시하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유죄 판결을 받은 이들 가운데 23명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고, 일부가 야스쿠니에 합사됐다. 허미선 다이토분카대학 강사(정치학부)는 “식민지배 아래서 ‘일본 신민’으로 전쟁에 동원되고, ‘일본인’으로 재판을 받았으며, 해방 뒤에는 (일본 입장에서)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보상에서도 배제됐다”며 “현재는 본인과 유족 의사와 무관하게 끝내 ‘일본의 영령’으로 야스쿠니에 합사된 역사적 모순으로 남아 있다”고 비판했다. 비슷한 일은 대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대만 야스쿠니 소송 변호인단의 나카지마 미쓰노리 변호사는 “2차 대전 당시 대만 원주민은 일본 정부에 의해 ‘다카사고 의용대’로 격전지에 투입돼 많은 이들이 일본 천황을 위해 전사한 ‘영령’으로 야스쿠니에 합사됐다”며 “‘내 조상의 영혼을 돌려 달라’고 호소한 대만 원주 민족의 야스쿠니 소송은 집단적 권리로서 문화권을 요구한 소송”이라고 짚었다. 광고 야스쿠니 합사 피해 유족들의 안타까운 목소리도 이어졌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고 이사현씨의 딸 이희자씨(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대표)는 “야스쿠니 합사 취소는 아버지가 전쟁에 찬동했던 사람으로 (취급돼) 능욕 당하는 것을 그대로 둘 수 없는, 자식으로서 도리이자 책무”라며 “1945년 끝났다는 전쟁이 내게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 호소했다. 고 장천옥씨의 딸인 장진화씨는 “지금도 아버지는 ‘나쓰야마 지교쿠’라는 일본 이름으로 야스쿠니신사에 합사돼 있다”며 “아버지는 일본을 위해 죽은 게 아니라 강제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는데, 전범들과 함께 야스쿠니에 합사된 데 강한 굴욕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 자리에서 또다른 강제동원 희생자 고 박선봉씨 아들인 박진부씨는 “아버지는 후쿠시마 탄광으로 끌려갔다고 하는데 지금까지도 어디인지 알 수 없다”며 “아버지가 어디서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자료로라도 확인하는 게 마지막 효도이자 자식의 도리”라고 밝혔다. 9일 일본 도쿄 분쿄구민회관에서 열린 ‘2026 평화의 촛불을 야스쿠니의 어둠에-도쿄촛불행동’ 행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들이 참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강제동원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을 풀어줄 법정 싸움은 힘겹게 이어지고 있다. 장완익 ‘야스쿠니 한국인 무단합사 철폐 소송’ 대리인단 단장(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일본 정부와 야스쿠니신사는 조선인 희생자들을 일본 제국주의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야스쿠니신사의 종교·이념 체계 속에서 합사하고, 추모되는 상태에 강제로 두고 있으며 유족들의 합사 철폐 요청에도 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불법적 합사가 지속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소송이 유족들이 살아 계시는 동안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심포지엄 뒤에는 야스쿠니신사 문제를 알리는 시민 촛불행진이 이어졌다. 한·일 시민 200여명은 행사가 열린 분쿄구민센터를 출발해 야스쿠니신사 거리를 거쳐 45분여간 행진했다. 광고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